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밀한 ‘조건만남’까지 판치던 소라넷 운영자 고작 징역 4년 ‘이제 그만’…정부 ‘불법사이트 개설죄’ 띄운다 [세상&]

성평등가족부, 범정부 통합 대응 방안 발표
‘불법사이트 개설죄’ 신설…처벌 수위 높인다
배너광고로 돈 버는 구조, 광고 차단제도 도입

이재명 대통령이 13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수보회의에서 “조만간 발표할 불법 사이트 통합 대응 방안을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수준으로 세밀하게 또 꼼꼼하게 준비해주길 바란다”고 주문한 바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도윤 기자] 국내 음란물 사이트의 원조 격으로 불렸던 ‘소라넷’ 운영자 송모 씨가 2019년 대법원에서 징역 4년을 확정받자 ‘솜방방이 처벌’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소라넷에는 회원들이 불법촬영한 영상뿐 아니라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이 유통되는 별도 공간까지 존재했다. 여기서는 청소년과의 ‘조건만남’까지 은밀하게 이뤄지기도 했다. 이같은 공간을 운영한 이의 형량이 겨우 징역 4년이냐는 비판이 거세게 이어진 바 있다. 아동·청소년 성착취 영상을 공유하는 사이트 운영자에게 징역 30년 이상의 중형을 선고하는 미국과 비교하며 한국의 처벌이 느슨하단 목소리가 커지기도 했다.

정부가 이같은 문제 의식을 반영해 불법 콘텐츠를 게재하는 불법사이트 운영자에 대한 형사처벌을 강화하는 정책을 마련했다. 불법으로 촬영한 영상이 확인되면 사이트에 광고 게재 자체를 하지 못하게 하는 등 음성적 공간을 무력화하기 위한 법·제도 개선에도 나선다.

성평등가족부와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경찰청이 참여하는 ‘범정부 디지털 성범죄 대응 협의체’는 20일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불법사이트 통합 대응방안을 발표했다.

불법 성착취물을 돈벌이 수단으로 삼으면서 붙잡히더라도 가벼운 처벌에 그치거나 삭제와 접속 차단을 피해 계속해서 사이트를 운영할 수 있었던 기존 대응의 한계를 개선하려는 방안이 담겼다.

정부는 중앙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가 피해자 지원 과정에서 수집한 불법사이트 3만4628개를 심층 분석했다. 표면적으로는 서로 무관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동일한 운영자가 관리하는 385개 그룹도 확인됐다. 불법 배너광고는 사이트당 평균 34.7개, 최대 300개까지 게재돼 있었고, 불법사이트 한 곳당 최소 연 2억원의 범죄수익을 올리는 것으로 추정됐다. 사진은 심층 분석한 불법사이트 중 하나. [성평등가족부 제공]


먼저 성착취물이 유통되는 불법 음란사이트에 광고를 게재하는 행위를 금지할 수 있도록 법무부와 협의해 법적 근거를 마련할 방침이다. ‘불법사이트 개설죄’라는 죄목을 신설해 성착취물 유통을 목적으로 불법사이트를 개설·운영하는 행위 자체를 도박장 개설죄와 유사하게 독립된 범죄로 규정하는 방안이다.

현행법상 불법사이트 운영자가 직접 성착취물을 제작하거나 유포하지만 않으면 ‘유포 방조’ 혐의만 적용되면서 사이트 규모나 범죄수익에 비해 가벼운 처벌을 받는단 지적에 따라 내놓은 개선책이다. 법이 개정되면 사이트 운영자를 단순 방조범이 아닌 정범으로 처벌할 수 있게 된다.

불법사이트로 연결되는 광고 링크에 대해서는 차단 조치하고 일반 사업자가 불법사이트에 광고를 게재할 경우 과태료·과징금이나 명단 공개 등의 제재를 가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경찰은 ‘불법사이트 특별수사팀’도 신설한다. 불법사이트 운영자를 검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서버에 남아 있는 원본 성착취물을 삭제하는 등 피해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수사력을 집중할 계획이다.

주소를 바꿔가며 차단을 피하는 ‘도메인 셔틀링’에도 대응한다. 불법사이트가 도메인 뒤 숫자만 바꾸거나 같은 서버에 저장된 자료를 그대로 둔 채 겉모습만 바꿔 여러 사이트를 운영하는 행태에 대응하기 위해 인공지능(AI) 기반 ‘불법사이트 전주기 대응 기술’을 개발하고 관련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플랫폼 사업자의 책임도 강화한다. 자신의 플랫폼에서 불법촬영물 등이 발견될 경우 해당 이용자의 ID와 인터넷주소(IP) 등을 관계기관에 신고하도록 의무화하는 법 개정도 추진한다.

불법 사이트 운영 생태계 현황[성평등가족부 제공]


정부는 피해자 지원 과정에서 확보한 3만4628개 불법사이트와 최근 5년간 사이트 운영으로 검거된 27건의 수사자료를 중심으로 피해 규모와 운영 형태, 수익 구조 등을 분석했다.

분석 대상 3만4628개 사이트 가운데 6683개(19.3%)는 여전히 접속할 수 있었다. 이 가운데 3832개는 별도의 우회 없이 국내 상용망에서도 쉽게 접속할 수 있었다.

접속할 수 있는 6683개 사이트 중 한국어로 운영되는 곳은 300개였다. 이 가운데 한국과 관련된 항목이 있는 사이트는 1316곳으로 확인됐다. 이들 사이트에 올라온 한국인 관련 영상 게시물은 약 215만개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불법촬영물 가운데 일부에는 이름과 직업, 거주지역, 연락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 등 피해자를 특정할 수 있는 신상정보까지 함께 게시돼 피해를 키우고 있었다.

범정부 협의체가 불법사이트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대부분의 수익이 배너광고에서 창출되는 구조를 확인했다. 국내망으로 접속할 수 있고 배너광고가 게재된 1674개 사이트를 분석한 결과 도박·성매매 등 배너광고는 4만686개였다.

2021년 이후 경찰이 검거한 불법사이트의 수사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들 사이트가 거둬들인 배너광고 수익은 약 304억원으로 사이트 한 곳당 평균 34.7개, 최대 300개의 불법 배너광고가 게재됐다. 불법사이트 한 곳에서 최소 연 2억원 이상의 범죄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성평등부는 불법사이트가 광고 수익의 원천이 되는 구조를 깨기 위해 오는 9월부터 광고 금지 제도를 도입한다. 도박 등 불법광고는 긴급 차단 조치를 적용해 강제로 제거하고, 일반광고는 과태료나 과징금을 광고주에게 부과하는 식으로 광고를 내리게 유도하기로 했다.

평화나비네트워크 회원 등이 2024년 8월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딥페이크’ 성범죄대응 긴급 대학생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