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단속 안 한다” 충격 현실…대놓고 문 활짝 ‘파워냉방’, 대책이 또 캠페인? [지구, 뭐래?]

서울 서대문구 한 잡화점의 입구가 전면 개방된 채, 에어컨이 가동되고 있다. 김광우 기자.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문 닫아놓은 곳을 찾기가 더 힘들다”

습하고 무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상점가에서 새어 나오는 서늘한 바람. 대부분의 가게가 문을 열어 놓고 있어, 거리를 걸으면서도 에어컨을 쐬는 기분이 든다.

역대급 더위가 닥치며, 전력난 우려도 커진 올해 여름. 하지만 ‘전력 낭비’의 대표 사례이자 ‘불법’에 해당하는 ‘개문냉방’ 만큼은 도저히 고쳐지지 않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 한국에너지공단 등 관계자들이 11일 서울 중구 명동거리에서 2026년 여름철 에너지절약 거리캠페인을 펼치며 에너지절약 행동지침 및 개문 냉방 영업 자제 동참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연합]


조치가 없던 것은 아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에너지절약 홍보 기간을 정한 뒤, 서울 명동을 포함한 전국 주요 상점가에서 거리 캠페인을 벌였다.

홍보물을 나눠주고 개문냉방 자제 등에 자발적 동참을 요구하는 식. 물론 효과는 크지 않았다.

조사 결과, 캠페인 전후로 서울 명동의 개문냉방 영업률은 거의 같은 수준을 유지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보여주기식 일회성 캠페인이 아니라, 과태료 부과 등 에너지 낭비를 막을 수 있는 단속이 실시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7일 서울 서대문구 한 오락실의 입구가 전면 개방된 채, 에어컨이 가동되고 있다. 김광우 기자.


개문냉방의 경우 전력 수요가 높아지는 여름철, 대표적인 ‘에너지 낭비’ 행위로 여겨진다. 올해는 특히 강도 높은 폭염이 닥칠 것으로 예상되며, 점차 늘어가는 개문냉방 행태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어진 바 있다.(관련 기사 : “이건 너무 심했다” 벽까지 뚫어놓고, 에어컨 ‘펑펑’…줄줄 새는 전기, 어쩌나 [지구, 뭐래?])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지난 10일부터 오는 23일까지 2주간을 ‘에너지절약 집중 홍보 기간’으로 정했다. 한국에너지공단과 함께 명동과 홍대 등 전국 주요 상점가 26곳을 돌며 거리 캠페인도 벌였다. 부채 등의 홍보 물품을 상인과 시민에게 배포하고, 캠페인을 구두로 안내하는 방식의 계도 활동을 진행한 것.

기후에너지환경부, 한국에너지공단 등 관계자들이 11일 서울 중구 명동거리에서 2026년 여름철 에너지절약 거리캠페인을 펼치며 에너지절약 행동지침 및 개문 냉방 영업 자제 동참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연합]


하지만 캠페인 활동에도 불구하고 현장의 변화는 미미했다. 녹색연합이 기후부의 개문냉방 계도활동이 진행된 명동에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지난 7월 15~16일 진행한 1차 조사에서 명동 매장 210곳 가운데 143곳, 68.1%가 개문냉방 영업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정부의 에너지절약 캠페인이 진행된 뒤 실시한 2차 조사에서도 개문냉방 비율은 65.7%에 달했다. 불과 2.4%포인트 줄어드는 데 그쳤다. 개문냉방 비율은 2.4%포인트 차이에 불과했다.

개별 매장의 영업 형태를 비교해도 큰 차이는 없었다. 1차 조사 당시 개문냉방을 하던 매장 중 13곳만이 2차 조사에서 문을 닫고 영업했다. 반대로 문을 닫고 있던 매장 중 7곳은 개문냉방 영업으로 전환했다. 사실상 변화가 없는 셈이다.

서울 중구 명동 거리 대부분의 상점이 38도가 넘는 폭염 속 개문냉방 영업을 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주목할 점은 ‘개문냉방’을 꼭 홍보·계도 중심으로 진행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정부는 ‘에너지이용 합리화법’에 따라, 에너지 수급에 중대한 차질이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을 경우 개문냉방을 금지하고, 위반 시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현행법상 ‘불법’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 셈. 하지만 단속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전력 수급 경보’ 등 국가가 비상경보를 발령했을 때만 행정조치가 가능하도록 설계돼 있기 때문. 하지만 이런 강제 조치는 사실상 작동하지 않고 있다.

서울 중구 명동 거리의 상점이 38도가 넘는 폭염 속 개문냉방 영업을 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지난 2017년 이후 개문냉방으로 과태료가 부과된 사례는 사실상 자취를 감췄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실내 환기의 필요성이 커지며 단속이 더욱 느슨해졌고, 최근에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모두 단속 대신 자율적인 참여를 권고하거나 계도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매장을 운영하는 A씨는 “개문냉방이 단속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며 “문을 열어놔야 손님들이 들어오고, 주변의 다른 가게들도 다 그렇게 하다 보니 우리만 문을 닫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 개문냉방을 하는 상인들 사이에서는 “단속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지금은 해도 되는 것 아니냐”는 반응도 나온다. 단속이 사라지면서 규제 자체에 대한 인식도 희미해진 셈이다.

서울 시내 한 상점의 문이 개방돼 있다. 김광우 기자.


실질적인 제재가 없는 상황에서 매출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개별 상인들이 먼저 문을 닫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옆 가게가 문을 열어놓은 상황에서 한 매장만 문을 닫을 경우 손님 유치에서 불리할 수 있다는 이유다. 단속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심지어 개문냉방으로 인한 전력 소비 증가는 작은 수준이 아니다. 한국에너지공단의 영업매장 에너지소비 모의실험 결과에 따르면, 문을 열고 냉방할 경우 문을 닫고 냉방할 때보다 냉방 전력량이 약 66%, 총 전기요금은 33%가량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여름철의 경우 전력 사용량이 급증하는 시기에 해당한다. 그리고 상업 냉방은 여름철 전력수요의 핵심 변수다. 상업 부문 냉방 전력 소비는 여름철 짧은 기간에 이뤄지는데도, 국가 전체 전력소비의 10%가량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 중구 명동 거리의 한 상점이 30도가 넘는 폭염 속 개문냉방 영업을 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해외에서는 단속이 진행되는 것을 넘어, 시민들이 직접 ‘개문냉방’ 상점을 신고할 수 있는 체계가 마련된 곳도 있다. 미국 뉴욕시는 매장 규모와 관계없이 냉방기를 가동하면서 외부 출입문이나 창문을 열어두는 행위를 원칙적으로 금지한다. 시민들은 개문냉방 매장을 발견하면 직접 신고할 수도 있다.

프랑스도 2022년 관련 규정을 마련해 냉난방 설비를 가동하는 상업·서비스 건물의 문을 계속 열어놓는 행위를 제한하고 있다. 당국의 시정 요구에도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최대 750유로의 행정벌이 부과될 수 있다.

김정현 녹색연합 활동가는 “정부의 보여주기식 일회성 캠페인만으로는 매년 반복되는 대형 상권의 에너지 낭비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이 확인됐다”며 “기후위기를 가속화하는 불필요한 에너지낭비를 막기 위해서는 실효성 없는 캠페인을 반복할 것이 아니라 개문냉방을 금지할 수 있는 정책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