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단주 마크 월터, 레이커스 인수 1년 만에 125억달러 매각 '충격'
연방 당국, 계열 보험사 160억~210억달러 대출 조사
다저스 몸값 최대 130억달러…"매각 계획 없다" 선 긋기
오타니 품은 MLB 최고 흥행구단 운명 흔들릴 가능성 우려
LA다저스 스타디움[heraldk.com자료] |
그리고 이제 시선은 그의 스포츠 제국에서 가장 빛나는 보석, LA 다저스로 향하고 있다.
다저스 측은 "매각은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그러나 월터가 지배하는 보험회사들의 160억~210억달러 규모 내부거래성 대출이 연방 조사 대상에 오른 상황에서 스포츠·금융업계에서는 "다저스까지 절대 안전하다고 단정하기에는 이르다"는 관측이 나온다.
●'파산위기' 다저스를 '130억달러 제국'으로
월터와 다저스의 인연은 2012년 시작됐다.
당시 다저스는 프랭크 맥코트 전 구단주의 재정난으로 챕터11 파산보호에 들어간 상태였다. 시카고 투자회사 구겐하임 파트너스 최고경영자인 월터는 매직 존슨 등이 참여한 투자그룹을 이끌고 당시 메이저리그(MLB) 구단 사상 최고액인 21억5,000만달러에 다저스를 인수했다.
결과적으로 이 거래는 미국 프로스포츠 역사상 손꼽히는 성공적인 투자가 됐다.
월터 체제에서 다저스는 최근 6년 동안 월드시리즈 정상에 세 차례 올랐고, 2012년 이후 12차례 지구 우승을 차지했다. 이제 다저스는 단순한 야구팀이 아니라 MLB 최고의 흥행·수익 창출 구단 가운데 하나다.
특히 오타니 쇼헤이와 야마모토 요시노부 등 세계적인 스타들을 끌어모으면서 다저스타디움은 연일 관중으로 가득 찬다. 막대한 지역 TV 중계권 계약인 스포츠넷 LA도 구단 가치를 끌어올리는 핵심 자산이다.
LA타임스가 접촉한 업계 관계자들은 현재 다저스가 시장에 나온다면 100억~130억달러에 거래될 수 있다고 추산했다. 2012년 인수가격이 21억5,000만달러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불과 14년 만에 가치가 최대 6배가량 불어난 셈이다.
지난 7월 다저스선수단이 백악관에 초청돼 2025월드시리즈 챔피언 축하행사를 갖는 자리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농담에 미소짓고 있는 마크 월터 구단주(오른쪽)[AP=연합 자료] |
●문제는 야구장이 아니라 보험회사에서 터졌다
다저스의 성적이나 경영에는 당장 문제가 없다. 월터의 위기는 전혀 다른 곳에서 시작됐다.
월터가 소유한 델라웨어 소재 생명보험사 두 곳이 월터 자신 또는 그의 지주회사 TWG 글로벌과 연계된 회사들에 막대한 자금을 빌려주면서 이를 규정상 요구되는 '특수관계자 거래(related-party transaction)'로 제대로 공개하지 않았다는 의혹이다.
문제의 대출 규모는 160억~210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사가 소유주나 계열회사에 돈을 빌려주는 거래는 이해충돌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엄격한 공시 대상이다. 보험사의 재무건전성이 흔들리면 결국 보험계약자들에게까지 피해가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신용평가사 피치에 따르면 지난해 12월31일 현재 문제가 된 특수관계자 대출은 델라웨어 라이프 전체 투자자산의 약 40%에 달했다. 피치가 평가하는 북미 생명보험사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월터는 잘못을 부인하고 있다. 현재 월터나 관련 회사 관계자 누구에게도 형사 혐의가 제기된 상태는 아니다. 하지만 연방 당국의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그의 스포츠 자산을 둘러싼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레이커스 전격 매각이 불붙인 의문
시장을 더욱 놀라게 한 것은 레이커스 매각이었다.
월터는 지난해 100억달러를 들여 NBA 최고 명문구단 중 하나인 레이커스를 인수했다. 그런데 불과 1년 만에 지배지분을 125억달러에 전 디즈니 최고경영자(CEO) 밥 아이거와 벤처투자가 조슈아 쿠슈너에게 넘기는 거래에 합의했다.
거래 자체도 놀라웠지만 속도는 더욱 이례적이었다. 아이거에 따르면 거래의 기본 틀이 불과 며칠 만에 만들어졌다. NBA 이사회의 승인이 남아 있지만 성사될 경우 125억달러는 스포츠 구단 거래 사상 최고 수준이다.
월터는 레이커스 매각과 연방 조사가 관련됐는지에 대해서는 답변을 거부했다.이 때문에 자연스럽게 다음 질문이 등장했다.
●"레이커스를 팔았다면, 다음은 다저스인가"
여기에 월터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첼시FC 지분까지 시장에 내놓으려 한다는 보도도 나오면서 의문은 더욱 커지고 있다.
월터의 스포츠 자산은 다저스와 레이커스에 그치지 않는다. WNBA LA 스파크스, 포뮬러원 캐딜락 팀, 여자 테니스 국가대항전 빌리진킹컵, 프로여자하키리그(PWHL) 전체 등이 그의 포트폴리오에 들어 있다.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는 월터의 순자산을 약 183억달러로 추산한다.
