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고용 5.1% 급증…자동차·철강은 제자리, 섬유는 감소

AI·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에 반도체 일자리 8000명 증가 전망
조선도 고선가 선박 인도 본격화…고용 2.7%·3000명 늘어
9개 주력 제조업 중 6개 ‘유지’…섬유는 3.5%·5000명 감소


삼성전자 반도체 평택컴퍼스 전경 [사진 삼성전자]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인공지능(AI) 시장 확대와 데이터센터 투자 열풍에 힘입어 올해 하반기 반도체 업종 고용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 넘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조선업 역시 3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면서 고용 증가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됐다.

반면 자동차와 철강, 석유·화학 등 대부분 주력 제조업의 고용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섬유업은 감소할 것으로 전망돼 업종별 고용 온도차가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

19일 한국고용정보원과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이 발표한 ‘2026년 하반기 주요 업종 일자리 전망’에 따르면 조사 대상 9개 주력 제조업 가운데 반도체와 조선은 지난해 하반기보다 일자리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섬유는 감소하고 기계·전자·디스플레이·철강·자동차·금속가공·석유·화학 등 6개 업종은 지난해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한국고용정보원 제공]


고용정보원은 전년 동기 대비 고용 증가율이 1.5% 이상이면 ‘증가’, -1.5% 이상 1.5% 미만이면 ‘유지’, -1.5% 미만이면 ‘감소’로 분류한다.

가장 큰 폭의 고용 증가가 예상되는 업종은 반도체다. 올해 하반기 반도체 고용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1%, 약 8000명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9개 조사 대상 업종 가운데 증가율과 증가 인원 모두 가장 크다.

AI 시장의 급성장이 고용 확대를 이끄는 핵심 동력이다. 고용정보원은 AI 서버와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 메모리 가격 상승 등에 힘입어 올해 글로벌 반도체 시장 규모가 지난해 8331억달러에서 1조6173억달러로 약 94%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AI·서버용 고대역폭메모리(HBM), 서버용 D램과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수요가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설비투자도 늘어난다. 글로벌 AI 인프라 수요 확대와 5나노 이하 첨단공정 중심의 투자 증가로 올해 글로벌 반도체 설비투자는 지난해보다 약 17% 증가한 2375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울산시 동구 HD현대중공업 야드 전경 [HD현대중공업 제공]


조선업도 고용 증가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하반기 조선업 고용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 약 3000명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2022~2023년 대량 수주한 LNG운반선과 대형 컨테이너선 등 고선가 선박 인도가 본격화하면서 올해 선박류 수출도 전년보다 8.3% 증가한 339억1000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지난 5월 기준 국내 조선소의 수주잔량은 3850만CGT로 3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한 상태다. 안정적인 일감이 생산 확대와 고용 증가를 뒷받침하는 셈이다. 조선업 고용은 2023년 하반기 전년 동기 대비 9.7% 증가한 뒤 증가 폭이 둔화됐지만 올해 상반기 2.9%에 이어 하반기에도 2.7%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반면 자동차와 철강 등 상당수 주력 제조업의 고용 사정은 녹록지 않다.

자동차 업종 고용은 지난해 하반기보다 0.5%, 약 2000명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감소율이 1.5%에 미치지 않아 전망상으로는 ‘유지’로 분류됐다. 내수는 신차 출시와 AI·전기차 중심의 수요 확대 등에 힘입어 3.9% 증가하고 생산도 2.2%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지만, 고용 확대까지 이어지지는 못할 것으로 분석됐다.

철강 역시 고용이 0.3%, 약 400명 감소해 전년 수준을 유지할 전망이다. 지난해 건설 등 수요 부진에 따른 기저효과로 내수는 소폭 개선되지만 유럽연합(EU) 등 주요 시장의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수출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전자·디스플레이도 0.1%, 약 1000명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금속가공은 0.3%, 약 1000명, 석유·화학은 0.6%, 약 3000명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모두 ‘유지’ 범위에 포함됐다. 반면 기계는 0.8%, 약 4000명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지만 증가율이 1.5%에 미치지 않아 역시 ‘유지’로 분류됐다.

가장 고용 상황이 좋지 않은 업종은 섬유다. 하반기 섬유업 고용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 약 5000명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9개 업종 가운데 유일하게 ‘감소’로 분류됐다.

섬유업은 첨단소재 생산설비 증설과 의류 소비 회복 등의 긍정적인 요인이 있지만 중동발 공급망 충격에 따른 원료·물류비 상승, 미국발 통상규제, 중국산 저가 제품의 공세 등이 발목을 잡을 것으로 예상됐다. 실제 섬유업 고용 증가율은 2024년 상반기 -3.7%, 하반기 -3.6%, 지난해 상·하반기 각각 -3.6%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3.0%를 기록했다. 하반기에도 -3.5%가 예상되면서 구조적인 고용 감소세가 이어지는 모습이다.

주력 제조업의 인력 미스매치도 여전하다. 고용이 크게 늘지 않는 업종에서도 필요한 인력을 구하지 못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올해 상반기 금속가공업의 미충원율은 20.2%로 전산업 평균 6.5%의 3배를 웃돌았다. 전자·디스플레이도 18.6%, 석유·화학은 17.6%로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금속가공업의 경우 인력을 충원하지 못한 이유로 ‘사업체에서 요구하는 경력을 갖춘 지원자가 없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27.0%로 가장 많았고, 임금 등 근로조건이 구직자의 기대와 맞지 않는다는 응답이 21.3%, 구직자가 기피하는 직종이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16.4%를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