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들 영국학교 보낸다”…왕실 등진 해리왕자, 6년 만에 귀환하는 이유

찰스 국왕 암 투병 계기로 화해 물꼬…“아버지와 함께할 시간 얼마 안 남아”
윌리엄 왕세자와는 여전히 냉랭…경호 문제 매듭 안 풀려
해리 왕자와 메건 마클 서식스 공작부인 [보그코리아]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영국의 해리 왕자(41)와 그의 부인 메건 마클 서식스 공작부인 부부가 왕실과의 갈등 끝에 미국으로 떠난 지 6년 만에 자녀들과 함께 영국으로 돌아갈 것으로 알려졌다.

데일리텔레그래프·BBC를 비롯한 영국 언론들은 19일(현지시간) 해리 왕자와 메건 부부가 아들 아치 왕자(7)와 딸 릴리벳 공주(5)를 데리고 영국으로 이주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해리 왕자 부부는 런던 외곽의 비왕실 사저에 거주할 것으로 전해졌다.

아치 왕자와 릴리벳 공주는 이미 영국 학교에 등록을 마쳤으며, 9월 새 학기부터 수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찰스 3세 국왕은 지난 16일 이 같은 부부의 계획을 전달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찰스 3세의 전처 고(故) 다이애나 왕세자비가 낳은 둘째 아들인 해리 왕자 부부는 2020년 1월 돌연 독립을 선언하고 왕실 공식 업무에서 물러난 바 있다.

해리 왕자와 메건 마클 서식스 공작부인이 지난 4월 호주 시드니 여행에서 거리를 걷고 있다.[게티이미지]


그는 지난 2023년 1월 자서전 ‘스페어’(Spare)를 출간해 형인 윌리엄 왕세자로부터 일방적인 폭행을 당한 경험을 폭로했다. 또 형의 아내 캐서린과 계모 카밀라를 포함한 왕실 인사들의 삶을 불편할 정도로 자세하게 묘사하며 영국 군주제를 비판해 왕실과의 관계가 크게 나빠졌다.

메건도 지난 2021년 오프라 윈프리와의 인터뷰에서 익명의 한 왕실 구성원이 아치의 피부색이 얼마나 어둡냐는 인종차별적 질문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 일을 계기로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바바라 카운티로 거처를 옮겼고, 이후 6년 가까이 왕실과 거리를 둔 채 지내왔다.

이번 귀환 결정의 배경에는 찰스 3세의 건강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해리 왕자 부부가 북미로 떠난 뒤인 2024년 2월, 찰스 3세는 암 진단을 받았다. 이후 해리 왕자는 아버지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화해 의지를 여러 차례 내비쳐 온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지난해 BBC와의 인터뷰에서 “아버지에게 시간이 얼마나 더 남았을지 모른다”며 “가족과 화해하고 싶다. 더는 싸움을 이어갈 이유가 없다”고 말한 바 있다.

해리 왕자와 메건 마클 서식스 공작부인과 이들의 아들 아치 왕자 [게티이미지]


이런 가운데 해리 왕자 가족은 지난달 영국을 방문해 찰스 국왕과 시간을 보냈다. 찰스 국왕이 손자들을 직접 만난 것은 4년여 만에 처음이었다. 소식통에 따르면 해리 왕자는 부친과의 재회로 “한층 고무됐고, 활력을 얻었다”고 한다. 이번 영국 이주 결정은 이 같은 재회 이후 급물살을 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번 이주를 왕실과의 완전한 화해로 보기는 이르다는 시각도 있다. 특히 해리 왕자와 형 윌리엄 왕세자와의 관계는 여전히 냉랭한 것으로 전해진다. 형제간 앙금이 채 풀리지 않은 상태에서 이뤄지는 ‘반쪽짜리 복귀’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경호 문제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변수로 남아 있다. 해리 왕자는 그동안 충분한 경호 없이는 가족을 영국으로 데려오는 것이 안전하지 않다고 주장해왔다. 그는 영국 정부를 상대로 자신에게 제공돼야 할 공식 경호 수준을 놓고 법적 다툼을 벌였으나 결국 패소한 바 있다. 이번 복귀로 경호 체계에 변화가 생길 것이라는 징후는 현재까지 포착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익명을 요구한 영국 정부 관계자는 이날 늦게 해리 왕자의 귀환이 “가능해 보인다”면서도 “본질적으로 가족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