● 다저스 "아무 변화 없다"
다저스 구단은 매각설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구단 사장이자 공동 구단주인 스탠 캐스턴은 레이커스 매각에 대해 "다저스와는 아무 관계가 없다"며 "여기에는 아무런 변화도 없고, 변화가 검토되고 있지도 않다"고 말했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 역시 레이커스 매각 소식에 "충격을 받았다"며 다저스 구단주 구성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는 전혀 듣지 못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월터가 다저스를 팔아야 할 상황인지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워싱턴대 세인트루이스 스포츠비즈니스 프로그램의 패트릭 리시 전무는 LA타임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다저스의 성적과 수익 창출만 놓고 보면 월터가 사실상 구단의 '백기사' 역할을 해왔다고 평가했다.
문제는 연방 조사의 "심각성과 규모를 아직 알 수 없다"는 점이다.
텍사스대 오스틴의 기업금융·보험 전문가 앤드루 그라나토 법학 교수도 최근 월터가 보여준 대규모 자산 거래의 속도와 규모, 확대되는 연방 조사와 여론의 관심을 고려하면 다저스 매각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는 게 LA타임스의 보도다.
LA다저스 구단주 마크 월터[AP=연합] |
● MLB 사무국 면밀히 주시
또 하나의 변수는 MLB 사무국이다. 현재 MLB는 월터나 다저스 구단주 그룹에 대한 자체 조사 계획을 발표하지 않았다.하지만 구단주를 둘러싼 문제가 커질 경우 리그가 상황을 지켜보기만 하지는 않을 수 있다.
다저스 전 사장 밥 그라지아노는 구단주를 둘러싼 공개적인 의혹이 제기되면 MLB는 통상 이를 들여다본다면서, 현재로서는 별도의 조사보다는 연방 조사 결과를 기다릴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MLB가 구단주 투표를 통해 공식적으로 특정 구단주에게 강제 매각 명령을 내린 전례는 없다.그러나 다저스 팬들에게는 익숙한 장면이 있다.
바로 프랭크 맥코트 사태다.MLB는 2012년 재정난에 빠진 맥코트에게 직접적인 강제 매각 명령을 내리지는 않았지만, 구단 재정에 대한 개입과 징계, 운영권 박탈 가능성을 압박 카드로 사용했다. 결국 파산 상태의 다저스는 시장에 나왔고 월터의 구겐하임 그룹이 인수했다.
아이러니하게도 14년 전 재정 위기의 다저스를 구했던 월터가 이제 자신의 금융사업 문제 때문에 MLB의 시선을 받는 상황이 된 것이다.
●130억달러 다저스를 누가 살 수 있나
만약 다저스가 실제 매물로 나온다면 더 큰 문제가 있다.살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예상 가격이 100억~130억달러에 달하기 때문이다.
최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가 호세 E. 펠리시아노와 콴자 존스에게 39억달러에 팔렸지만 다저스의 예상 매각가격은 그 두세 배를 훌쩍 넘는다.
월터가 2012년 다저스를 인수할 당시에는 뉴욕 메츠의 현 구단주 스티브 코언도 입찰에 참여했다. 조 토리 전 다저스·양키스 감독과 LA 개발업자 릭 카루소가 이끄는 그룹을 비롯해 톰 배럭, 스탠 크론키, 재러드 쿠슈너 등도 후보군에 포함됐다. 하지만 이제는 구단 가치가 당시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졌다.
더구나 MLB 노사협상이라는 변수도 있다. 현 단체협약은 오는 12월 만료되며 노사 갈등이 직장폐쇄(lockout)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MLB 역사상 처음으로 샐러리캡이 도입된다면 다저스의 장기 비용 부담이 줄어들면서 구단 가치가 예상 범위의 상단으로 뛰어오를 가능성도 있다.
반대로 매각 시 다저스가 선수들에게 약속한 연봉 지급 유예(deferred contracts) 관련 미래 의무 가운데 약 10억달러가 매각 가치에서 차감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저스타디움에서 바라본 LA다운타운 야경[heraldk.com자료] |
결국 이번 사태의 핵심은 다저스 자체의 위기가 아니라 '구단주 리스크(owner risk)'다.
다저스는 월드시리즈 우승 경쟁력, 세계적인 스타 선수, 거대한 팬덤, 막대한 TV 중계권 수입을 모두 갖춘 MLB 최고의 프랜차이즈다. 구단 자체만 놓고 보면 매각해야 할 이유가 거의 없다.
그러나 스포츠 구단은 구단주의 다른 사업과 완전히 분리된 섬이 아니다.
레이커스의 갑작스러운 매각과 첼시 지분 매각설이 사실이라면 월터가 거대한 스포츠 자산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올 수밖에 없다. 여기에 최대 210억달러 규모의 보험사 특수관계자 대출에 대한 연방 조사까지 겹쳤다.
현재까지 다저스 매각을 뒷받침하는 공식적인 움직임은 없다. 월터에게 혐의가 제기된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레이커스가 단 며칠 만에 125억달러짜리 거래로 이어졌다는 사실은 "절대 팔리지 않을 것 같은 스포츠 구단도 상황이 바뀌면 순식간에 시장에 나올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14년 전 월터는 파산한 다저스를 21억5,000만달러에 사들였다. 그리고 다저스를 최대 130억달러 가치의 야구 제국으로 키웠다.
이제 LA 스포츠계가 던지는 질문은 하나다. 월터가 만든 최고의 자산, 오타니의 다저스를 그는 끝까지 지킬 수 있을 것인가. 황덕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