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닉스 주주환원 ‘기막힌 셈법’…40조·30조·50%, 이유 있는 숫자들 [홍길용의 화식열전](910회)

① SK하이닉스, ADR로 40조원 조달한 지 한 달여 만에 40조원 자사주 매입·소각…지배구조 때문에 자사주 매입·소각해야 ADR 추가 발행 가능. 증자-소각-증자-소각…?
② 삼성전자는 자사주 매입·소각 대신 30조원 특별배당 선택…금산법 ‘10% 룰’(?) 대주주인 삼성생명·삼성화재는 물론 삼성물산의 절세에도 유리. 역시 지배구조.
③ 양사 모두 FCF 연계 주주환원 약속했지만 미래 CAPEX 가이던스는 불명…환원 규모의 예측성 높이려면 투자계획의 투명성부터 제고해야. 기분 대로 말고 기준 대로


40조원을 미국에서 조달한 SK하이닉스가 한 달여 만에 40조원어치 자기 주식을 사서 없애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자사주 대신 우선 30조원을 현금으로 나눠준다. 내년에는 60~80조원을 더 돌려줄 예정이다. AI 반도체 호황이 만든 전례 없는 ‘잔치’다.

주주라면 반길 일이다. 그런데 돈의 흐름을 따라가 보면 지배구조와 관련된 두 회사의 계산법이 흥미롭다. SK하이닉스에는 미국주식예탁증서(ADR)와 주가가, 삼성전자에는 금융계열사의 지분율과 세금이 숨어 있다. 두 회사가 공통으로 내세운 잉여현금흐름(FCF) 기준에도 투자자가 알기 어려운 미지수가 있다. 주주환원이라는 같은 이름 아래 서로 다른 자본의 계산법이 작동하고 있는 셈이다.

▶ SK하이닉스, 모양새는 고가 증자, 저가 소각

먼저 SK하이닉스를 보자. 일단 확정 사항은 40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이다. SK하이닉스는 불과 한 달여 전 ADR 상장을 위해 신주를 발행했다. 그 규모가 40조원이다. 유상증자 명분은 국내 설비투자였다. ADR 발행 이후 대규모 달러 매도와 환 헤지(hedge) 물량이 외환시장에 유입되면서 치솟던 원·달러 환율이 하락 반전했다. 시장에서는 이를 ‘SK하이닉스 효과’로 분석했다. 조달한 달러 상당액이 이미 원화로 바뀌었거나 환헤지됐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고 ADR로 조달한 돈이 자사주 매입에 쓰인다고 단정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돈에는 꼬리표가 없다. ADR을 발행하지 않았다면 국내 설비투자에 들어갈 40조원은 기존 현금이나 앞으로 벌어들일 현금, 또는 차입 등 다른 방법으로 마련해야 했다. 그만큼 자사주 매입에 쓸 수 있는 자금 여력도 줄어든다. 회사 전체의 자금 흐름을 함께 볼 필요가 있다.

여기서 잠깐 질문을 던져보자. SK하이닉스 ADR은 전체 발행주식의 약 2.5% 수준이다. 계속 이 수준에 머무를까? 대만 TSMC의 ADR은 전체 발행주식의 20~25%에 이른다.

SK하이닉스는 ADR을 추가 발행하는 데 제약이 있다. 공정거래법에 따라 지주회사 체제에서 SK스퀘어는 상장 자회사인 SK하이닉스 지분을 최소 20% 이상 보유해야 한다. 지난달 ADR 발행으로 SK스퀘어의 SK하이닉스 지분율은 20%에 턱걸이했다. 신주 방식의 ADR을 더 발행하려면 SK스퀘어의 지분율을 높여야 한다. SK스퀘어가 SK하이닉스 주식을 더 사거나, SK하이닉스가 자사주를 사서 소각해 전체 발행주식 수를 줄이면 된다.

통상 주가는 증자에는 떨어지고 자사주 매입·소각에는 상승한다. ADR이 본주보다 높은 가격에 거래된다면 미국에서 신주를 발행하고 그보다 낮은 가격에 국내에서 기존 주식을 사서 없애는 접근은 경제적으로 충분히 매력적이다. 전형적인 의미의 차익거래는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한·미 증시의 가격 차이를 활용한 것과 같은 자본구조 재편 효과가 발생한다.

