레이커스 1979년 6,750만달러→현재 125억달러 가치
경기침체에도 강한 팬덤·장기 중계권 수입이 투자 매력
북미지역 74개 이상 프로스포츠구단에 사모펀드 참여…NFL도 문호 개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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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스포츠 구단이 억만장자의 '취미'에서 월가가 탐내는 핵심 투자자산으로 변하고 있다. 경기침체에도 비교적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는 데다 중계권과 티켓, 스폰서십 등 다양한 수입원이 확보되면서 사모펀드(PE)와 벤처캐피털(VC)의 스포츠 투자가 급증하고 있다.
프로농구 NBA의 명문구단 LA 레이커스의 최근 소유권 변화는 이런 흐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LA타임스가 21일 심층분석 기사를 내놓았다.
1979년 고(故) 제리 버스가 레이커스와 포럼, LA 킹스를 모두 합쳐 6,750만달러에 인수했지만 현재 레이커스 한 팀의 가치는 125억달러에 달한다.
버스 가문은 2025년 마크 월터에게 레이커스의 지배지분을 넘기며 45년 넘게 이어진 구단 경영권을 내려놓았다. 이후 월터가 이끄는 사업체들이 공개되지 않은 보험 관련 대출 문제로 연방 당국의 조사를 받는 가운데, 월터는 인수 14개월 만에 레이커스 지분을 다시 매각하기로 했다. 최근 뉴욕의 벤처캐피털 회사 스라이브 캐피털(Thrive Capital) 창업자 조슈아 쿠슈너와 전 디즈니 최고경영자(CEO) 밥 아이거가 레이커스의 과반 지분을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스포츠 경기침체 영향 제한적...M&A 거래 61% 사모펀드 개입
스포츠 구단의 폭발적인 가치 상승은 레이커스만의 현상이 아니다. CFA 인스티튜트에 따르면 지난 5월 현재 북미 프로스포츠 구단 가운데 74개 이상에 사모펀드가 어떤 형태로든 투자하고 있다. 글로벌 인수·합병(M&A) 자문업체 오클린스에 따르면 2019년 이후 스포츠 산업에서 이뤄진 M&A 거래의 61%에 사모펀드가 지원하는 기업들이 관여했다.
전문가들은 스포츠의 가장 큰 투자 매력으로 '경기침체 방어력'을 꼽는다. 제임스 애덤스 CFA 프로그램 커리큘럼 디렉터 겸 뉴욕대 겸임교수는 "프로 스포츠는 경기침체에 어느 정도 영향을 덜 받는 것으로 보인다"며 "높은 성장률을 보여왔고 일반 산업보다 경기 사이클의 영향을 덜 받는다"고 LA타임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설명했다.
특히 중계권의 장기계약은 투자자들에게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제공한다. NBA의 현행 미디어 계약은 2035~36시즌까지 이어지며 연간 69억달러에 달한다. 여기에 티켓 판매와 유니폼 등 상품, 기업 스폰서십 수입이 더해진다. 경기장까지 소유한 구단은 콘서트와 각종 이벤트를 개최해 추가 수익을 올릴 수 있다.
리드 스미스(Reed Smith)의 사모펀드 전문 변호사 로스 윌리엄스는 "과거 구단주들이 우승 여부로 투자의 성공을 판단했다면 이제 스포츠 구단 자체가 매우 좋은 금융투자라는 사실이 분명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TV중계 시청률 '고공행진'…시청률 100위 프로그램 중 스포츠 96개 차지
탄탄한 팬덤도 투자 매력을 높인다. 스포츠비즈니스저널에 따르면 NBA는 최근 3시즌에 걸쳐 해마다 최고 2,200만명의 팬을 끌어모았다. 지난 시즌 전국 중계 경기는 1억7,000만명의 시청자를 기록해 24년 만에 가장 많았고 전년보다 86% 급증했다. 뉴욕 닉스와 샌안토니오 스퍼스가 맞붙은 NBA 우승결정시리즈는 1998년 이후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 같은 현상은 다른 종목에서도 나타난다. 여자프로농구 WNBA 시청률은 역대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고 폭스와 텔레문도가 중계한 FIFA 월드컵도 높은 관심을 끌었다. 닐슨시청률조사에 따르면 2025년 미국 TV 방송 시청률 상위 100개 프로그램 가운데 무려 96개가 스포츠였다.프로미식축구 NFL 경기가 48개, LA다저스와 토론토 블루제이스가 맞붙은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월드시리즈 경기가 7개 포함됐다.
![]() 뉴욕 닉스가 지난 6월 샌안토니오 스퍼스를 꺾고 5차전에서 2025-26시즌 NBA우승을 차지한 결승시리즈 시청률은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AP=연합 자료] |
인공지능(AI) 등 기술 변화로 기존 기업들의 사업모델이 순식간에 흔들릴 수 있는 시대라는 점도 스포츠의 상대적 가치를 높이고 있다. 윌리엄스 변호사는 "AI 때문에 존재 자체를 위협받는 기업들이 많지만 우리는 로봇이 농구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기술로 대체하기 어려운 '라이브 스포츠'의 희소성을 강조한 것이다.
