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턴 “트럼프, 한미훈련 가치 전혀 깨닫지 못해…동맹에 암울한 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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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019년 6월 비무장지대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 [AP] |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집권 1기에 이어 2기에서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만남에 공을 들이기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6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한미 연례 합동군사훈련인 ‘을지 자유의 방패’(UFS)를 축소하라고 지시하며 대북 유화 메시지를 발신했다.
이어 19일에는 취재진과 만나 올해 안에 김 위원장과 만날 것이라는 의향을 밝힌 뒤 김 위원장이 “57개의 매우 강력한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언급하며 북한이 핵보유국(Nuclear Power)이라는 점을 기정사실화하는 듯한 발언을 내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당시 싱가포르(2018년 6월), 베트남 하노이(2019년 2월), 판문점(2019년 6월)에서 세 차례 김 위원장과 만났다. 북미 정상회담이 연내 성사될 경우 두 정상은 7년여 만에 네 번째로 만나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2기에서도 김 위원장과 마주 앉을 경우 1기 때와 가장 큰 차이점은 이른바 ‘어른들의 축’(axis of adults)이 주변에 없다는 점이다.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장관, 존 켈리 전 백악관 비서실장,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트럼프 1기 외교·안보 고위 당국자들은 세 차례의 북미정상회담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성과에 집착해 일방적인 양보를 하거나 미국의 안보 동맹을 약화하는 독단적 결정을 내리지 않도록 견제하는 역할을 했다.
매티스 전 장관과 켈리 전 비서실장은 1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양보 카드로 검토하던 ‘주한미군 철수’를 저지하는 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북 강경파인 볼턴 전 보좌관은 2차 정상회담 장소인 하노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영변 핵시설 해체와 대북 제재 해제를 맞바꾸는 이른바 ‘스몰딜’을 추진하려 하자 이에 제동을 건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이후 트럼프 대통령과 대북정책 등 외교·안보 현안을 두고 갈등을 빚은 끝에 잇따라 자리에서 물러났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2기 들어 이른바 ‘어른들의 축’처럼 자신의 국정 운영에 제동을 거는 인사들을 철저히 배제하고 충성파들을 정권 핵심에 전면 배치했다.
친트럼프 성향 폭스뉴스 진행자 출신인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이 대표적인 충성파로 꼽힌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겸임하고 있는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역시 트럼프 강성 지지층인 ‘마가’(MAGA)보다는 전통적인 보수주의에 가까운 정치적 성향을 지닌 것으로 평가받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는 대통령과 뚜렷한 불협화음을 내지 않고 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정상 간 대화 국면을 맞았을 때 그의 즉흥적이고 성과에 집착하는 결단을 견제할 인사가 현재로선 없다는 뜻이다.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연합훈련 축소 지시와 북한 핵보유국 인정 등 파격적 언사로 김 위원장을 대화 테이블로 유도하는 가운데 이를 지켜본 집권 1기 외교·안보 진용에서는 경고음이 나왔다.
볼턴 전 안보보좌관은 19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보낸 ‘트럼프의 도움으로 북한의 위협이 고조되고 있다’는 제목의 기고문에서 “한미 합동군사훈련을 축소함으로써 대통령은 위험을 가중하고 동맹들을 우려하게 한다”고 지적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그는 첫 임기 때도 똑같이 일방적 양보를 했는데, 이 실수는 현재 더 심각하다”며 “합동 훈련에 투입되는 달러화와 원화는 그만한 가치가 있다. 이 모든 것이 (집권 1기 때) 트럼프 대통령에게 설명됐지만, 그는 이를 전혀 깨닫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의 조치(훈련 축소)는 북한에 대한 억지력을 약화해 위협을 고조시키고 있다. 군사적 영향을 넘어서 한국과 다른 동맹들에 보내는 정치적 신호는 암울하다”고 지적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한미 관계에 대해선 “중동 위기 해결에 나서기를 꺼리는 한국을 향한 트럼프 대통령의 비판과 관세 및 대미투자 약속을 둘러싼 지속적 갈등은 양국 관계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 뿐”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우리는 백악관의 관심이 북한에서 다른 것으로 옮겨가길 바라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트럼프의 다음 소셜미디어 게시글에서 그가 세계 유일의 세습 공산주의 독재자와의 브로맨스를 재개하기 위해 평양으로 날아간다는 소식이 전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