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명 죽이나 3명 죽이나 똑같아”…세 모녀 살인미수 10대에 ‘장기 10년 단기 7년’


[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범행 도구를 미리 준비해 아파트에서 잠복하며 세 모녀를 살해하려 한 10대에게 장기 10년 단기 7년의 징역형이 선고됐다.

20일 춘천지법 원주지원 형사1부(김지현 부장판사)는 살인미수, 특수주거침입, 청소년성보호법상 성 착취물 제작 등 혐의로 기소된 A(16)군의 선고공판에서 이 같이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와 함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등에 대한 7년간 취업 제한, 5년간 보호관찰도 명령했다. 검찰이 청구한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 명령은 기각했다.

A군은 지난 2월 5일 오전 9시 12분쯤 강원 원주시 단구동의 한 아파트에서 40대 여성 B씨와 그의 10대 두 딸에게 미리 준비한 흉기를 휘둘러 살해하려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범행 당시 B씨는 목 부위를 크게 다쳤고, 두 딸은 각각 팔과 어깨 등에 상처를 입었다.

A군은 아파트 공동현관 비밀번호를 알아내 미리 건물로 들어간 뒤 피해자들의 집 앞에서 잠복하다가 B씨가 집 밖으로 나오자 내부로 침입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범행 직후에는 아파트 인근 화단에 숨어 있다가 이웃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휴대전화 디지털포렌식 과정에서는 A군이 범행을 사전에 준비한 정황이 확인됐다. 그는 범행 전 ‘살인청부’를 검색하고 범행에 사용할 흉기를 사려 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사 결과 A군은 피해자 중 큰딸이 전날 학원에서 자신에게 모멸감을 줬다는 이유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사전에 살인청부업자 고용 방법을 검색하고 범행도구를 물색했다”며 “피해자를 속이고 공동현관문 비밀번호와 아버지의 부재 시간을 알아낸 뒤 35분간 잠복하는 등 치밀하고 계획적으로 범행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검찰 조사 과정에서 ‘1명을 죽이나 3명을 죽이나 똑같고, 빨리 죽이고 발각되지만 않으면 된다고 생각한다’고 진술하는 등 생명의 가치에 대한 인식이나 진지한 반성 태도가 보이지 않는다”고 질타했다.

A군은 이 사건과 별개로 지난해 11월과 올해 1월 피해자와 영상통화를 하며 벌칙 등을 구실로 피해자에게 성적인 행위를 요구하고, 몰래 영상통화를 녹화해 성 착취물을 제작한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다만 만 15세 소년으로 아직 자기 잘못과 성행을 개선할 여지가 있는 점과 대검찰청의 임상심리평가 결과 지능지수가 경계선으로 평가되는 점, 아무런 소년보호처분이나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점 등을 유리한 사정으로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로 설명했다.

검찰은 A군의 범행이 사형 또는 무기징역에 처할 정도로 중대한 범죄라고 판단해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상 소년범에게 처할 수 있는 유기징역의 법정 최고형인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소년범에게 형기의 상·하한을 둔 부정기형이 적정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만 15세 소년으로 아직 자신의 잘못과 성행을 개선할 여지가 있다”며 대검찰청 임상심리평가에서 지능지수가 경계선으로 평가된 점, 이전에 소년보호처분이나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점 등을 유리한 사정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특정강력범죄를 저지른 소년에게 부정기형을 선고할 경우 최대 장기 15년에 단기 7년까지 선고할 수 있지만, 재판부는 A군에게 장기 10년·단기 7년을 선고했다.

한편 사건 이후 피해자 가족은 미성년자가 저지른 강력범죄에 대한 처벌 수위를 강화해 달라는 내용으로 국회 국민동의 청원을 냈다.

피해자 가족은 “가해자가 미성년자라는 이유만으로 형벌이 대폭 감경된다면 이는 피해자와 그 가족에게 또 다른 폭력이 된다”며 촉법소년과 미성년자의 강력범죄에 대해 분명한 기준과 실효성 있는 처벌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해당 청원은 동의자 수 5만명을 넘어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