지난달 ADR은 원주 환산 주당 약 224만원에 발행됐다. 현재 SK하이닉스 본주가 166만원 안팎이라면 같은 수의 주식을 시장에서 다시 사는 데 필요한 돈은 약 29조5000억원이다. 단순 가격차만 10조원이 넘는다. 발행한 ADR과 같은 수의 주식을 되사는 데 그치지 않고 40조원을 모두 집행한다면, 주가가 변수이기는 하지만 ADR 발행으로 늘어난 주식보다 더 많은 주식을 사서 소각할 수도 있다.

자사주 소각으로 SK스퀘어 지분율이 다시 높아지면 ADR을 추가 발행할 공간도 생긴다. ADR이 계속 본주보다 높은 가격에 거래된다면 SK하이닉스로서는 미국에서 추가로 자본을 조달할 경제적 유인도 상당하다. TSMC 수준까지 ADR 비중을 높인다면 이런 과정이 향후 수년에 걸쳐 여러 차례 반복될 수도 있다.

SK하이닉스가 추가 ADR 발행을 염두에 두고 이번 자사주 매입을 결정했다는 근거는 없다. 그러나 자사주 매입·소각으로 다시 열린 ADR 추가 발행의 문을 SK하이닉스가 실제로 이용할 지는 지켜볼 대목이다.

※ 기사 내용을 토대로 챗GPT의 도움을 받아 만든 이미지입니다.


▶ 삼성전자, 배당이 주주사 계열사 절세에 유리

삼성전자는 연내 30조원을 특별배당하고 올해 결산이 이뤄진 뒤인 내년 상반기에 추가로 60~80조원의 주주환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새로운 약속은 아니다. 기존(2024~2026년) 주주환원 정책인 잉여현금흐름(FCF)의 50% 환원을 이행하는 것이다. 그래도 올해 성과에 대한 환원금액 추정치를 제시했다는 점에서는 SK하이닉스보다 구체적이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성과에 대한 예상 환원금액을 제시하지 않았다.

삼성전자가 자사주 매입이 아닌 특별배당을 선택한 점도 눈길을 끈다. 시장에서는 금산법의 ‘10% 룰’ 때문에 삼성전자가 배당을 선호할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전자가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하면 금융회사인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삼성전자 합산 지분율이 법에서 정한 한도인 10%를 넘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양사는 지난 3월에도 삼성전자의 자사주 소각으로 지분율이 10%를 넘을 가능성이 생기자 삼성전자 주식 약 1조5000억원어치를 선제적으로 매각했다.

일리는 있지만 전부는 아니다. 지분율이 10%를 넘으면 초과분을 팔아 수익을 내면 된다. 시점에 따라서는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파는 삼성전자 주식을 삼성전자가 자사주로 사들이는 모양새가 될 수도 있다.

같은 규모의 주주환원이라도 누구에게나 경제적 효과가 같은 것은 아니다. 세금만 놓고 보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에는 자사주 소각에 따른 지분 매각보다 배당이 유리하다. 현행 법인세법은 다른 국내법인 지분을 20% 미만 보유한 법인이 받는 배당금의 30%를 익금에 산입하지 않는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삼성전자 지분율은 모두 20% 미만이어서 같은 기준을 적용받는다.

다른 세무조정을 제외하고 2026년 최고 법인세율과 지방소득세율을 적용해 단순 계산하면 배당금의 70%에 27.5%의 세율이 적용된다. 배당금 100원을 받으면 세금은 약 19.25원인 셈이다. 반면 삼성전자 주식을 팔면 매각대금에서 세무상 취득원가를 뺀 양도차익에 최고 27.5%의 법인세와 지방소득세가 부과된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삼성전자 주식을 아주 오래전에 취득해 세무상 취득원가가 현재 주가보다 크게 낮다. 매각대금의 상당 부분이 양도차익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물론 삼성생명의 경우 유배당 보험계약자 문제 등 다른 변수도 있어 세금만으로 유·불리를 단정할 수는 없다.

