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체불 대지급금 회수율 5년 연속 하락…작년 29.7%로 ‘30%’ 붕괴

지난해 대지급금 6845억원…간이대지급금 회수율 18.1% 그쳐
임금채권보장기금 적립금 8340억→2766억원…6년 연속 적자
오늘부터 도산대지급금 한도 3150만원으로 확대…재정부담 커질 듯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해 9월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범정부 임금체불 근절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지난해 국가가 체불 사업주를 대신해 근로자에게 지급한 대지급금이 6800억원을 넘어선 가운데 사업주로부터 돌려받은 비율은 30%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지급금의 재원인 임금채권보장기금 적립금도 5년 새 3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면서 회수율을 높여 기금 재정건전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실이 공개한 ‘2025회계연도 고용노동부 소관 결산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대지급금 지급액은 6845억원으로 집계됐다. 2020년 5797억원보다 1049억원(18.1%) 증가한 규모다.

지난해 연간 임금체불액이 2조679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하면서 대지급금 지급 규모도 함께 불어났다.

대지급금은 임금이나 퇴직금을 받지 못한 근로자에게 국가가 사업주 대신 일정 금액을 먼저 지급하고 이후 해당 사업주에게 이를 받아내는 제도다. 사업주가 파산·회생 등 재판상 도산하거나 사실상 도산한 경우 지급하는 ‘도산대지급금’과 도산 여부와 관계없이 체불 사실이 확인되면 지급하는 ‘간이대지급금’으로 나뉜다.

문제는 지급액이 늘어나는 동안 회수율은 지속해서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대지급금 회수율은 29.7%로 30% 선마저 무너졌다. 회수율은 2020년 32.8%에서 2021년 32.2%, 2022년 31.9%, 2023년 30.9%, 2024년 30.0%에 이어 지난해 29.7%까지 떨어지며 6년 연속 하락했다.

특히 전체 대지급금의 약 90%를 차지하는 간이대지급금의 낮은 회수율이 문제로 꼽힌다. 지난해 간이대지급금 지급액은 6152억원으로 전체 대지급금 지급액의 89.9%에 달했지만 회수율은 18.1%에 그쳤다. 도산대지급금 회수율 41.3%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대지급금은 정부가 집계하는 체불 피해 해결액에도 포함된다. 사업주가 밀린 임금을 직접 지급하지 않더라도 국가가 대지급금을 지급하면 체불 피해가 해결된 것으로 잡힌다. 근로자 입장에서는 체불임금을 신속하게 받을 수 있지만, 정부가 사업주로부터 지급액을 제대로 회수하지 못할 경우 그 부담은 고스란히 임금채권보장기금에 남는다.

실제 낮은 회수율이 이어지면서 기금 재정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임금채권보장기금 적립금은 2020년 8340억원에서 지난해 2766억원으로 5년 만에 5574억원(66.8%) 감소했다. 지난해 기금 수입은 7368억원인 반면 지출은 8075억원으로 707억원의 적자를 냈다. 기금 수지는 2020년 이후 지난해까지 매년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향후 기금 지출 부담은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이날부터 개정 임금채권보장법과 시행규칙이 시행되면서 도산대지급금 지급 범위가 기존 최종 3개월분에서 6개월분으로 확대되고, 근로자 1명이 받을 수 있는 최대 지급액도 2100만원에서 3150만원으로 늘어난다.

정부는 동시에 체불임금을 스스로 청산하려는 사업주에 대한 금융지원도 확대했다. 일반융자 한도를 사업주당 1억5000만원에서 2억원으로 높이고, 대규모 체불 사업주에 대해서는 최대 10억원의 특별융자를 새로 도입했다.

노동부는 올해 5월부터 사업주가 대지급금을 상환하지 않을 경우 국세 체납과 같은 방식으로 강제징수할 수 있게 된 만큼 회수율이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대지급금 지원 범위가 확대되면서 기금 지출 증가가 예상되는 만큼 체불근로자 보호 확대와 함께 대지급금 회수율을 높여 기금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것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