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채용절차법엔 명시적 의무 없어
정부, 사전고지·차별금지 법 정비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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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2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 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구직자들이 채용공고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윤창빈 기자 |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인공지능(AI)이 입사지원서를 평가하고 면접 점수까지 매기는 시대가 이미 현실이 됐지만 구직자는 자신이 AI의 평가를 받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를 수 있다.
현행 채용절차법에는 기업이 채용 과정에서 AI를 활용한다는 사실을 구직자에게 사전에 알리도록 하는 명시적인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AI 채용이 빠르게 확산하면서 AI 활용 사실을 사전에 고지하도록 채용절차법을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0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한국고용정보원이 지난해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5년 기업 채용동향조사’에서 응답기업 396개사 가운데 21.7%인 86개사가 직원 채용에 AI 도구를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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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챗GPT를 활용해 제작 |
AI를 활용하는 기업 가운데 69.8%는 AI 기반 인·적성 또는 역량검사에 AI를 사용하고 있었다. 지원서류 검토와 AI 면접 및 대면면접 때 AI 결과를 활용한다는 응답도 각각 46.5%였다. 향후 채용 업무에 AI를 도입하거나 활용을 확대할 계획이라는 기업은 전체 응답기업의 74.5%에 달했다.
AI 채용은 빠르게 확산하고 있지만 이를 구직자에게 알리는 것은 기업의 자율에 맡겨져 있다. 조사에서 AI를 채용에 활용하는 기업 가운데 구직자에게 AI 도구 활용 여부를 사전에 고지한다고 답한 곳은 57.0%였다. AI를 통해 수집한 개인정보의 처리·관리 방법을 안내한다는 기업도 55.8%에 그쳤다.
현행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채용절차법)’에는 AI나 알고리즘을 활용한 채용을 직접 규율하는 내용이 없다. 기업이 채용 과정에서 AI를 사용한다는 사실이나 AI가 어느 단계에서 활용되는지를 구직자에게 사전에 고지하도록 하는 명시적인 규정도 없다.
기업들도 AI 채용을 둘러싼 제도적 기준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AI 채용에 필요한 정부 지원으로 응답기업의 65.4%가 ‘AI 채용 전형에서의 윤리 기준 및 개인정보 보호 등에 대한 법적 가이드라인 제공’을 꼽았다. AI 도구의 공정성·편향성 등에 대한 검증과 결과 공유가 필요하다는 응답도 50.3%였다.
정부도 제도 정비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노동부는 지난해 기업 채용동향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AI 채용에 적용할 윤리기준과 단계별 체크리스트를 담은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AI 채용 과정에서의 사전고지와 차별금지 등을 담은 채용절차법 정비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AI 활용 사실을 사전에 알리는 것을 넘어 구직자가 AI 평가 결과에 대해 설명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에는 ‘자동화된 결정’에 대해 정보주체가 설명을 요구하거나 일정한 경우 이를 거부할 수 있는 제도가 있다. 하지만 완전히 자동화된 시스템으로 개인정보를 처리해 개인의 권리 또는 의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결정을 내린 경우를 전제로 한다.
실제 채용에서는 AI가 지원자의 서류나 역량검사·면접 결과를 점수화하고 인사담당자가 이를 참고해 다음 전형 진출자나 최종 합격자를 결정하는 ‘혼합형 채용’이 활용된다. 사람이 실질적으로 최종 결정에 개입했다면 개인정보보호법상 ‘자동화된 결정’에 해당하지 않을 수 있어 AI가 평가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더라도 설명요구권 적용에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올해 시행된 인공지능기본법은 이 같은 제도적 공백을 일부 메울 장치로 꼽힌다. AI 시스템이 채용 과정의 판단 또는 평가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경우 고영향 인공지능에 해당할 수 있고, 관련 투명성 확보 의무도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