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9억弗→352.7억弗, 해외건설 79% 차지
에너지 전환 기조에 SMR 발주 확대 영향
중동 중심서 북미·유럽으로 수주처 다변화
글로벌 발전 프로젝트 7.9조弗, 기회 풍부
“국가별 전략, 수평·수직 협력 고도화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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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수력원자력이 두산에너빌리티 등과 신규 원전 2기 건설 사업을 수주한 체코 두코바니 원전 단지 모습. [로이터] |
글로벌 에너지 전환과 첨단 인프라 수요 확대에 힘입어 해외 산업설비(플랜트) 수주액이 3년 새 약 170%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플랜트 부문이 전체 해외건설 수주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약 80%에 달하는 만큼, 리스크 관리 고도화·국가별 차별화 전략·팀코리아 방식의 협력체계 강화 등을 통해 기술력 중심의 고부가가치 수주 체질을 다지고 시장 지배력을 더 키워야 한다는 전문가 제언이 나온다.
21일 해외건설협회의 ‘플랜트 공종 연도별 수주액 추이’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한 해 동안 국내 건설기업들의 해외 플랜트 수주건수는 69건, 수주금액은 352억7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전체 수주액의 79.2%를 차지하는 수치로, 역대 두 번째로 높은 비중을 기록했다.
연도별로 보면 2022년 130억9000만달러였던 플랜트 수주액은 2023년 157억8000만달러→2024년 242억9000만달러→2025년 352억7000만달러 등으로 급증세를 보였다. 불과 3년 만에 수주액이 169% 증가한 것이다. 수주건수로 봐도 2022년 55건에 비하면 25% 늘었다. 올해 7월 말 기준 수주건수는 45건으로 지난해 수치의 65%를 달성했다. 다만 수주액은 84억9000만달러 수준이다.
김태준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신성장전략연구실장은 ‘2026년 해외건설시장 전망 및 과제’ 보고서에서 “해외건설 수주의 가장 큰 특징은 플랜트 분야의 지속적인 상승세”라며 “2000년대 이전까지 해외 수주의 주력 공종은 토목, 건축 분야였지만 2000년대 이후 플랜트 사업 진출이 활성화되며 비중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친환경·전력 인프라 발주 확대…수주 국가 다변화=최근 수년간의 해외 플랜트 수주 확대 추세는 글로벌 에너지 전환 기조 속 친환경·전력 인프라 발주 증가 및 금융과 결합한 고부가가치 투자개발형(PPP) 사업 수주 확대 등이 맞물린 결과로 해석된다. 탄소중립 이행을 위한 수소·암모니아, 액화천연가스(LNG) 등 에너지 플랜트 구축 움직임이 가속화되는 데다, 세계적으로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증설로 인한 전력 수요 급증으로 가스복합화력, 소형모듈원전(SMR) 등 원전 인프라 발주가 늘어난 영향이다. 이에 더해 정부와 국내 건설사들의 기술력, 공정관리 능력을 바탕으로 PPP 사업 진출도 확대되면서 수주 단위가 수조원대로 대형화됐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중심의 글로벌 발전 시장은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한 저탄소 에너지 전환 수요의 급증, 도시화 및 산업화로 인한 전력 소비량의 급격한 증가, 대규모·지속적인 전력 공급이 가능하고 탄소 배출이 적은 발전 방식에 대한 투자가 맞물리면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진출 지역 확대 등 해외건설 시장의 구조적 다변화 흐름도 플랜트 수주액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기존에는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 석유화학 시장에 집중됐던 해외건설 수주 거점이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으로 대폭 확장됐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한국수력원자력, 대우건설, 두산에너빌리티 등이 참여하는 ‘팀코리아’는 체코전력공사(CEZ)가 발주한 187억달러 규모 두코바니 원전 공사를 따내기도 했다.
김 실장은 “중동 지역은 2024년 해외 수주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큰 비중을 보였고, 이전에도 30% 수준을 유지했지만 지난해에는 25.1% 수준으로 전년 대비 크게 하락했다”며 “태평양-북미 지역과 유럽 지역의 비중은 점차 증가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미국 정부의 관세 협정으로 인해 북미 지역에 대한 투자가 지속될 것을 고려하면, 향후 북미가 해외 수주의 핵심 지역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전 세계 발전 프로젝트 7.96조달러 가치…시장 다변화 따른 리스크 모니터링 강화해야=이런 상황 속 글로벌 발전 플랜트 시장은 앞으로의 기회도 풍부한 상태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글로벌데이터(GlobalData)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 세계에서 추진 중인 발전 프로젝트의 총 가치는 7조9600억달러로, 이 중 61.4%에 해당하는 4조8900억달러가 계획 단계에 있다. 이런 사업들이 구체화하고 재원 마련이 추진될 경우 국내 기업에 유망한 사업 기회가 될 전망이다.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 해결 필요성이 커지며 원전 사업 추진 또한 탄력을 받고 있다. 연초 기준 18개국에서 58기(60GW 규모) 원자로 건설이 진행되고 있고, 30년 이상 된 원자로가 전체의 66%를 차지하고 있어 신규 원전 발주도 확대될 것으로 관측된다. 국내 기업이 사업을 추진 중인 동유럽 주요국 원전 시장뿐 아니라 SMR과 관련해 미국, 스웨덴 등 원천기술을 보유한 곳과의 전략적 협업도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기회를 결실로 맺기 위해선 시장 다변화에 따른 리스크 모니터링 강화, 국가·지역별 접근 전략, 수평적·수직적 협력체계 고도화 등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중동·아시아 지역에서 북미·유럽 등으로 시장이 커지고 있어 국가별로 상이한 법률체계, 계약관행, 환율 변동성, 정치적 안정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리스크 평가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글로벌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어 정치적 리스크가 높은 지역에 대해선 수출보험 및 투자보증 등 정책금융 활용을 확대해 국내 기업의 리스크 부담을 줄여주는 방안도 병행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또한 건설업계 내 수평적 협력과 더불어 발주처, 금융기관, 정부 등과의 수직적 협력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이다. PPP 사업 등 단일 기업의 역량만으로 경쟁력 있는 입찰이 어려워져 정부의 해외건설 진출 기업에 대한 세제 헤택, 금융 지원, 보증 확대 등 정책적 지원과 대형 프로젝트에 필요한 금융 패키지를 제공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김 실장은 “업계 내 협력에 더해 데이터센터, 배터리 제조시설 등 다양한 플랜트 수요가 증가하는 만큼 타 산업과의 연계 강화도 필수적”이라며 “기업 간 기술 공유 플랫폼을 구축하고, 해외 진출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하는 협력 네트워크도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혜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