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반건설 소송 취하로 법적 걸림돌 사라졌는데… 이번엔 인천경제청이 시공사 선정 ‘제동’
‘추가 혼란 막아야’ 원론적 이유로 업무 중단 요구… 정작 사업 지연·비용 부담은 IGCD에 집중
100% 출자기관이 출자회사 사업에 제동… IGCD는 ‘문제 있는 기관’으로 비칠 우려
민선 9기 출범 초기 산하기관 간 갈등 장기화… 박찬대 시정부에도 부담
![]() |
| 갈수록 태산인 송도 글로벌타운 3단계 사업 조감도. |
[헤럴드경제(인천)=이홍석 기자]호반건설과의 법적 분쟁으로 한동안 발목이 잡혔던 인천 송도 글로벌타운 3단계 사업이 소송 취하로 정상화의 실마리를 찾는가 싶더니 이번에는 ‘집안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사업을 추진하는 인천글로벌시티(IGCD)에 출자한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인천경제청)이 지난달에 이어 지난 18일에도 시공사 선정 업무를 중단하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인천경제청이 제시한 사유가 호반건설 소송과 재입찰 유찰, 청약의향 접수 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한 이슈가 발생한 만큼 ‘추가적인 혼란을 막기 위해 별도의 승인이 있을 때까지 선정 업무를 중단해야 한다’는 원론적 수준이라는 데 있다.
결론적으로 시공사 선정 업무 중지에 대한 지시는 별다른 사유가 없다. 오로지 추가적인 혼란을 막기 위한 것이 고작이다.
법적 분쟁이 사실상 정리된 상황에서 사업 정상화를 위해 무엇을 어떻게 보완해야 하는지, 어떤 조건이 충족되면 시공사 선정 업무를 재개할 수 있는지 구체적인 기준과 일정은 제시되지 않고 있다.
결국 사업을 추진해야 할 IGCD는 다시 손발이 묶이는 모양새다.
소송은 끝났는데… 왜 또 시공사 선정이 막히나
송도 글로벌타운 3단계 사업은 송도국제도시에 약 1700세대 규모의 주거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재외동포들의 안정적인 정착을 지원하는 동시에 송도국제도시의 주거 기능을 확충하고 사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개발이익을 지역의 교육·정주 인프라 등에 활용한다는 점에서 단순한 민간 주택사업과는 성격이 다르다.
하지만 사업은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꼬이기 시작했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던 호반건설과의 협상이 결렬되면서 IGCD가 지난 5월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해제했고 호반건설이 이에 반발해 법적 대응에 나서면서 사업은 또다시 분쟁에 휘말렸다.
이후 신규 입찰이 유찰되면서 사업 정상화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그러나 호반건설이 인천지방법원에 제기했던 우선협상대상자 지위 보전 가처분 사건을 지난 11일 취하하면서 법적인 장애물은 일단 해소됐다.
IGCD 입장에서는 그동안 사업을 묶어왔던 중요한 장애물이 사라진 만큼 새로운 시공사 선정 절차를 통해 사업을 정상화해야 할 시점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출자기관인 인천경제청이 시공사 선정 업무 중단을 요구하고 나섰다.
‘추가 혼란 방지’라지만… IGCD 무엇을 잘못했나
여기서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된다. IGCD가 현재 무엇을 잘못했다는 것인지, 오히려 문제의 기관으로 몰리고 있는 모양새다.
호반건설과의 분쟁은 이미 소송 취하로 일단락됐다. 신규 입찰이 유찰된 것은 특정 업체를 임의로 선정한 결과가 아니라 입찰 과정에서 발생한 결과다.
그렇다면 IGCD가 사업 정상화를 위해 다시 시공사 선정에 나서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인지 따져봐야 한다.
인천경제청은 추가 혼란을 막기 위해 별도의 승인이 있을 때까지 시공사 선정 업무를 중단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추가 혼란’이 무엇인지, 그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IGCD가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없다면 사업 주체 입장에서는 사실상 무기한 대기 상태에 놓일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이 과정에서 자칫 IGCD가 마치 사업을 잘못 추진해 문제가 발생한 기관인 것처럼 비칠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각종 분쟁과 유찰이 모두 IGCD의 잘못이라고 단정할 수 있는 근거는 별개의 문제다.
