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급여 구직활동 ‘마일리지’로 바뀐다…9월 반복수급자부터 시범

면접·직업훈련 등 활동 난이도 따라 포인트 차등
목표점수 채우면 급여 자동지급…AI로 허위활동 탐지
행정은 AI에 맡기고 상담 강화…고용센터 체질개선


국가데이터처가 11일 발표한 5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15세 이상 취업자는 2912만 명으로 작년 동월 대비 4만 명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자 수가 감소한 건 비상계엄 여파로 내수 심리가 냉각되고 연말 정부 일자리 사업 종료 영향을 받은 지난 2024년 12월 이후 처음이다. 이날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를 찾은 한 시민이 실업급여신청을 기다리고 있다.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정부가 실업급여 수급자의 구직활동을 횟수 중심으로 확인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면접과 직업훈련 등 취업활동의 난이도와 노력에 따라 점수를 주는 ‘취업활동 마일리지’ 제도 도입을 추진한다.

오는 9월 실업급여 반복수급자를 대상으로 관련 시범운영에 나선 뒤 2027년부터 마일리지 시스템과 인정 기준을 본격 구축한다. 목표점수를 채우면 실업급여가 자동 지급되고 인공지능(AI)이 허위·형식적인 구직활동을 걸러내는 방식이다.

20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국가 고용서비스 혁신 방안’에 따르면 정부는 단순·반복적인 행정업무를 AI와 전산시스템에 맡기고 전국 102개 고용센터를 취업상담과 일자리 매칭 중심 기관으로 개편하기로 했다. 올해 하반기 개별 과제별 시범운영을 거쳐 2027년 통합 시범운영에 들어가고, 2028년부터 다른 지역 고용센터로 혁신 모델을 단계적으로 확산한다.

현재 고용센터에는 연간 200만명 이상의 구직자가 찾고 있지만 실업급여 담당 직원 1명이 하루 평균 70건 이상의 실업인정 업무를 처리하는 등 행정업무 부담이 크다. 이 때문에 구직자 개인의 상황에 맞는 심층 취업상담에는 한계가 있었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30년만의 혁신 - 고용서비스 이렇게 바뀝니다 [고용노동부 제공]


정부가 우선 손대는 것은 실업급여와 국민취업지원제도의 구직활동 인정 방식이다.

구직자별 취업활동계획(IAP)을 수립하면서 목표점수를 정하고 취업상담과 면접, 직업훈련 등 실제 취업활동을 할 때마다 마일리지를 적립한다. 단순한 활동보다 직업훈련이나 면접처럼 시간과 노력이 많이 필요한 활동에 높은 가중치를 부여한다. 목표 마일리지를 채우면 급여나 수당은 자동 지급하는 방식이다.

AI를 활용한 점검도 강화한다. AI가 구직자의 취업활동을 분석해 허위·형식적인 활동이 의심되는 사례를 선별하면 해당 건을 집중적으로 확인한다. 모든 수급자의 구직활동을 일일이 행정적으로 확인하는 대신 이상 징후가 있는 사례에 행정력을 집중하겠다는 취지다.

노동부는 9월 실업급여 반복수급자를 중심으로 관련 시범사업을 실시할 계획이다. 이후 2027년부터 고용24에 마일리지 기능을 구현하고 실업인정·구직활동 인정 규정 개정, 활동별 점수 기준 마련 등을 추진한다.

AI가 구직자 분류…집중상담 18분→73.8분


마일리지 제도는 정부가 추진하는 ‘나만의 AI 고용센터’와 맞물려 돌아간다.

고용24를 개편해 AI가 설문과 경력, 고용행정 데이터 등을 토대로 구직자를 ‘자기주도형’과 ‘집중지원형’으로 분류한다. 혼자서 취업활동을 할 수 있는 자기주도형은 온라인을 중심으로 구직활동을 하도록 하고,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집중지원형에는 상담 인력을 집중 투입한다.

정부는 국민취업지원제도에서는 자기주도형과 집중지원형이 각각 약 75%, 25% 수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업급여 수급자에게 비슷한 모델을 적용할 경우 집중지원형은 10% 미만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실업급여 수급자가 연간 약 170만명, 국민취업지원제도 참여자가 약 30만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집중적인 대면 지원이 필요한 구직자는 연간 20만명 안팎이 될 수 있다는 게 정부 추산이다.

집중지원형에는 ‘케이스 매니저(Case Manager)’가 붙는다. 케이스 매니저는 AI 기반 진단도구인 ‘잡케어(Job Care)’를 활용해 1대1 심층상담을 하고 구직자의 역량을 진단한다. 이후 직업훈련과 자격증 취득, 취업뿐 아니라 직업전환과 경력개발까지 밀착 지원한다.

별도의 대규모 신규 인력을 뽑는 방식은 아니다. 기존 상담인력에게 케이스 매니저 역할을 부여하고 전문성을 강화한다. 전국 고용센터 근무자는 약 4900명으로 이 가운데 공무직 상담원이 약 1900명이고 나머지 약 3000명은 공무원이다. 공무원 가운데 절반가량은 직업상담직이다.

대전고용센터에서 지난 5월부터 진행한 국민취업지원제도 시범사업에서는 상담자원을 집중지원형에 재배분한 효과도 나타났다.

