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2000달러 위약금’ 결국 정부도 “인신매매 소지”…우즈벡에 시정 요구

노동부 “부당한 사업장 변경 제한…매우 부당한 조치”
우즈벡 정부·관계부처에 즉각 시정·개선 요구
외노협 “우즈벡만의 문제 아냐…외국인력 도입제도 전수조사해야”


금속노조·이주노조·사람이왔다_이주노동자차별철폐네트워크·이주노동자평등연대 등 관계자들이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이주노동자 투쟁 승리 2차 전국공동행동대회를 열고 이주노동자 사업장 이동의 자유와 노동기본권 보장, 노조할 권리 쟁취를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울산 조선업체에 취업한 우즈베키스탄 노동자들이 사업장을 옮기거나 일을 그만두면 매달 2000달러의 위약금을 내도록 한 각서를 작성한 것과 관련해 정부가 이를 ‘인신매매 소지가 있는 매우 부당한 조치’로 규정하고 우즈베키스탄 정부에 시정을 요구했다.

앞서 고용노동부는 우즈베키스탄 정부가 노동자 이탈 등을 막기 위해 자체적으로 운영한 제도로, 우리 정부는 해당 각서의 존재를 사전에 알지 못했다며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후 조사 과정에서 각서의 문제성을 확인하고 우즈베키스탄 측에 개선을 요구한 것이다.

20일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외노협)에 따르면 노동부는 우즈베키스탄 노동부 산하 대외노동청이 고용허가제로 한국에 입국한 노동자들에게 이직하거나 사업장을 변경할 경우 매달 2000달러의 위약금을 내겠다는 각서를 작성하도록 한 사실을 확인했다.

노동부는 이를 “고용허가제 취지에 맞지 않는 부당한 사업장 변경 제한이자 인신매매 등의 소지가 있는 매우 부당한 조치”로 판단하고 우즈베키스탄 정부와 관계부처에 즉각적인 시정과 개선을 요구했다.

논란이 된 각서는 윤석열 정부 시절 노동부와 울산시가 조선업 인력난 해소를 위해 추진한 ‘조선업 맞춤형 외국인력 양성 시범사업’을 통해 입국한 우즈베키스탄 노동자들에게 적용됐다. 올해 6월까지 이 사업으로 울산지역 조선업체에 배치된 우즈베키스탄 노동자는 385명이다.

외노협은 정부 조치를 환영하면서도 이번 일을 우즈베키스탄만의 문제로 봐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외노협은 “이탈보증금과 이직위약금은 명백한 노동착취이자 인신매매”라며 거액의 위약금이 강제노동이나 임금체불, 폭행 등 부당한 처우를 받는 노동자까지 사업장을 떠나지 못하게 만드는 수단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법적 쟁점도 확대됐다. 앞서 외국인고용법상 사업장 변경권과 근로기준법상 강제근로 금지 위반 가능성이 제기된 데 이어 외노협은 근로기준법 제20조도 근거로 들었다. 해당 조항은 근로계약을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노동자에게 위약금이나 손해배상액을 미리 정해 놓는 계약을 금지하고 있다.

외노협은 UN 인신매매 방지 의정서와 국내 인신매매방지법에 비춰서도 경제적 구속을 이용한 노동착취 여부를 살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외노협은 특히 비슷한 문제가 농·어촌 계절근로자 제도에서도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의 외국인 계절근로자 도입 과정에서 브로커가 개입하거나 노동자 또는 현지 가족의 토지·통장을 담보로 잡고 수백만~수천만원의 ‘이탈보증금’을 요구하는 사례가 있다는 것이다.

외노협은 노동부가 고용허가제의 이직위약금만 문제 삼고 계절근로자의 이탈보증금 문제를 외면한다면 “반쪽짜리 대책”에 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외노협은 ▷우즈베키스탄의 이직위약금 각서 폐지 ▷모든 고용허가제 송출국의 이직위약금·이탈보증금 실태 조사 ▷계절근로자 이탈보증금·담보계약 전수조사 ▷불법 브로커 및 가담자 처벌 등을 정부에 요구했다. 우즈베키스탄 정부가 각서를 폐지하지 않을 경우 송출국 지정 취소 등 행정조치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