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낀 집 사라더니” 보유세 급증 ‘비거주 1주택’ 분통

실거주 유예 무주택자, 내년 종부세 ↑
“1주택자보다 세금 더많아” 여론 악화
 23일 고위당정, 세재개편안 수정 촉각


“정부가 세 낀 집을 사라고 장려해서 지난 5월 첫 ‘내 집’을 장만했습니다. 무주택자가 세입자가 있는 집을 사면 전세 계약이 끝날 때까지 실거주를 미뤄도 된다고 하더니, 갑작스럽게 세금이 늘어나는 상황이에요.”(부동산 커뮤니티 게시글)

여권을 중심으로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양도소득세 개편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2026년 세제개편안’ 발표 이후 정부의 권유로 ‘세 낀 집’을 매수한 무주택자 등 정책 엇박자에 대한 지적과 부정 여론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실거주 유예-세제개편 정책 충돌…‘세 낀 집’ 산 무주택자 혼란=21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실거주 의무 유예방침에 따라 세입자가 있는 ‘세 낀 집’을 매수한 무주택자를 중심으로 세제개편안에 대한 혼란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 5월 9일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를 앞두고 무주택자에 한해 ‘세 낀 집’을 예외적으로 매수할 수 있게 했다. 서울 전 지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돼 본래 주택을 사면 거래 허가 이후 4개월 이내 입주해 2년간 실거주를 해야 했지만, 무주택자의 경우 다주택자의 세 낀 집을 매수할 시 2028년 5월 11일까지 실거주 의무 이행 시점을 미뤄준 것이다. 양도세 중과 재개에 따른 매물 잠김 현상을 완화하고, 또 매물 출회를 통해 집값 안정을 꾀하기 위한 조치였다.

문제는 이번 세제개편안에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혜택을 축소하면서 이들을 구제하는 내용을 담지 않았다는 점이다. 세제개편안에 따르면 실거주 여부를 중심으로 종부세 체계를 개편하면서 비거주 1주택자의 기본공제는 당장 내년부터 기존 12억원에서 9억원으로 낮아진다. 또 종부세 보유공제는 2028년 폐지하고, 거주공제로 전환한다. 종부세 과세표준 6억~12억원 구간부터 상위 4개 구간 세율이 단계적으로 인상(1.3~2.7%→2.0~5.0%)된다.

비거주 1주택자의 예외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1년 이상 게속해 거주 중인 주택에서 취학·직장 변경·질병·해외 체류 등으로 이전하는 경우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으로 거주할 수 없는 경우 ▷주택 수 산정에서 제외되는 일부 특례주택인 경우 ▷등록임대주택 중 건설임대주택이거나 매입임대주택인 경우로 한정했다. 실거주 유예를 받은 무주택자는 예외 인정 대상에서 빠진 것이다. 세 낀 집을 매수한 A씨는 “정부의 말을 믿고 세입자 만기가 되면 바로 들어 갈 생각으로 현재 전세 계약이 2028년 만기인 집을 매수했다”며 “세 낀 집 사라고 하더니, 당장 내년 종부세를 실거주 1주택자보다 더 많이 내게 생겼다”고 호소했다.

▶“사실상 ‘비거주 1주택’ 증세” 여권 유턴하나=이 같은 ‘정책 충돌’에 따른 부정 여론이 지속되자, 여권에서도 세제 개편안 수정 의견이 나오고 있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신임 대표도 비거주 1주택이나 부부 공동명의에 대한 세 부담 강화에 반대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정치권에선 오는 23일 열리는 김 대표 체제 이후 첫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부동산 세제개편안 수정 등을 다룰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부동산 세제 개편 이후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이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에 지금 시점에서 부동산 정책 전환점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김 대표는 지난 14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중산층 1주택 비거주자가 전국적으로 상당수이므로 이들에 대한 세금변화가 전·월세 시장까지 연쇄 반응을 미치는 부분을 특히 유념해야 한다”며 “양도세에 있어 1주택 비거주자의 보유 공제를 폐지하는 것은 서울의 웬만한 아파트에 해당하는 시가 12억 이상 1주택 비거주자들에게는 사실상 증세인 면도 있고, 임차인 퇴거 강요 등의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짚었다.

또 “공시가격 상승으로 현행 제도를 유지해도 세 부담이 증가한다”며 기본공제 기준을 내려 세금이 늘어나는 비거주 1주택자의 종부세는 건드리지 말자는 의견을 직접적으로 내기도 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도 부동산 세제 개편안에 담긴 비거주 예외 사유 외에도 불가피한 상황에 대해 구제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20일 국회 재정경제위원회에 참석해 윤후덕 더불어민주당 의원과의 질의응답 과정에서 “부동산 세제 개편안 입법예고에 여러 얘기가 많이 들어오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비거주 1주택) 집행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비거주할 수 있는 사유가 된다면 그 부분에 대해서는 국민들 불편함이 없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부동산 세제개편안을 보완하더라도 ‘실거주 중심’의 대원칙은 변함없을 거란 전망이 나온다. 한 재정경제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은 “같은 서울시 의원들끼리도 세제에 대한 의견이 다 다르다”며 “단 초고가·비거주 1주택 보유세 강화에 대한 큰 틀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승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