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극과 경극은 닮았다”? 세계 음악극의 오디세이 열린다

9월 3~26일 국립극장 공연
‘햄릿’ 입은 경극, 태국 가면극
김준수·남상일 첫 의기투합


‘2026 창극 중심 세계음악극축제’ [국립극장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창극과 경극은 닮았어요. 배역이 나뉘고 노래를 중심으로 악단 반주와 완결된 이야기를 갖췄다는 점에서 일맥상통하죠.”

셰익스피어의 비극 ‘햄릿(Hamlet)’을 중국 경극으로 재해석한 ‘지단 왕자의 복수’에서 주인공 지단 역을 맡은 상하이경극원의 푸시루(Fu Xiru)는 한국의 창극과 경극의 특징을 이렇게 짚었다.

동양의 전통 음악극은 보존과 혁신을 화두로 삼아 끊임없이 경계를 넘어왔다. 지난 몇 년 사이 ‘판소리 아이돌’을 배출하며 인기를 얻고 있는 창극은 물론 중국의 경극, 태국의 가면극도 마찬가지다. 고군분투하는 동양의 전통 음악극들이 한 자리에서 교감한다.

19일 국립극장에 따르면 ‘2026 창극 중심 세계음악극축제’가 ‘뮤직 드라마 오디세이(Music Drama Odyssey)’를 부제로 내달 3~26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달오름·하늘극장에서 열린다.

올해로 2회째를 맞은 이번 축제는 창극을 구심점으로 삼아 세계 각국의 전통에 기반한 음악극의 동시대적 흐름과 미래 가능성을 조망한다. 국립극장 제작 공연 3편을 비롯해 해외 초청작 2편, 국내 초청작 4편 등 총 9편의 작품이 관객을 맞는다.

해외 초청작으로는 2011년 에든버러 국제 페스티벌에서 ‘헤럴드 엔젤 어워드(Herald Angel Award)’를 수상한 상하이경극원의 ‘지단 왕자의 복수’(9월 12~13일 해오름극장)가 오른다. 각색을 맡은 펑강(Feng Gang)은 “동서양 문화에는 공통점도 차이도 있지만, 중국 전통극만의 표현으로 서양 고전의 정수를 담아내는 것은 경극이 세계로 나아가고 표현의 폭을 넓히는 길”이라며 “상징과 함축이라는 방식은 한국 관객에게도 익숙해 더 쉽게 빠져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26 창극 중심 세계음악극축제’ 홍보대사를 맡은 남상일 김준수 (왼쪽부터) [국립극장 제공]


유네스코(UNESCO)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태국 문화예술부 왕립무용단의 전통 가면무용극 ‘콘(Khon): 라마끼엔의 이야기’(9월 4~5일 하늘극장)도 무대에 오른다. 시리퐁 타위삽(Siriphong Thawisap) 태국 문화예술부 공연예술국장은 “정형화된 춤사위와 피팟(Piphat) 음악, 얼굴을 가린 가면으로 언어의 장벽을 넘어 감정을 전한다”며 “이번 공연을 위해 다섯 막을 새로 구성했고, 조명과 색채·음향을 더해 현대적 감각으로 다듬었다”고 했다.

올해 축제엔 특별히 국립창극단의 간판 스타로 활약했던 두 소리꾼이 친정으로 돌아왔다. 김준수와 남상일이다. 축제 홍보대사로 위촉된 두 사람은 처음으로 한 무대에서 호흡을 맞춘다. 이들은 ‘창극콘서트-흥보, 박을 타다’(9월 9~10일 달오름극장)를 통해 스타 소리꾼들의 뛰어난 재담과 소리를 들려줄 예정이다.

2013년 국립창극단에 입단해 13년간 활동한 뒤 올초 퇴단한 김준수는 지난 10여년간 창극의 인기를 견인하고 ‘매진 신화’를 작성한 일등공신이다. 그는 해외 순회공연 경험을 회고하며 “외국 관객께서 느꼈던 창극의 매력은 소리꾼들이 같이 함께 빚어내는 에너지인 것 같다”며 “언어는 통하지 않아도 소리꾼들이 음을 얹어서 가장 솔직하게 표현하는 감정들을 관객들이 그대로 읽어낸다. 그 폭포수 같은 에너지에 압도된다는 이야기를 많이 주셨다”고 했다.

‘2026 창극 중심 세계음악극축제’ 홍보대사를 맡은 김준수 (왼쪽부터) [국립극장 제공]


남상일 역시 2016년 프랑스 파리 가을 축제 초청 당시 안숙선 명창과 함께 3시간 반 동안 ‘수궁가’ 입체창 완창을 마치고 30분간 기립박수를 받았던 기억을 떠올리며 “외국 관객들은 편견 없이 예술 그 자체로 우리 소리를 수용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튜닝의 끝은 순정이듯 창극의 본질은 판소리”라며 “맛을 보지 못해 낯설 뿐, 제대로 접하기만 하면 누구나 그 매력에 매료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두 편의 해외 초청작을 비롯해 올해에는 국내 작품도 늘렸다. 개막작인 국립창극단의 대표 레퍼토리 ‘귀토’(9월 3~6일)와 고전소설 ‘옹고집전’ 바탕의 배리어 프리 음악극 ‘옹옹옹’(9월 3~6일)이 서막을 연다. 지리산 설화로 전쟁의 상처를 달래는 국립민속국악원의 창작 창극 ‘독갑이댁 수레노래’(9월 12~13일), 보물 제1879호 그림을 모티브로 오랜 벗들의 우정을 그린 전남광주통합특별시립창극단의 창무극 ‘희경루방회도’(9월 17~18일)가 무대에 오른다. 김용호 전남광주통합특별시립창극단 예술감독은 “지역의 가장 지역적인 문화유산을 끄집어냈을 때 가장 대한민국이고 세계적인 것이라 생각한다”며 “지난 6월 지역 초연 당시 한 달 반 전부터 전석 매진을 기록할 만큼 큰 호응을 얻었다”고 밝혔다.

민간 단체에선 일제강점기 제주 해녀들의 항일운동을 판소리 탐정극으로 엮은 판소리공장 바닥소리의 ‘해녀탐정 홍설록’(9월 18~19일)과 한국 근현대사 100년의 대중가요 42곡을 원곡 그대로 엮어내어 민초들의 삶을 응축한 혜성컴퍼니의 주크박스 음악극 ‘백만사’(9월 24~26일)가 함께 한다.

유은선 축제추진단장(국립창극단 예술감독)은 “창극은 물론 중국의 경극, 태국의 콘도 결국 사람 사는 이야기가 중심이다”며 “우리 고유의 언어로 출발해서 다른 세계의 음악극과 대화하며 말로 다 전하기 힘든 단상과 사건을 노래와 몸짓, 춤과 연기로 풀어내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