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시총 499억은 퇴출, 500억은 생존?”…법정 간 ‘시총 상폐 룰’ 핵심 쟁점 뜯어보니 [투자360]

관리종목지정·상폐 결정 가처분 관련 첫 심문기일
상장사측 “상폐 금액 기준 근거 없고 절차도 잘못”
거래소 “시장 성장·주요국 기준 참고 상향 필요”


서울 여의도 증권가의 모습.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김지윤·문이림 기자] 한국거래소와 금융당국이 앞당겨 도입한 시가총액 상장폐지 기준을 둘러싸고, 법정 공방 1라운드가 시작됐다. 최근 상장사 3곳이 한국거래소를 상대로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면서다. 이날 첫 심문기일을 앞두고 양측은 준비서면과 답변서를 각각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소송을 제기한 상장사들(채권자)의 소송대리인인 법무법인 챔버스는 지난 18일 법원에 준비서면을 제출했다. 이어 19일 한국거래소(채무자) 소송 대리인 역시 답변서를 제출했다. 이날 열리는 심문기일에서는 앞서 양측이 제출한 서류를 기반으로, 사실 관계를 확인하는 작업이 이뤄질 전망이다.

이번 가처분은 지난달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2곳과 코스닥 상장사 1곳이 조기 시행된 시가총액 상장규정이 위법하다며 관리종목 지정과 상장폐지 결정을 금지해달라는 취지로 제기했다.

특히 채권자 중 한 곳으로 이름을 올린 A회사는 20년이 넘는 기간동안 유가증권 시장에 상장된 회사다. 2023년부터 3년 연속 1200억원대의 매출을 내고 있으나, 시가총액이 기준금액에 미달하면서 최근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상태다.

쟁점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상장폐지 기준금액 자체의 산출 근거이고, 다른 하나는 이를 앞당겨 시행한 절차의 정당성이다.

한국거래소는 2005년 제정 당시 25억원 미만이었던 시가총액 유지기준을 2008년 50억원 미만으로 올린 뒤 이를 17년간 유지했다. 이후 지난해 7월 이를 10배인 500억원 미만으로 상향키로 하고, 2026년 200억원 미만, 2027년 300억원 미만, 2028년 500억원 미만(코스피 기준)으로 단계적으로 적용하는 경과조치를 뒀다.

이후 거래소는 이 기준을 다시 한 번 앞당겼다. 지난달 1일부터 기준을 300억원 미만(코스닥은 200억원 미만)으로 상향했고, 내년 1월1일부터는 500억원 미만(코스닥은 300억원 미만)이 적용된다.

채권자 소송 대리인은 “기준금액의 산정 근거는 이 사건 규정 개정의 정당성을 판단하는 데 결정적인 요소”라며 “만일 부실기업 퇴출이 이 사건 규정 개정의 진정한 목적이라면, 부실기업이 무엇인지, 어떠한 시가총액 수준 이하에서 그 부실기업이 유의미하게 분포하는지에 관한 실증적 분석으로부터 기준금액이 도출됐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준에 의하면, 시가총액이 500억원에 미달하는 기업은 반드시 일률적으로 시장에서 퇴출돼야 하는 기업이고 500억원 이상인 기업은 상장을 유지할 자격이 있는 기업이라는 것인데, 시가총액 499억원인 기업과 501억원인 기업 사이에 기업의 실질에 어떠한 차이가 있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매출액, 영업이익, 자본총계 등 기업의 실질은 두 기업 사이에 아무런 차이가 없을 수 있다는 반박이다.

채권자는 또, 거래소가 당초 공표했던 단계적 시행 일정을 스스로 번복하고 앞당긴 점에서 ‘예측가능성 확보’와 ‘신뢰보호의 원칙’을 심각하게 훼손했고, 이에 따른 기업들의 주가가 하락하는 등 불확실성이 증대됐다고 주장했다.

반면, 거래소는 시가총액 기준의 상향에 관해 상장규정은 약관성과 동시에 공익적·규범적 성격을 가지므로, 비례·형평 원칙에 현저히 반하지 않는 한 무효가 아니라고 반박하고 있다. 또 코스피 평균 시가총액이 가파르게 상승한 점, 주요국 증시와 비교해 실효성 있는 수준까지 상향조정이 필요했다는 입장이다.

구체적으로 거래소는 시가총액 50억원 미만 기준이 2008년부터 17년간 유지되며 형해화됐고, 코스피 평균 시가총액이 그간 7.8배 증가한 점을 볼 때 기준 상향(200억→300억→500억 단계적 적용)은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이외에도 해당 기준이 해외 거래소와 비교해도 과도하지 않은 수준이라고 반박했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는 자본 5000만달러(약 697억원) 미만의 경우 시총 5000만달러가, 자본 5000만달러 이상일 경우 시총 1500만달러(약 209억원)가 상장폐지 요건이다.

나스닥의 경우 자본 1000만달러, 자산과 매출 5000만달러, 시총 5000만달러 모두 미충족시 상장폐지된다.

이에 대해 채권자 측은 “미국의 경우 시총, 자기자본, 총자산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며 “또 NYSE는 기준 미달 시에도 즉시 퇴출이 아니라 18개월의 개선기간과 실질심사를 부여하고, 실질심사를 거친다”고 반박했다.

NYSE를 코스피와 나스닥을 코스닥과 직접적으로 비교하는 것도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세계거래소연맹(WFE)이 8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NYSE의 시가총액은 33조2900억달러(4경6433조원), 나스닥은 43조5831억달러(6경790조원)에 달했다. 전날 기준 코스피(5652조원), 코스닥(460조원)과 비교할 경우 각각 8배, 132배에 달하는 규모 차이가 있다.

이 밖에도 거래소는 30매매거래일 관찰기관과 90매매거래일 회복기간이라는 단계적 절차가 있어 침해 최소성을 충족한다고 주장했다. 또 상장폐지가 되더라도 장외주식시장(K-OTC)에서 거래를 할 수 있는 만큼, 사익 침해가 크지 않다고 했다.

K-OTC는 금융투자협회(KOFIA)가 운영하는 비상장 주식 거래 플랫폼이다. 이를 위해 금투협은 지난해 8월 K-OTC시장 내에 상장폐지지정기업부를 신설, 상폐된 기업 주주들의 거래를 6개월간 지원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반면 채권자 측은 “시총 미달로 관리종목에 지정되면 상장폐지 예정기업으로 낙인돼 현실적으로 주가 상승이 불가능하다”며 “또 K-OTC의 유동성·가격발견 기능은 정규시장과 비교 불가능한 수준으로 열악하며, 최대 6개월 시한부 지원에 그친다”고 반박했다.

시가총액 기준 미달에 따른 상장폐지의 파장은 이미 현실화하고 있다. 이날 기준 시가총액 미달로 관리종목에 지정된 상장사는 총 46개사로 집계됐다. 주가 미달(동전주)과 시가총액 미달 둘 다 해당돼 관리종목에 지정된 상장사는 유가증권시장 2곳, 코스닥 상장사 8곳 등 총 10곳이다. 이 가운데 지난달 1일 상향된 시가총액 요건에 미달한 기업은 15개사다. 유가증권시장 7개사, 코스닥시장 8개사가 이에 해당한다.

거래소 역시 향후 가처분 절차에 총력을 다할 것으로 전망된다. 만약 법원이 가처분에서 상장사들의 손을 들어준다면, 이미 상향 적용된 상폐기준을 두고 또 다른 상장사들의 줄소송이 이어질 수도 있어서다. 거래소는 법무법인 태평양과 화우를 소송대리인으로 선임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