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한 모델이 ‘14 사이즈’ 이상인 플러스 사이즈 의류를 선보이고 있다. 패션 업계에서는 최근 비만약이 널리 보급되면서 수요가 줄었다며, 플러스 사이즈 제품 출시를 줄이고 있다. [게티이미지] |
[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 ‘자기 몸 긍정주의(body positivity)’와 사이즈 포용성 확대는 1년 뿐이었나.
패션 업계에서 XXL(2XL), 3XL 등 특대 사이즈, 일명 ‘플러스 사이즈’의 비중이 갈수록 줄고 있다. 비만약 효과를 본 소비자들이 많아 플러스 사이즈에 대한 수요가 줄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중고 시장에서의 플러스 사이즈 구매 증가 등을 들며, 의류 업체들이 플러스 사이즈 제품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보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리서치사 에디티드의 조사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SPA 브랜드 H&M의 홈페이지에 등록된 신규 여성용 드레스 제품 중 XL 사이즈의 비중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포인트 하락했다. XXL 제품 비중은 3%포인트 내려갔다.
지난해만해도 3XL와 4XL 제품은 신규 재고의 2%를 차지했으나, 올해는 여성 드레스 제품 중 3XL나 4XL 제품이 완전히 없어졌다. 반면 XS에서 L에 이르는 작은 사이즈 드레스 비중은 평균 3%포인트 증가.
H&M뿐 아니라 망고에서도 플러스 사이즈로 분류되는 16~20 크기의 신규 드레스 재고 비중이 지난해 6.6%에서 올해 0.5%로 대폭 줄었다. 앤스로폴로지에서는 드레스 중 플러스 사이즈의 비중이 지난해 10.5%에서 올해 9%로 줄었다.
이에 대해 패션 업계는 최근 마운자로, 위고비 등 GLP-1 계열의 비만약들이 성행하면서 체중 감소를 경험한 소비자들이 많아져, 플러스 사이즈의 수요가 줄었다고 주장했다. H&M은 영국 일간 가디언에 핏(fit)과 사이즈 수요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한 결과 “이러한(플러스) 사이즈에 대한 수요가 낮아진 것을 확인해, 3XL와 4XL 사이즈를 단종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 |
| 플러스 사이즈 전문 의류 브랜드인 토리드의 시카고 매장. 최근 비만약 열풍으로 체중 감량을 경험한 소비자들이 많아지면서 지난해 토리드는 전체 매장의 3분의 1에 달하는 151개 지점이 문을 닫았다. [게티이미지] |
실제로 최근 GLP-1 계열의 비만약들이 보급되면서, 소비자들의 신체 사이즈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갤럽에 따르면 수십년간 상승해온 미국 성인의 비만율은 2022년 39.9%까지 도달했지만, 올해 36.4%까지 떨어졌다.
리서치 업체 임팩트 애널리틱스는 작은 크기의 의류 판매는 2년 연속 상승했지만, 큰 사이즈 의류는 그 판매가 소폭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XS 사이즈 의류 판매는 전년보다 0.43%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M 사이즈 의류 판매는 0.02%, L 사이즈는 0.3% 감소했다. XL 이상의 사이즈는 0.39% 줄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플러스 사이즈 의류 시장이 줄어든 것이 단순히 수요 감소 때문은 아니라고 지적하고 있다. 패션 업체들이 셀러브리티(화제를 몰고 다니는 유명인)와 어울리는 세련된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플러스 사이즈 제품 유지를 거부한다는 것이다.
패션 업계에서는 경제적 우위와 체질량 지수(BMI)는 반비례 한다는 게 정설이다. 부유층일수록 비만이 없다는 설이다. 때문에 패션 업체들은 부유하고 트렌드에 민감한 이들을 유치하려면 플러스 사이즈 제품이 없는 브랜드로 인식되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GLP-1 비만약의 시대라도 해도, 대다수 미국인들이 여전히 플러스 사이즈라는 현실도 이 같은 비판을 뒷받침하고 있다. 지난해 플렁킷 리서치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 여성의 66%가 여전히 플러스 사이즈인 ‘14 사이즈‘ 이상을 입는다고 나왔다. 온라인 중고의류 판매 플랫폼 스레드업의 마케팅 부문 수석 부사장 크리스틴 브로피는 “더 큰 사이즈에 대한 수요는 사라지지 않고 있으며, 우리가 겨냥하는 시장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부분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기업들이 애초에 플러스 사이즈 품목을 취급하지 않아, 중고 매장으로 ‘밀려난다’는 얘기를 고객들로부터 많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브로피의 전언처럼 중고 시장에서는 플러스 사이즈 의류 판매가 크게 늘었다. 올해 들어 스레드업에서 여성 의류 중 L 사이즈 이상의 품목 구매량은 지난해보다 17.4% 늘었다. S 및 M 사이즈 의류의 구매량 성장률은 6.8%였는데, 이보다 2배 이상으로 수요가 많았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