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진 없이 퇴직연금 100만달러 이상…집 사고 해외여행도
높은 임금·복지에 장기근속 ‘코스트코 첫해 이직률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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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스트코.[게티이미지] |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40년 동안 마트 계산원으로 일하면 얼마나 많은 돈을 모을 수 있을까. 미국 대형 유통업체 코스트코에서 평생에 가까운 시간을 일한 한 직원은 퇴직연금으로만 100만달러(약 13억9000만원) 넘게 모아 화제다. 고위 임원으로 승진하거나 창업에 성공한 것도 아니다. 평범한 계산원으로 꾸준히 일해 ‘백만장자’가 된 것이다.
1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의 코스트코 매장에서 일하는 토니 바르자르는 올해 60세다. 그는 1980년대 시급 5.85달러를 받으며 주차장에서 쇼핑 카트를 정리하는 일로 코스트코 생활을 시작했다.
몇 년 뒤 계산원이 된 그는 이후 40년 가까이 회사를 떠나지 않았다. 관리자나 임원이 되지 않고 일반 직원으로 일해온 그의 현재 시급은 약 33달러다. 오랜 기간 차곡차곡 적립한 401(k) 퇴직연금은 100만달러를 넘어섰다. 401(k)은 미국의 대표적인 기업형 퇴직연금 제도로, 근로자가 급여의 일부를 적립해 주식·채권·펀드 등에 투자하는 방식이다.
안정적인 직장 덕분에 바르자르 가족은 2009년 수영장이 딸린 집을 마련했고 여러 차례 해외여행도 다녀왔다.
한 매장에서 수십년을 보내면서 단골 고객들과도 자연스럽게 친분이 생겼다. WSJ 기자가 매장을 찾았을 당시에도 그는 셀프 계산대를 오가며 고객들을 안내하고 오랜 단골에게 가족의 안부를 물었다. 고객과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빠르게 상품을 스캔하는 모습에 WSJ 기자는 “마치 기계 같았다”고 표현했다.
바르자르가 코스트코에 40년간 남은 이유는 급여만이 아니었다. 지난해 사위가 세상을 떠난 데 이어 몇 달 뒤 아내가 3기 뇌암 진단을 받자 그는 아내를 돌보기 위해 거의 1년간 일을 쉬었다. 코스트코의 유급 가족휴가를 이용할 수 있었고 회사 건강보험은 아내의 치료와 바르자르의 심리 상담까지 지원했다.
미국 소매업계에서 한 회사에 수십년간 머무는 것은 흔치 않지만 코스트코에는 이 같은 장기 근속자가 수천명에 달한다고 WSJ은 전했다.
비결은 직원을 오래 붙잡기 위해 더 많은 돈을 쓰는 코스트코의 경영 방식에 있다.
코스트코는 다른 소매업체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과 퇴직연금, 건강보험 등을 제공한다. 직원에게 돈을 더 쓰더라도 이직률이 낮아지면 신규 직원을 계속 채용하고 교육하는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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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스트코 [로이터] |
실제 코스트코의 입사 첫해 직원 이직률은 약 7%에 불과하다. 일부 조사에서 미국 소매업계 전체 이직률이 최대 60%에 달하는 것과 큰 차이다.
오래 일한 직원들은 매장과 고객을 잘 아는 만큼 문제도 빠르게 해결한다. 특히 회원제로 운영되는 코스트코는 고객의 매장 경험이 회원권 갱신으로 이어질 수 있어 숙련 직원의 가치가 더욱 크다.
이 같은 철학은 코스트코의 전신인 페드마트와 프라이스클럽을 만든 솔 프라이스 때부터 이어졌다. 경쟁사보다 직원들에게 높은 임금을 주면 더 좋은 인재를 확보하고 충성도를 높여 장기적으로 회사에도 이익이라는 ‘선순환’ 전략이다.
뜻밖의 고민도 생겼다. 바르자르처럼 오랜 기간 일하며 상당한 자산을 모은 직원들이 예상보다 일찍 은퇴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어서다.
WSJ의 사라 나사우어 기자는 일부 직원들이 충분한 자산을 모은 뒤 회사를 떠나면서 코스트코가 장기 근속자에게 휴가를 늘리거나 신입 직원의 멘토 역할을 맡기는 방식으로 숙련 인력을 더 오래 붙잡으려 하고 있다고 전했다.
높은 임금과 복지를 유지하는 데 적지 않은 비용이 들지만 코스트코는 수십년간 이 방식을 유지하며 성장해왔다. WSJ은 바르자르의 사례가 평범한 직원에게 안정적인 임금과 복지를 제공하면서도 기업이 함께 성장할 수 있다는 코스트코식 경영 모델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