프로리그들도 투자자들의 요구에 맞춰 사모펀드에 문을 열고 있다. NBA는 2021년 처음 사모펀드의 구단 투자를 허용했다. 개별 투자회사는 NBA 1개 구단의 지분을 최대 20%까지 보유할 수 있고, 한 구단에서 사모펀드들이 보유할 수 있는 지분은 총 30%까지다.
미국 주요 프로리그 가운데 가장 보수적이던 NFL도 2024년 사모펀드 투자를 허용했다. 사전 승인을 받은 투자회사가 한 구단 지분의 최대 10%를 보유할 수 있도록 했으며, 최대 6개 팀에 투자할 수 있다.
쿠슈너가 지난 4월 스라이브 캐피털 산하에 장기 보유 투자회사 '스라이브 이터널(Thrive Eternal)'을 설립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회사는 수십 년간 보유할 수 있는 소수의 자산에 집중한다는 전략을 내세우며 스포츠 구단을 "기술로 복제할 수 없는 자산"이자 "전통과 정체성, 공동 경험에 뿌리를 둔 상징적인 프랜차이즈와 문화기관"으로 규정했다.
스라이브 이터널은 MLB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비지배 지분을 매입하며 스포츠 투자에 뛰어들었으며 불과 4개월 만에 레이커스까지 포트폴리오에 추가하게 됐다. 다만 쿠슈너는 현재 NBA 마이애미 히트 소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레이커스 인수를 마무리하려면 이를 먼저 처분해야 한다. 거래에는 NBA 이사회의 승인도 필요하다.
●구단 가치 상승분 팬들 부담…충성도 높아 장기적 황금자산돼
막대한 투자금 유입은 구단과 선수들에게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자금력이 풍부한 새 구단주는 새 경기장을 건설하거나 기존 시설을 업그레이드하고, 스타 선수를 영입·잔류시켜 우승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여성 스포츠 역시 대규모 투자에 힘입어 전례 없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구단 가치가 치솟으면서 팬들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LA 타임스는 4인 가족이 다저스타디움에 입장하는 데만 약 250달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마크 월터가 구단주가 된 첫 시즌에 레이커스는 시즌티켓 가격을 인상해 팬들의 불만을 샀다.
그럼에도 경기장 좌석은 채워지고 있다. USC 마셜경영대학원의 아리아나 우할데 교수는 "열성적인 스포츠 팬들은 가격에 상대적으로 덜 민감하다"라며 구단 운영 결정에 불만을 표시하더라도 "팀을 사랑하기 때문에 좋을 때나 나쁠 때나 계속 경기장을 찾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스포츠 구단의 가치 상승이 영원히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세법 변화와 노사분규, 경기침체, 팬데믹 같은 충격은 구단 가치에 타격을 줄 수 있다. 실제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레이커스가 마이애미 히트를 꺾고 우승한 2020년 NBA 파이널은 경기당 평균 시청자가 745만명에 그쳐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그러나 팬들은 다시 경기장과 TV 앞으로 돌아왔다.
결국 사모펀드가 스포츠에 몰리는 이유는 단순하다. 강력한 브랜드와 희소성, 충성도 높은 팬층, 장기간 보장되는 미디어 수입을 동시에 갖춘 자산을 다른 산업에서는 좀처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프로 스포츠가 '우승을 위한 구단주의 꿈'에서 '장기간 보유할 수 있는 황금자산'으로 변하고 있는 셈이다. 정리=황덕준 기자
◆ 6,750만달러가 125억달러로…물가로 설명 안 되는 레이커스의 가치
![]() LA레이커스의 최고경영자 지니 버스.그는 지난해 레이커스의 대주주 지분을 다저스 구단주인 마크 월터에게 100억달러에 매각했다.[AP=연합 자료] |
그러나 현재 레이커스 한 팀의 평가가치는 125억달러다. 1979년 당시 3개 자산을 모두 포함한 인수가격과 비교해도 명목상 약 185배, 물가상승을 반영한 현재가치와 비교해도 약 40배에 달한다. 더구나 1979년 인수금액에는 레이커스뿐 아니라 프로아이스하키 NHL의 LA 킹스와 당시 레이커스 홈구장이었던 포럼까지 포함돼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레이커스 구단 자체의 가치 상승폭은 이보다 훨씬 크다고 볼 수 있다.
결국 지난 47년간 레이커스의 가치 폭등은 단순한 인플레이션의 결과가 아니다. 장기 중계권 계약과 티켓·스폰서십·상품 판매에서 나오는 안정적인 수익, 세계적인 브랜드 가치와 충성도 높은 팬층, 그리고 프로스포츠 구단의 희소성이 결합된 결과다. 바로 이 같은 특성이 스포츠 구단을 과거 억만장자의 '명예와 취미를 위한 자산'에서 사모펀드와 벤처캐피털이 수십 년간 보유하려는 '대체 불가능한 투자자산'으로 바꿔놓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