개인은 정반대다. 일반적인 국내 상장주식 소액주주는 주식 양도차익에 소득세가 없지만 배당에는 세금이 붙는다. 다른 이자·배당소득과 합쳐 연간 2000만원을 넘으면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삼성전자는 내년 1월 이사회에서 현금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 등 환원 방식과 규모를 정하기로 했다. 어떤 방식을 얼마나 선택할지, 그 과정에서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이해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따져볼 대목이다.

지나간 CAPEX, FCF는 알 수 있지만...
지나간 CAPEX, FCF는 알 수 있지만...


▶ FCF의 50%? 투자액 안 밝히면 ‘깜깜이’ 기준

SK하이닉스는 주주환원 규모를 3개년 누적 FCF의 50% ‘이내’에서 ‘이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이번 주주환원이 FCF 50%라는 약속을 이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50% 이상’이든 ‘50%’이든 중요한 것은 그 값이다. 그런데 정작 값을 계산하기가 어렵다.

FCF는 회사가 영업으로 벌어들인 현금에서 공장과 장비 등에 투자한 돈을 빼고 실제로 남은 현금이다. 얼마를 벌지도 중요하지만 얼마를 투자하느냐에 따라 FCF는 크게 달라진다. 과거 투자실적은 현금흐름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문제는 미래다. 앞으로 얼마를 투자할지는 회사가 밝히지 않는 한 외부에서 정확히 알기 어렵다. 주주환원율이라는 답은 제시했는데 방정식의 핵심 변수 하나가 비어 있는 셈이다.

미국 기업들은 실적발표 때 연간 또는 다음 해 CAPEX 예상액을 범위로 제시하는 경우가 많다. 하이퍼스케일러(hyperscaler)의 AI 투자가 시장의 핵심 변수가 된 것도 이들이 실적발표 때마다 투자계획에 대한 가이던스(guidance)를 제시하기 때문이다. 투자계획이 달라지면 가이던스도 수정한다. 투자자는 이를 이용해 미래 FCF와 주주환원 여력을 다시 계산한다.

SK하이닉스는 물론 삼성전자도 미국 주요 기술기업과 비교하면 미래 CAPEX에 대한 정량적 가이던스가 충분하지 않다. 투자 방향과 생산능력 확대 계획은 설명하지만 투자자가 향후 FCF를 계산할 수 있을 정도의 연도별 투자액을 지속적으로 제시하지 않는다. FCF에 연동한 주주환원 정책을 내놓았다면 투자 가이던스의 투명성도 그에 맞게 높일 필요가 있다.

최근 2년간 SK하이닉스는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현금 83조원 가운데 약 43조원, 52%를 유형·무형자산 취득에 사용했다. 삼성전자는 같은 기간 영업활동현금흐름 158조원 가운데 약 99조원, 63%를 투자했다. 단순 계산하면 투자 후 남은 현금은 각각 48%, 37% 정도다.

그런데 이제 두 회사 앞에는 이른바 ‘3메가 프로젝트’라는 천문학적 투자가 기다리고 있다. SK하이닉스만 해도 지난 6월 말부터 7월 초까지 용인 600조원, 청주 100조원, 서남권 400조원 등 총 1100조원 규모의 중장기 투자전략을 발표했다. 1100조원이라는 총액은 아는데 올해와 내년 FCF를 결정할 연도별 투자액은 모르는 셈이다.

여기에 반도체 호황으로 임직원 성과급 부담도 크게 늘어난다. 이익이 급증한다고 FCF가 같은 속도로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FCF의 50%를 돌려주겠다면 먼저 FCF를 계산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주주환원율만큼 투자계획의 투명성도 중요하다. 대규모 투자 결정은 경영권을 가진 최대주주가 일반 주주에 대해 가진 가장 큰 비대칭전력이다. 권력은 투명하게 사용되어야 한다.

주주환원은 그때그때 ‘기분’으로 주는 선물이 아니라 투자자가 예측할 수 있는 ‘기준’에 따른 자본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