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만원 빌려줄게, 유심부터 만들어” 절박했던 대포유심보이스피싱 조직에 팔렸다 [세상&]

급전 미끼로 선불유심 개통, 연이율 608% 챙겨
유심 4185개 개당 40만원에 범죄조직 판매
9명 검거·6명 구속…8억원 상당 추징보전


선불유심 개통 후 보이스피싱 조직에 판매한 불법사금융 조직으로부터 압수한 휴대전화들. [강북경찰서 제공]


[헤럴드경제=정주원 기자]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10만~30만원을 빌려주는 대가로 선불유심을 개통하게 한 뒤 이를 보이스피싱 조직 등에 판매한 불법사금융 조직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대출 이자와 유심 판매대금을 동시에 챙기는 방식으로 대포유심 4000여개를 유통한 것으로 조사됐다.

20일 서울 강북경찰서는 전기통신사업법·대부업법 위반 혐의로 불법사금융 조직원 9명을 지난 4월부터 7월까지 검거하고 이 가운데 6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2024년 10월부터 올해 4월까지 고금리 소액대출을 미끼로 채무자 명의의 선불유심 4185개를 개통해 보이스피싱 조직 등에 판매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30대 총책 A씨를 중심으로 대출자 모집·상담, 유심 개통·판매, 자금 관리 등의 역할을 나눴다. 스팸 광고 문자로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을 모집한 뒤 대출을 받으려면 본인 명의의 선불유심을 개통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 사람이 하루 최대 3개까지 유심을 개통하도록 했다.

대출 방식도 고금리로 진행됐다. 유심 한 개를 개통하면 10만원을 빌려주고 한 달 뒤 15만원을 돌려받았다. 연이율로 환산하면 약 608%에 달한다. 조직은 이렇게 확보된 유심을 다시 개당 약 40만원에 보이스피싱 등 범죄조직에 판매했다. 급전이 필요한 채무자를 상대로 고금리 이자를 받고, 채무자 명의 유심까지 팔아 추가 수익을 올렸다.

경찰이 해당 조직으로부터 압수한 대포 유심의 모습. [강북경찰서 제공]


조직원들은 모두 서로 지인 혹은 친척 관계인 것으로 나타났다. 강북경찰서 관계자는 “조직원들은 모두 한국 국적이고 친구 또는 친척 관계”라며 “모집책·상담책도 조직원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대포폰·텔레그램·개인용 원격 컴퓨터 등을 사용했다. 유심 판매대금은 가상자산 테더(USDT)로 받은 뒤 환전업자를 통해 현금으로 세탁해 나눠 가진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지난 4월 조직 사무실을 압수수색 해 PC와 휴대전화 등 증거물을 확보한 뒤 디지털 자료와 통신 내역을 분석해 조직원들을 차례대로 검거했다. 이후 조직원들의 예금·전세보증금·고급 차량·가상자산 등 약 8억원 상당의 재산을 기소 전 추징 보전했다.

특히 추징 보전한 재산 가운데 약 3억5000만원은 해외에 보관된 테더 형태다. 경찰은 해외 가상자산까지 추적해 동결 조치했다. 강북경찰서 관계자는 “수익금으로 확정된 금액이라기보다는 범죄수익 추징을 위해 확인된 재산을 우선 보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총책 A씨와 조직원 B씨는 중국으로 도피해 아직 붙잡히지 않았다. 경찰은 두 사람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인터폴 적색수배를 내리고 추적하고 있다.

김정옥 강북경찰서 수사과장은 “소액 대출과 대포 유심을 결합한 변종 불법사금융 조직을 일망타진하고 은닉해 둔 가상자산까지 추적해 범죄수익을 보전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도 불법사금융 범죄와 대포 물건 근절에 최선을 다하고 범죄수익은 끝까지 추적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