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청년주택 최소 3.5만호” vs 서울시 “기존대로 최대치 1.3만호”

공급량 놓고 정부·市 2만호 이상 격차
정부, 용산공원 20% 활용시 2.5만호
국제업무지구 등 합치면 3.5만호 여력
서울시 “용산공원 한 채도 안돼” 고수
전문가 “정쟁 길어지면 공급 늦어져”



“공원 녹지로서의 기능을 일부 상실한 곳에 대해 제한적으로 청년주택을 공급하는 대안이 어떤 게 있는지 검토하겠다”(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

“용산공원 훼손은 1cm라도 동의할 수 없다”(오세훈 서울시장)

정부가 용산공원을 주택공급 후보지로 검토하면서 용산 일대가 정부와 서울시의 ‘공급 격전지’로 떠올랐다.

현재 정부 구상대로라면 용산공원, 용산국제업무지구, 캠프킴, 미군 수송부 등을 포함해 용산 일대에서만 최소 3만5000가구 이상 공급여력이 생길 것으로 추산된다. 용산공원 주택공급 백지화를 요구하는 서울시와 비교하면 최소 2만가구 이상 격차가 발생한다. ‘공급 속도전’을 내세운 정부와 ‘도시계획·기능 유지’를 앞세운 서울시가 용산 공급 물량을 놓고 이견이 큰만큼 20일 열린 김윤덕 장관과 오 시장의 회담이 첫 분수령을 맞게 됐다.

▶공원 주택용지 20% 활용에 용적률 300% 적용시 2.5만 가구=김윤덕 장관은 지난 1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앞서 밝혔던 “용산공원 전체를 대상으로 공급 가능성이 있는지 검토하고, 이후 공론화하겠다”는 입장에서 “용산공원 전체의 녹지를 밀고 주택을 짓는 게 아니다”고 선회했다. 김 장관은 “훼손으로 그린벨트로서의 가치를 이미 상실한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청년들에게 공급하자는 생각”이라며 “장교 숙소, 군인 아파트, 방사청 부지 등 이미 녹지 기능을 완전히 상실한 지역이 일부 있다”고 언급했다.

같은 날 하준경 청와대 경제성장수석도 “이 금싸라기 땅을 잘 이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용산공원 공급 유형으로는 “청년주택이 될 것”이라고 공식화했다.

용산공원조성지구는 약 300만㎡ 규모로, ‘본체부지’와 ‘복합시설조성지구’로 구성돼있다. 본체부지는 미군기지가 존재하던 지역으로, 녹지를 포함해 약 243만㎡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30만㎡ 규모의 용산어린이정원도 본체부지에 포함된다. 복합시설조성지구는 수송부 부지, 캠프킴 등 인근에 붙은 곳들로 18만㎡규모다.

구체적인 범위와 공급 물량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용산공원 전체 면적 가운데 20%를 주택용지로 쓰고, 여기에 용적률 300%를 적용하면 주거시설 연면적은 약 180만㎡다. 가구당 주거시설 연면적 70㎡로 가정할 경우 약 2만5700가구를 공급할 수 있다.

같은 조건에서 용적률을 400%로 높이면 3만4000가구, 500%시에는 4만2800가구까지 늘어난다. 앞서 2021년 당시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용산공원 조성 특별법’을 발의하며 “본체용지 20%인 60만㎡를 활용해 용적률 1000%까지 상향할 경우 8만가구 이상 공급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실제 정부가 공급 가능성을 들여다보는 것으로 거론되는 부지도 상당하다. 김 장관이 언급한 용산어린이정원(30만㎡)을 비롯해 장교숙소 5단지(4만9000㎡), 방위사업청 부지(7만3000㎡), 군인아파트 부지(4만4000㎡)의 면적을 합하면 약 47만㎡에 달한다. 추가 가용지 발굴 여부에 따라 활용 가능한 부지 규모는 더 늘어날 수 있다.

다만 실제 공급물량은 도로, 학교 등 기반시설 확보 여부나 주거용지 비중, 용적률 등이 가를 전망이다. 소형 주택으로 공급되는 청년주택이 들어서면 가구 수가 더욱 크게 는다.

서울시는 용산공원이 도심에서 대규모 녹지를 확보할 수 있는 마지막 보루인만큼 “단 한 채도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윤지해 부동산114 리서치랩장은 “용산공원마저도 주택공급을 위해 썼다는 ‘상징성’에 더해 소규모의 청년주택을 활용하면 공급물량 확보에도 도움이 된다”며 “공공임대 공급 시그널을 통해 전월세 상승을 견제하려는 계산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용산국제업무지구도 2000호 격차…정부는 ‘물량·속도’, 서울시는 ‘도시계획·질’=정부가 공급물량 상단을 최대한 열어둔 용산공원 외에도 용산국제업무지구도 정부와 서울시의 시각차가 큰 곳이다. 정부는 1·29 도심 주택공급 방안을 발표하면서 6000가구로 계획됐던 국제업무지구 주택을 1만가구까지 확대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서울시는 업무·상업 기능과 교통 부담 등을 이유로 최대 8000가구를 절충안으로 제시했다.

미군 수송부 부지는 아직 공급계획이 정해지지 않았다. 이 곳은 캠프킴의 1.6배 규모로 서울시는 2024년 동부이촌동 일대 지구단위계획을 변경하면서 해당 부지를 제2종 일반주거지역에서 상업지역으로 상향했다. 최고 70m 까지 개발이 가능해지면서 개발업계에서는 향후 주거 기능을 포함할 경우 3000가구 이상을 수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가용 물량을 최대로 확보하려는 정부와 추가 조율이 관건이다.

결국 정부가 용산에서 어느 정도의 주택 공급 물량을 공식화하느냐에 따라 양측의 갈등 수위도 달라질 전망이다. 서울시는 가용부지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서울에서는 새로운 부지를 발굴하는 것보다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 규제를 풀어 공급을 확대하는 것이 현실적인 해법이라는 입장이다.

전문가들도 용산공원을 둘러싼 논쟁이 장기화할 경우 정부가 내세운 ‘공급 속도전’과 오히려 배치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용산공원 공급을 둘러싼 논쟁이 정치적 갈등으로 번지면 오히려 공급 속도가 늦어질 수 있다”며 “대체 부지를 발굴하거나 기존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를 빠르게 병행해 협점을 찾는 것도 현실적 방법”이라고 말했다. 서정은·윤성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