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5곳, 올 채권발행 2500억弗
美국채 팔고 AI회사채로 자금 이동
30년물 금리 5.29%, 2007년 후 최고
美부채·日재정 우려…장기채 금리↑
시장에선 ‘채권 자경단’ 출현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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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로벌 국채시장의 매도세가 거세지면서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의 장기 국채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미국 30년 만기 국채 금리는 2007년 이후 처음으로 5.3%를 넘어섰다. 재정적자 확대와 인플레이션 우려,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에 따른 기업들의 대규모 회사채 발행이 맞물리면서 장기금리 상승 압력이 이어지고 있다. [로이터] |
인공지능(AI) 투자 열풍이 미국 주식시장을 넘어 채권시장까지 뒤흔들고 있다. 빅테크가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투자를 위해 대규모 회사채를 쏟아내면서 막대한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국채를 발행하는 미국 정부와 투자자 자금을 놓고 경쟁하는 구도가 형성됐다. 여기에 정부 부채 증가까지 겹치며 미국 30년물 국채 금리는 2007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1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아마존과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MS), 메타, 오라클 등 5대 ‘하이퍼스케일러’의 회사채 발행액은 올해 2500억달러(약 347조원)에 달해 지난해의 두 배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의 채권 발행 규모는 2027년 다시 거의 두 배로 불어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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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회사채 발행 3개월 연속 월간 최대 |
실제 미국 회사채 시장에는 이미 역대급 물량이 쏟아지고 있다.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이달 17일까지 미국 투자등급 회사채 발행액은 1452억달러에 달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인 2020년 8월의 종전 기록 1360억달러를 이미 넘어섰다.
올해는 1월과 6월, 7월에도 월간 투자등급 회사채 발행 기록이 깨졌다. 다른 3개월 역시 역대 두 번째로 많은 발행량을 기록했다. 올해 누적 미국 투자등급 회사채 발행액은 1조4600억달러로, 연간 발행이 사상 최대였던 2020년 같은 시점보다도 8.5% 많다.
발행 러시의 중심에는 AI가 있다. 알파벳은 이달 250억달러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올해 들어 250억달러 이상 규모의 대형 채권 발행은 이번이 여덟 번째로, 모두 기술기업들이 주도했다. AMD도 지난주 회사 역사상 최대인 47억5000만달러 규모의 달러채를 발행했다.
그동안 막대한 현금을 쌓아놓은 빅테크가 자체 자금으로 AI 투자를 감당할 것이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투자 규모가 급증하면서 회사채와 은행 대출, 사모시장까지 동원하는 방식으로 자금 조달 구조가 빠르게 바뀌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같은 시기 미국 정부 역시 거대한 ‘차입자’로 채권시장에 들어와 있다는 점이다.
미국 정부 부채는 40조달러에 육박해 불과 2년 만에 약 5조달러 증가했다. 재정지출을 감당하기 위한 국채 발행이 늘어나는 가운데 신용도가 높은 빅테크까지 수천억달러의 회사채를 동시에 쏟아내면서 투자자 자금을 놓고 미국 정부와 기업이 경쟁하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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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요국 30년물 국채금리 추이 |
이 같은 자금 쟁탈전 속에 장기 국채 금리는 일제히 뛰고 있다. 채권 공급 확대는 투자자들이 더 높은 수익률을 요구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장기금리에 추가적인 상승 압력을 줄 수 있다.
주요국 30년물 국채 금리는 미국이 5.29%, 영국이 5.83%, 프랑스가 4.86%, 일본이 4.15% 수준까지 상승했다. 미국 30년물 금리는 2007년 이후 최고 수준이고, 프랑스는 2008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다. 일본 역시 사상 최고 수준에 근접했다.
글로벌 장기금리를 끌어올리는 것은 AI 회사채 발행뿐만이 아니다. 각국의 재정적자 확대와 끈질긴 인플레이션, 지정학적 위험이 동시에 장기채를 압박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미 재무부가 전날 집계한 국가부채는 39조9000억달러(5경6338조원)로, 이번 주 40조달러를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올해 미 연방정부가 부담해야 할 연간 국채 이자 비용만 1조달러를 넘어설 전망이다. 이는 미 국방부 예산과 맞먹는 규모다. 여기에 중동 분쟁으로 에너지 가격 변동성이 커지면서 물가가 다시 상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남아 있다.
세인트제임스플레이스의 저스틴 오누에쿠시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시장이 말하는 것은 앞으로 더 높은 인플레이션, 적어도 미래에 더 큰 불확실성을 예상한다는 것”이라며 “따라서 투자자들이 장기 채권에 더 높은 수익률을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과거와 달리 이미 금리가 높은 상황에서 대규모 재정적자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통상 재정적자는 경기가 약화될 때 확대되고 이때 중앙은행의 정책금리 인하가 채권시장 충격을 완화했지만, 현재는 높은 금리 속에서도 정부 차입이 늘면서 장기금리를 추가로 밀어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높아진 금리는 다시 정부 재정을 압박한다. 미국의 회계연도 누적 재정적자는 1조1700억달러로 전년보다 15% 증가했으며, 국채 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비용 증가가 재정적자 확대의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AI 투자도 같은 딜레마를 안고 있다. 대규모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투자가 생산성을 높여 경제성장으로 이어진다면 현재의 차입은 정당화될 수 있지만 기대했던 수익을 내지 못할 경우 막대한 회사채가 기업들의 부채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
시장에서는 장기 국채금리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니엘라 해선 캐피털닷컴 시장분석가는 “성장 둔화와 물가 상승세 둔화, 향후 연준의 완화적 정책은 특히 단기물 금리를 끌어내릴 수 있다”면서도 “장기물은 여전히 대규모 국채 공급과 큰 재정적자, AI 관련 회사채 발행, 에너지·인플레이션 불확실성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아직 미 국채시장에 대해 과도하게 우려할 단계가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에드 야데니 야데니리서치 대표는 “아직 패닉 버튼을 누르고 있지는 않다”면서도 “‘채권 자경단’(정부의 과도한 재정지출 등에 반발해 국채를 집단 매도하며 금리 상승 압력을 가하는 투자자들)이 버튼을 누를지는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서지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