오히려 IGCD는 우선협상대상자와의 협상이 결렬된 뒤 사업을 계속 추진하기 위해 새로운 입찰 절차를 진행해야 하는 사업 주체다.
그런데 출자기관이 사업 추진에 제동을 걸면서 결과적으로 사업을 추진하려는 IGCD가 오히려 문제가 있는 기관처럼 궁지에 몰리는 역설적인 상황이 만들어지고 있다.
사업 지연의 대가는 결국 IGCD가 치른다
인천경제청의 업무 중단 요구가 더 주목받는 이유는 사업 지연에 따른 부담의 상당 부분이 결국 IGCD에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IGCD는 인천경제청이 100% 출자한 기관이다. 그런 IGCD가 시공사 선정 업무를 진행하지 못하면 사업 일정은 뒤로 밀릴 수밖에 없다.
착공이 늦어지면 준공도 늦어지고 준공이 늦어지면 입주 일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여기에 토지 잔금 지급 문제와 금융비용, 사업관리 비용, 각종 고정비용 등 사업 지연에 따른 경제적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IGCD는 오는 12월 중순까지 인천경제청에 약 3060억원의 토지 잔금을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다. 늦춰지면 기간에 따라 연 7~10%의 연체이자가 발생한다.
결국 사업을 중단시키는 결정과 사업 지연으로 발생하는 비용 부담이 서로 다른 기관에 귀속되는 구조가 아니냐는 문제 제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인천경제청 입장에서는 토지 잔금이라는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존재하는 반면, 사업 지연으로 발생하는 각종 사업 리스크는 시행 주체인 IGCD가 직접적으로 떠안게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천경제청이 사업 정상화를 위해 시공사 선정 업무를 중단시킨다면, 이에 따른 사업 지연 비용과 책임을 누가 어떻게 부담할 것인지도 함께 설명해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출자기관-출자회사’ 관계가 오히려 사업 발목 잡나
이번 사태에서 특히 눈여겨볼 대목은 인천경제청과 IGCD의 관계다.
인천경제청이 100% 출자한 IGCD는 인천경제청과 무관한 별개의 민간사업자가 아니다.
그렇다면 사업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사업을 멈춰 세우는 것보다 출자기관과 출자회사가 머리를 맞대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물론 인천경제청이 사업 과정에서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그러나 업무 중단이 필요하다면 최소한 ▷무엇이 문제인지 ▷어떤 조치가 필요한지 ▷누가 보완해야 하는지 ▷언제까지 검토할 것인지 ▷어떤 조건에서 업무를 재개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별도 승인 때까지’라는 방식으로 업무 중단만 요구한다면 사업 주체인 IGCD는 사실상 움직일 수 없는 상황에 놓인다.
사업을 추진하면 출자기관의 제동을 받고 중단하면 사업 지연 책임을 떠안게 되는 구조라면 IGCD 입장에서는 어느 쪽도 선택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박찬대 시정부에도 부담… ‘산하기관 교통정리’ 필요
이번 사태는 새롭게 출범한 박찬대 인천시장 민선 9기 시정부에도 결코 가볍지 않은 문제다.
이번 논란의 직접적인 원인을 박찬대 시장에게 돌릴 수는 없다.
그러나 시민의 시각에서는 다르다.
인천시 산하 기관과 출자기관 사이에서 1700세대 규모의 주요 주거사업이 계속 표류한다면 결국 ‘인천시가 산하기관을 제대로 조정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박찬대 시장은 취임 이후 원도심 대전환과 지역경제 활성화, 주거·교통·교육 인프라 확충 등을 주요 시정 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그런데 새 민선 9기 시정부 출범 초기부터 인천시 산하 인천경제청과 그 출자회사인 IGCD가 사업 추진을 놓고 갈등하는 모습이 장기화된다면, 이는 박 시장이 추진하려는 시정의 속도와 신뢰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더욱이 인천시가 시공사 선정 업무 중단과 관련해 공식적으로 지시가 없는 상황에서 인천경제청의 중단 요구가 계속된다면 문제는 더욱 복잡해진다.
인천시가 지시하지 않은 일을 산하기관이 계속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인천경제청이 어떤 이유로 독자적으로 판단해 사업에 제동을 걸고 있는 것인지 재외동포와 시민 입장에서는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번 사태는 단순한 IGCD의 사업 문제가 아니라, 민선 9기 인천시정부의 산하기관 조정·관리 능력을 시험하는 사안이 될 수 있다.
