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딱 1달’ 일하고, 평생 연금 받는 중국인…국민연금 ‘추납’ 논란

건설 현장. 본문 내용과 직접 관련 없는 사진 [연합]


[헤럴드경제=김보영 기자] 국내에서 국민연금에 단 1개월 가입해 일한 뒤 과거 기간에 대한 보험료를 한꺼번에 납부하고 평생 매월 연금을 받는 외국인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도입된 ‘추후납부 제도’가 외국인의 연금 수급 수단으로 제도 취지와 맞지 않게 활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일선 지사에서는 단기간 국민연금에 가입한 뒤 거액의 추납 보험료를 납부해 노령연금 수급 요건인 가입기간 120개월(10년)을 채우는 외국인 사례가 다수 확인되고 있다.

중국인 A씨는 H-2 비자로 국내에 입국해 사업장에서 단 1개월 국민연금에 가입한 뒤 60세가 됐다. 당초 납부한 보험료를 돌려받는 반환일시금 대상이었지만, 노령연금을 받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판단해 119개월치 보험료를 한꺼번에 추납했다. 이후 노령연금 수급 요건을 충족해 현재 매월 연금을 받고 있다.

중국인 B씨도 건설 일용직으로 국민연금에 1개월 가입 후 출국해 반환일시금을 수령했다가 다시 입국해 1개월 가입, 임의계속가입 1개월, 기존 수령금 반납, 119개월 추납을 거쳐 총 121개월의 가입 기간을 만들어 연금을 수령 중이다.

영주 체류자격(F-5)을 가진 중국인 C씨는 국민연금에 9개월 가입 뒤 반환일시금 수령이 불가능해지자 128개월 치를 추납하고 조기노령연금을 청구해 현재 중국에 거주하며 연금을 받고 있다.

경력단절자 돕던 추납 제도…외국인도 활용 가능


이 같은 외국인의 추납 사례를 두고 국민연금공단에서는 제도의 구조적 문제점이 여러 경로를 통해 제기되고 있다. 우선 외국인 추납은 경력단절 전업주부나 영세 근로자의 연금 수급권을 보호하려는 제도 본래의 취지와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추후납부는 실직이나 사업 중단 등으로 보험료를 내지 못했던 납부예외 기간이나, 결혼 및 출산 등으로 가입 이력이 끊긴 기간에 대해 사후에 보험료를 낼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지난 1999년 처음 도입된 뒤 2016년 11월부터는 무소득 배우자나 기초생활수급자 등 적용제외 기간에 대해서도 최대 119개월까지 추납을 허용하고 있다.

문제는 외국인 가입자 역시 추납신청 대상기간이 있고, 과거 대상 기간에 외국인 등록이 돼 있었다면 10년 미만의 범위에서 제한 없이 추납을 신청할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F2, F4, F5, F6 비자 등을 보유한 외국인, 특히 한국계 중국인을 중심으로 추납 신청이 꾸준히 늘면서 노령연금 수급자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해외 거주 시 사후관리 한계…제도 정비 목소리


추납을 통한 연금 수급이 확대될 경우 기금 재정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외국인의 경우 가입 대상 여부나 배우자의 가입 이력, 체류자격 등을 국내 공적자료만으로 확인하기 어려워 추납 대상 기간이 잘못 산정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국가마다 가족관계와 혼인 증빙서류 양식이 제각각이고 위조 가능성까지 있어 일선 창구에서 진위를 검증하기 어렵다는 점도 부담이다. 해외 거주 수급자의 사망 여부를 적시에 파악하지 못해 노령연금이 부정 지급되거나 유족연금 지급 관리에 구멍이 생길 우려도 상존한다.

국민연금공단 일선 현장에서는 반납과 추납 제도를 활용해 연금 수령 자격 기간(120개월)을 충족하는 외국인이 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국민의 신뢰를 지키고 연금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외국인에 대한 추납 및 수급 기준을 조속히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