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상가·인왕시장 재개발, 주민 설득부터” [민선 9기 기초단체장 인터뷰-박운기 서울 서대문구청장]

“국회 등에서 ‘야인 생활’ 8년 경험
의전 간소화, 겸손한 자세 유지할 것
‘운영점검 TF’로 재개발 문제점 수정
‘주민이 구정 참여’ 동장직선제 도입”


박운기 서울 서대문구청장이 집무실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세 번의 도전 끝에 민선 9기 서울 서대문구청장에 당선된 박운기 구청장은 주민 자치 활성화를 통해 가장 민주적인 방법으로 구정을 이끌겠다고 약속했다. 이런 본인의 정치 철학을 지역 재개발·재건축 사업에도 적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구청장 대부분이 주거 정비 사업에 ‘속도’를 강조하고 있는 것에 반해 그는 주민을 사업 과정에 참여시켜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합의점을 찾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런 숙의를 거치는 것이 오히려 분쟁의 소지를 줄여 결국 정비 사업의 속도를 높일 것이라고 자신했다. 헤럴드경제는 6일 서대문구청에서 박 구청장을 만나 ‘모두 함께 만드는 서대문 전성시대’에 대한 구체적인 청사진을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세 번의 도전 끝에 구청장으로 당선됐다. 그간의 여정이 힘들지는 않았나.

▶민선 9기 구청장이 되기까지 지난 8년의 세월은 힘들다기보다 여러 경험을 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 중 3년은 국회에서 수석보좌관(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으로 있으면서 지방의원으로서 하지 못했던 경험을 했다. 또 1년은 여당 원내대표실에서 근무하는 행운도 있었다. 다른 2년 동안에는 기업 고문으로도 활동했다. 이런 8년이 저한테는 색다른 경험이었고 많은 인맥을 쌓을 수 있는 기회였다. 특히 지난 4년간 주민들과 함께 아침을 먹으며 소통하는 ‘운기조식’을 통해 끊임없이 주민들을 만나고 자영업자의 애환을 들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취임하면서 직원들에게 의전 간소화, 행사 동원 지양 등을 강조했다.

▶제가 강조하는 구정 제1원칙은 주민과 소통하고 경청하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직원들에게 ‘의전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업무 수행에 필요한 범위에서만 지원하고 주말이나 야간에 부서장의 실질적 역할이 없는 일정에는 수행하지 않도록 할 예정이다. 이건 스스로에 대한 다짐이기도 하다. 학생운동부터 시작한 운동권이다. 지금도 ‘정치운동’을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권력은 사람을 교만하게 만들지 않나. 그래서 스스로 의전을 받지 않아야 더 겸손해질 거라고 생각한다. 각종 행사에도 주민을 억지로 ‘동원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행사는 주민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것이다.

-민선 9기 1호 결재로 ‘주민자치회 활성화’를 선택했다.

▶안타깝게도 민선 8기 때 서대문구 주민자치는 아예 사라졌다. 주민자치회 부활에 대한 주민의 열망이 컸기에 다시 살려보겠다는 것이다. 스스로도 주민 자치주의자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주민자치는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선 서울시 최초로 내년에 ‘동장직선제’를 하려고 한다. 동장은 외부에서 뽑는 게 아니라 공무원 중 뽑을 거다. 임기는 3년을 보장하겠다. 동장에게는 구청장처럼 예산과 권한을 드릴 거다. 동장은 작은 구청장이 되고 주민자치회는 작은 의회가 되는 거다. 이를 통해 진정한 풀뿌리 주민자치 행정을 구현하겠다.

-서대문구가 서북권 중심도시로 도약하기 위해 추진할 과제는.

▶강북횡단선 재추진, 서부선 경전철 조기 착공은 서대문구가 반드시 해야 하는 사업이다. 하지만 어려운 점은 이런 권한 대부분을 서울시가 갖고 있다는 것이다. 오세훈 (서울)시장 바짓가랑이를 잡아서라도 하겠다는 것이 각오다. 당이 달라도 그렇게 하겠다. 취임식 때 오 시장의 축하 동영상을 틀었다. 오 시장에게 보내는 메시지다. 서북권 중심도시를 만드는 데 중요한 또 하나가 랜드마크를 만드는 것인데 이것이 바로 ‘유진상가·인왕시장’이다. 유진상가·인왕시장 일대 개발은 민선 8기 때 속도감 있게 진행돼 서울시 통합심의까지 통과됐다. 하지만 보상 절차에서 생길 수 있는 갈등, 개발 사업에서 발생할 수 있는 금융 리스크를 관리해야 한다. ‘서대문구 정비사업 운영점검 TF’는 재개발, 회계, 세무, 법률 등 각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구청장 직속 민관 합동 TF다. 원점부터 모든 과정을 검토해 잘못된 점이 있다면 고치겠다. 잘못된 걸 수정한다고 사업을 안 한다는 게 아니다. 사업은 100% 진행할 거다. 그러려면 우선 주민 설득이 먼저다. 인왕시장의 예를 들겠다. 거기에 5개의 조합이 있는데 조합마다 생각과 입장이 다르다. 지금은 한 그룹이 사업을 주도하는데 나중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TF를 통해 다른 그룹들의 이야기도 듣고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 오히려 사업을 1~2년 더 빨리 진행시킬 수 있다.

-신촌·이대 지역을 예전처럼 다시 활기 넘치게 만들 방안은.

▶신촌과 이대를 살리려면 지금과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이곳의 주인은 대학생·청년·상인이다. 이들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우리는 거기에 지원만 하면 된다. 얼마 전 주민들과 신촌 발전에 대한 보고회를 가졌는데 신촌은 결국 문화예술 분야를 통해 살려야 한다는 얘기였다. 신촌과 홍대를 잇는 청년 경제특구 조성을 제안해 볼 생각이다. 이대 지역은 공실이 너무 많은데 임대료 인하가 중요하다. 그러려면 건물주에게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 제 꿈이 서대문을 친환경 도시로 만드는 건데 그중 하나가 건물을 에너지 제로하우스로 만드는 것이다. 태양광을 설치하고 단열 장비를 만드는 거다. 만약 이대 건물들이 이런 친환경 건물로 리모델링을 한다면 구에서 적극 지원하고 인센티브를 주겠다.

손인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