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조 반도체 품는 광주…철도는 여전히 ‘외나무다리’

광주송정~순천 구간만 단선으로 남아
남해안 철도망 전체 병목 우려
“설계 단계서 복선 전환해야”


전남 순천 원도심을 통과하는 경전선 무궁화호. [헤럴드경제DB]


[헤럴드경제=윤성현 기자] 광주 군공항 부지를 중심으로 대규모 반도체 생산기지 조성이 추진되는 가운데 이를 뒷받침할 철도망의 병목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현재 단선으로 추진 중인 경전선 광주송정~순천 구간도 향후 반도체 산업과 연계한 여객·물류 수요 증가를 감안해 복선 건설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광주송정~순천 철도건설사업은 약 121㎞ 구간을 단선전철로 건설하는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다. 문제는 광주송정에서 보성과 순천을 거쳐 진주·부산으로 이어지는 경전선 가운데 광주송정~순천만 단선으로 남는다는 점이다. 순천 이후 영남권 구간은 복선화돼 있어 장기적으로 해당 구간이 경전선 전체의 선로 용량을 제약하는 병목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광주를 둘러싼 산업 여건이 크게 달라진 것도 복선화 필요성이 다시 거론되는 배경이다. 정부와 기업은 호남권에 800조원 규모를 투자해 메모리 반도체 팹 4기를 구축하는 구상을 내놨고 약 250만평 규모의 광주 군공항 부지가 반도체 산업단지 입지로 결정됐다.

반도체 생산시설이 본격 가동되면 경전선의 기능도 기존 여객 중심에서 산업·물류망으로 넓어질 가능성이 있다. 반도체 완제품은 항공 운송 비중이 높지만 생산라인 구축에 필요한 대형 제조장비와 각종 소재·부품은 항만과 육상 교통망을 통해 지속적으로 반입된다. 부산·경남의 항만 및 제조업 기반과 광주·전남을 잇는 경전선의 역할이 지금보다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단선은 상·하행 열차가 같은 선로를 이용하기 때문에 운행 횟수를 늘리는 데 한계가 있다. 앞으로 KTX와 일반열차 운행이 늘어나는 동시에 산업 물동량을 처리할 화물열차 수요까지 더해질 경우 선로 용량 부족이 현실화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뿐 아니라 AI산업과 여수 국가산단, 남해안 관광 수요 등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광주송정역의 교통 수요 자체도 증가할 전망이다. 오는 9월 KTX와 SRT 통합 운영이 시작되면 호남선 열차 운행과 좌석 공급이 늘어나고, 2027년부터 신규 고속차량 도입도 예정돼 있다.

최근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토지보상비가 상승하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향후 수요 증가로 결국 복선화가 필요해질 경우 단선 개통 이후 추가 공사를 벌이는 것보다 현재 설계 단계에서 선로 용량을 다시 따져보는 편이 중장기적으로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철도업계 관계자는 “단선으로 개통한 뒤 복선화에 나서면 추가 용지를 확보하고 토지를 다시 보상해야 할 수 있다”며 “기존 선로와 맞붙여 터널·교량을 확장하거나 별도 구조물을 설치해야 하는 데다 열차 운행을 유지하면서 공사를 진행해야 해 시공 난도와 안전관리 부담도 커진다”고 말했다.

이어 “철도는 한번 건설하면 수십 년간 사용하는 국가 기간시설인 만큼 당장의 수요만을 기준으로 판단하기 어렵다”며 “광주 반도체 팹과 주변 산업단지 조성에 따라 늘어날 중장기 여객·물류 수요까지 감안해 복선화 여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