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잘한 빌런들의 시대…본성 선해도 환경 탓에 악해져”

‘한국문학 미래 될 젊은작가’ 1위 청예 인터뷰
신작 소설 ‘주와 연’서 복수 이후의 삶 조명
복수라는 선택, 어떤 결과 초래했나 묻고파
독자에 재미 준다면 그것만으로 좋은 역할
차기작은 여자 이야기, 다음은 역사물 도전


청예 작가가 서울 마포구 구름아래 소극장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우리가 인생에서 어떤 일을 선택할 때 그 선택이 과연 필요했는지 질문을 던지고 싶었어요. 때로는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는 게 최선일 수도 있어요.”

2021년 등단한 5년 차 작가 청예. 데뷔 이듬해 한국과학문학상 대상을 수상하며 주목을 받은 데 이어, 올해는 예스24가 발표한 ‘한국문학의 미래가 될 젊은 작가’ 1위를 차지했다. 독자들의 뜨거운 사랑이 여전한 그를 최근 서울 마포구 구름아래 소극장에서 만났다.

청예 작가는 신작 소설 ‘주와 연’에서 한 여자의 복수를 죽음과 환생으로 풀어냈다. 하지만 이야기는 복수 자체보다 그 이후의 삶에 더 집중한다.

“복수가 좋다, 나쁘다 판단하는 것은 중요치 않았어요. 인물이 어떤 일을 했을 때 결과가 명쾌하게 이것 아니면 저것으로 분류되지 않는다고 보거든요. 복수라는 선택지가 과연 필요했는지, 그게 어떤 결과를 만들었는지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물론 다 선택하고 많이 후회한다는 작가는 “선택했기 때문에 책임감이나 고통도 떠안는 것 같다”면서 “어떤 것들은 그냥 있는 그대로 흘려보내는 게 더 좋을 때도 많았다”고 했다.

‘주와 연’이란 제목은 저주와 인연, 주인공 주희와 그가 환생한 연린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작품에서 주인공은 저주를 선택했지만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결과를 낳고, 새로운 인연도 시작된다. 그는 “결과는 선택할 수 없다는 것, 끝까지 선택하는 사람으로만 살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한다.

작품 속 인물은 일부를 제외하곤 대부분 절대적인 선인이나 악인은 없다. 그는 “주변을 보면 많은 사람들이 선한 모습과 악한 모습을 모두 갖고 있더라”며 “평생 완전하게 선하게 살 수 없고, 무조건적으로 나쁜 사람도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작 ‘오렌지와 빵칼’에선 도덕성에 억눌려 지내던 교사가 일탈을 통해 해방감을 느끼는 이야기를 다뤘다. 파격적인 그의 작품 속 인물들과 달리 ‘성선설’을 믿는다는 작가는 “대부분의 사람이 본성은 선한데 사회적 구조, 노동 환경 같은 외부 환경 때문에 나빠지는 것 같다”며 “너무 자기 자신을 검열하기보다 외부 환경을 먼저 바꾸는 게 첫 번째”라고 말했다.

작가는 이어 “옛날에 비해 자잘한 빌런이 많다. 희대의 살인마까진 아니지만 되게 짜증 나게 하는 빌런들을 미디어가 많이 보여준다”며 “그런 사람들이 자연스레 생겼는지, 만들어진 사람들인지 한번 생각해 보면 좋을 것 같다. 예를 들어 ‘맘충’, ‘○○남’, ‘○○녀’ 같은 단어로 부르는 사람들은 자연 발생하지는 않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우리 사회에 분노가 커지고 사적 제재가 쟁점이 되는 것에 대해 그는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를 짚었다. 그는 “한국은 좋은 나라지만 너무 일을 많이 해야 한다. 일을 많이 하지 않으면 돈을 많이 벌 수 없고, 돈이 적으면 불행한 나라이기 때문”이라며 “사람들이 일, 돈, 성공, 경제적 여유에 매몰되다 보니 어렸을 땐 착했던 사람이 못된 어른으로 자란 경우가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돈과 경제적 성공에 대한 욕망을 좀 줄일 수 있는 사회가 된다면 사람들의 선택도 자연스럽게 착해지지 않을까”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청예의 작품은 과학소설(SF), 오컬트 등 ‘장르문학’으로 분류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는 이러한 분류에 반감을 표했다.

“순수문학이라는 단어를 싫어해요. 그 외의 것들은 ‘불순’으로 낙인찍을 수 있기 때문이죠. 순수는 그 자체로 너무 좋은 뜻이 있어서 그 범주에 속하지 않으면 상대적으로 평가 절하될 수밖에 없어요. 차라리 전부 다 장르문학이라고 하면 좋겠어요. 순수문학도 장르문학의 일부라고 하구요.”

본명과 나이 모두 밝히지 않고 필명으로 활동하는 청예는 “개인정보를 공개하면 작품을 볼 때 편견으로 작동하지 않을까 싶어 필명으로 글을 쓴다”고 말했다. 예컨대 ‘주와 연’을 쓴 작가가 10대라고 들었을 때와 50대라고 들었을 때, 각각 작품에 대한 느낌이 다를 것 같아서다. 그는 “작품 자체로 그대로만 읽혔으면 좋겠다”는 소신을 드러냈다.

그는 독자들에게 어떤 작품을 전하고 싶을까. 그 질문에 주저치 않고 “재미있는 작품”이라고 말한다. 작가는 “(내 작품을) 그냥 편하게 엔터테인먼트처럼 즐기고, 질문거리를 하나 얻어 갔으면 좋겠다. 그것만으로도 그 책은 좋은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며 “읽는 동안만은 외롭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의 신작 ‘주와 연’에서도 빙어와 너구리 일화에서 ‘마지막에 빙어가 빌었던 소원은 무엇일까’ 하는 질문이 나오지만, 그 답은 작품이 끝날 때까지 나오지 않는다. 그는 “그 질문을 시작으로 독자들 나름의 질문을 만드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매번 새로운 장르에 도전하는 작가는 여전히 하고 싶은 것이 많다. 작가는 차기작에 대해 “여자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라며 “그다음엔 역사에 대한 이야기도 한번 도전하고 싶다. 정면돌파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공부해서 SF(공상 과학소설)로 쓰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청예는 이날 인터뷰 직후 가진 ‘한국문학의 미래가 될 젊은 작가’ 1위 기념 북토크에서 “소설을 쓸 때 결말을 먼저 생각해 두고 쓴다”며 “작품의 주제를 보여주면서 강렬한 여운이 남도록 쓰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예상치 못한 1위 등극에 “글을 쓰는 게 조금 두려워졌다”면서도 “문학을 좋아하는 분으로 남아주고, 내 독한 글을 버텨줘서 감사하다”고 마음을 전했다. 김현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