박 시장에게 필요한 것도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사업 지연으로 시민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명확한 행정적 기준을 세우는 일이다.
아라1초·영종 국제학교 등 연계사업도 ‘빨간불’
문제는 사업 지연의 피해가 IGCD에만 머물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송도 글로벌타운 3단계 사업은 주거단지 조성 자체만을 목적으로 추진되는 사업이 아니다.
사업을 통해 지역의 교육·정주 인프라를 지원하는 연계사업도 예정돼 있다.
사업 일정이 늦어질 경우 (가칭)아라1초등학교 개교(2030년 3월 예정) 지원과 영종 국제학교 건축비(약 1500억원) 지원 등 연계사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결국 시공사 선정 업무가 몇 달 늦어지는 것이 단순히 ‘건설사업 일정 몇 달 지연’으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주거 공급이 늦어지고 ▷교육시설 지원 일정이 흔들리고 ▷사업비 부담이 늘고 ▷사업 주체의 이미지까지 훼손되는 연쇄적인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인천시가 더 이상 이 문제를 인천경제청과 IGCD 사이의 내부 문제로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외부 분쟁 끝났더니 내부 갈등… ‘제 살 깎아 먹기’
결국 송도 글로벌타운 3단계 사업은 지금까지 너무 많은 시간을 시공사 선정 문제로 소모했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이후 분쟁이 발생했고 법적 대응으로 사업이 흔들렸으며 신규 입찰은 유찰됐다.
그리고 어렵게 호반건설의 소송이 취하되면서 정상화의 계기가 마련됐지만, 이번에는 출자기관이 다시 시공사 선정 업무에 제동을 걸고 있다.
외부와의 분쟁이 끝나자 이번에는 내부 갈등으로 사업이 다시 멈추는 형국이다.
더 큰 문제는 이 과정에서 누가 가장 큰 피해를 보는가다.
인천경제청과 IGCD가 서로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는 동안 사업 지연에 따른 비용과 리스크는 쌓이고 사업 이미지가 훼손되며 주거단지를 기다리는 시민과 재외동포의 불안도 커질 수밖에 없다.
결국 기관끼리의 갈등이 길어질수록 ‘제 살 깎아 먹기’가 될 수밖에 없다.
이제는 인천시가 답해야 한다
송도 글로벌타운 3단계 사업에서 지금 필요한 것은 또 다른 논란이 아니다.
인천경제청과 IGCD가 무엇 때문에 이견을 보이고 있는지, 시공사 선정 업무를 왜 중단해야 하는지, 사업 정상화를 위해 어떤 절차가 필요한지, 그리고 사업 지연으로 발생하는 비용과 시민 피해를 누가 책임질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 필요하다.
특히 아무런 공식적인 시정 지시가 없는 상태에서 인천경제청의 업무 중단 요구가 계속되고 있다면 인천시 역시 이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인천시가 계속 지켜보기만 한다면 결과적으로 산하기관 간 갈등을 방치하는 모양새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박찬대 시장에게도 이번 사안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행정력의 문제다.
IGCD의 사업 추진 과정에 실제 잘못이 있다면 무엇이 잘못됐는지 분명하게 밝히고 바로잡으면 된다.
반대로 IGCD가 사업 정상화를 위해 필요한 절차를 밟고 있다면 근거 없는 오해와 불필요한 제동으로 사업 주체가 궁지에 몰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
문제가 있는 기관을 보호하자는 것이 아니다. 문제가 없는 기관까지 문제 있는 기관처럼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1700세대 주거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이 기관 간 책임 공방에 발목을 잡혀서는 안 된다.
시공사와의 소송이 끝났다면 이제 사업을 정상화할 때다.
출자기관과 출자회사가 서로 얼굴을 맞대고 해결해야 할 문제를 ‘중단’이라는 방식으로 미룬다면 결국 그 대가는 시민이 치르게 된다.
‘사업을 하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이제는 인천시가 답해야 할 차례다.
주거단지 공급 하나를 놓고 외부 분쟁에 이어 내부 갈등까지 반복된다면 시민 입장에서는 묻지 않을 수 없다.
“주거단지 하나 조성하는 것이 이렇게까지 힘들어야 하는가”, ‘거익태산(去益泰山)’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