전체 참여자의 86.8%가 시범사업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집중지원형의 평균 대면상담 시간은 기존 18분에서 73.8분으로 4배 이상 늘었고 상담의 95%가 대면으로 이뤄졌다. 반면 자기주도형은 상담의 94.4%가 비대면으로 진행됐다.

구직활동은 총 554건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심리검사·훈련·센터 프로그램이 22.8%, 입사지원·면접·민간훈련 등 참여자가 직접 수행한 활동이 77.2%였다.

지원금 심사 자동화…‘AI 채용비서’가 채용·근속까지 지원


AI 고용센터 [고용노동부 제공]


고용센터의 행정업무도 대폭 줄인다.

행정정보 연계를 확대해 실업급여와 기업지원금 신청서류를 자동으로 작성하도록 돕고, 지원금 심사도 단계적으로 자동화한다. 이상 징후를 탐지하는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모성보호·워라밸 지원금 등 일부 업무는 2027년부터 감축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위탁기관 평가와 복합·전산·특이 민원, 부정수급 수사·처리 등 행정업무는 지방청 단위로 모으고 일선 고용센터는 취업상담과 채용지원에 집중하도록 한다.

이를 위해 고용서비스 전달체계도 ‘본부-지방청-고용센터’의 3층위 구조로 재편한다.

본부는 국가 고용정책의 가이드라인과 고용서비스 플랫폼을 총괄하고, 청 고용센터는 광역단위 일자리 사업 기획과 노동시장 분석, 유관기관 협력을 담당한다. 102개 일선 고용센터는 구직자 전담 취업지원과 기업 채용지원 등 서비스에 집중한다.

기업 지원 방식도 바뀐다. 지금까지 고용센터의 기업지원이 고용장려금 등 지원금 지급에 집중됐다면 앞으로는 사람이 필요한 기업을 선제적으로 찾아내 채용부터 근속까지 지원한다.

고용24 구인공고와 고용보험 등 행정데이터를 분석해 반복적으로 구인공고를 내거나 채용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기업, 입사자의 근속기간이 짧은 기업 등을 찾아낸다. 산업단지 순회와 기업 방문도 병행한다.

기업의 채용 애로 원인은 ▷모집·선발 기술 부족 ▷일자리 여건 미흡 ▷적합 인재 부족 등으로 구분한다. 채용공고 작성이 어려운 기업에는 ‘채용 클리닉’을 제공하고, 임금·근로시간이나 작업환경이 문제인 기업에는 관련 지원제도를 연결한다. 인재를 찾지 못하는 기업에는 직업훈련 수료자와 집중지원 구직자 등을 추천한다.

‘고용24 Firm Care AI’도 강화한다. 기업이 키워드를 입력하면 AI가 구인공고를 작성하고 업종과 필요한 직종 등을 분석해 적합한 인재와 추천 이유를 제시한다. 받을 수 있는 고용지원금도 함께 추천한다. 관련 채용마이페이지 개편은 올해 하반기부터 추진한다.

중앙 기준도 지역이 손본다…청년 연령·훈련요건 조정


지역 일자리 정책은 중앙정부의 획일적인 사업 집행 방식에서 지역 주도 방식으로 전환한다.

지방청이 고용보험 등 행정데이터를 활용해 지역의 산업전환과 고용상황을 분석하고 지방정부와 노사, 유관기관 등과 함께 지역 일자리 정책을 설계하도록 한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지역고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 제정과 광역단위 협의체 구축도 추진한다.

기존 중앙정부 사업도 지역 상황에 맞게 지원요건과 지원기간을 조정할 수 있도록 한다. 예컨대 전주 미래모빌리티 등 지역 신산업 분야에서는 청년채용지원금의 연령 범위를 확대하고, 여수·태안 등 산업전환 위기지역에서는 실직 전에 전직훈련을 받을 수 있도록 참여요건을 완화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지역에 총액 형태로 예산을 내려 자체적으로 일자리 사업을 설계·집행하는 방식도 추진한다. 지방정부의 정주지원 사업과 연계해 지역 채용수요를 반영한 직업훈련과 신규 채용자 적응지원, 지역 정착까지 묶어 지원한다. 현재 지역·산업 특화 고용센터는 지난 2월부터 전국 7곳에서 운영 중이다.

고용센터 인사·평가 체계도 손본다. ‘상담’ 직렬을 ‘고용서비스’ 직렬로 개편해 취업지원·직업훈련·기업지원 등 분야별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는 경력경로를 만들고, 센터장은 원칙적으로 고용서비스 경험이 있는 인사를 보임한다. 단순히 몇 명을 취업시켰는지가 아니라 구직자 상담과 기업 여건 개선 등 실질적인 서비스 노력을 평가하는 방식으로 바꾼다.

정부는 올해 하반기 ‘나만의 AI 고용센터’와 기업 원스톱 채용 토털케어 등 개별 과제를 시범운영하고, 2027년에는 1~2개 권역을 정해 행정·서비스 분리와 온라인 기능 등을 포함한 혁신과제를 통합 시범운영할 계획이다. 이후 2028년부터 시범 모델을 다른 지역 고용센터로 단계적으로 확산한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이제 고용센터는 단순하고 반복적인 행정업무는 AI에게 맡기고, 그 자리를 사람과 일자리를 잇는 서비스로 채워야 한다”며 “졸업부터 은퇴까지 모든 국민의 일자리 여정을 함께 그려가는 동반자로 고용센터를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