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중박 옆에 아파트라니” 용산공원 주택공급에 주민들 ‘발칵’[르포][부동산360]

용산어린이정원 인근 주민 “조망권 침해”
용산공원 조망 따라 매매가 수억원 차이
공급 효과에는 이견, “사회적 합의 필요해”


청와대와 정부가 용산어린이정원에 청년을 위한 공공임대주택을 짓는 방안을 밝혔다. 하지만 서울시는 국제업무지구라는 본래 사업 목적 훼손과 난개발 우려로 개발을 반대하는 입장이다. 정부는 서울시, 용산구와 협의해 착공을 추진할 계획이나 입장차가 좁혀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18일 오후 서울 용산구 용산공원 내 어린이정원 앞에 공공임대주택 개발을 반대하는 근조화환이 놓여져 있다. 윤창빈 기자


서울 시내에 이 정도 규모의 공원이 있나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국립중앙박물관 바로 옆이기도 한데, 이 곳에 아파트가 들어서는 건 부적절하죠.

용산에 20년째 거주 중인 조모(60)씨

[헤럴드경제=윤승현·신혜원 기자] 서울 내 대규모 도심 녹지인 용산공원이 정부 주택 공급 대책의 최대 쟁점으로 떠오른 가운데, 인근 주민들의 주택 조성 반대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부동산 업계 내에서도 공급 확대를 위한 용산공원 활용 방안의 당위성과 공급 효과에 대해 이견이 나타나는 양상이다. 정부는 어린이정원을 비롯해 용산공원 전체 부지를 대상으로 주택 공급 가능성을 살펴보겠다는 입장이지만 ‘도심 녹지 보존’과 ‘주택 공급’이라는 상반된 정책과제가 충돌하면서 잡음은 지속될 전망이다.

18일 오후 찾은 서울 용산구 용산공원 내 용산어린이정원 인근은 아이 손을 잡은 부모, 반려견 산책을 나온 주민 등으로 활기를 띠었다.

2007년부터 이곳에서 지낸 한 50대 주민은 “공원이 완전히 열릴 날을 계속 기다려 왔는데 정치의 희생양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며 “(용산공원은) 뉴욕 센트럴파크처럼 서울 시민 전체를 위해 남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손녀와 함께 공원을 찾은 60대 중반 김모씨도 “시민들이 편하게 놀고 쉴 만한 공간이 많지 않다”며 “집값 잡겠다고 공원을 훼손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서울 용산구 한강로3가 용산센트럴파크. 윤승현 기자


용산에 거주하지 않는 이들도 공원 내 아파트 개발에는 회의적이었다. 성북구 자택에서 용산으로 출퇴근하는 김모(34) 씨는 “내 집 마련을 꿈꾸는 청년 입장에서는 대출 규제를 풀어 매수 여력을 키워 주는 게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랑구에서 온 최모(38) 씨도 “일하다 나와 보면 낮부터 공원 산책하는 주민이 많다”며 “이곳에 주택을 공급한다 해도 실질적으로 청년들에게 얼마나 도움이 될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최씨는 이어 “기존 주거 지원 정책의 모순이나 빈틈을 개선하고 (용산공원 개발은) 최후의 수단으로 써도 될 것 같다”고 전했다.

“같은 단지 내에서도 용산공원 조망이면 몇억원씩 프리미엄이 붙곤 합니다. 거주환경 때문에 강남에서 이사 온 사람도 있을 정도예요.”

서울 용산구 한강로동 A공인중개사무소 대표

인근 중개업소 또한 현실화 가능성에 의문을 표했다. 일대 아파트 가격이 용산공원 조망 여부에 따라 수억원씩 차이가 나는 만큼 거센 반발이 따르는 건 당연하다는 설명이다.

용산구 한강로동 B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공원 조성 계획은 이미 아파트 가격에 어느 정도 선반영돼 있다”며 “같은 아파트, 같은 평수임에도 공원이 잘 보이는 단지는 거의 5억원까지 비싸게 나간다”고 귀띔했다. 용산공원 주변 C공인중개사무소 대표도 “개발 이야기 나오기 전까지 용산공원은 사실상 영구 조망으로 여겨졌다”며 “조망에 따른 가격 차이는 한강 전망 단지보다 클 수 있다”고 말했다.

A 대표는 “주민들은 대부분 말도 안 된다는 반응”이라며 “용산공원 완전 개방을 기대하고 이사 온 주민도 있다”고 했다. 이어 “주변 아파트 상당수가 공원을 바라보고 있어 조망을 해치지 않고 개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 우려했다. C 대표도 “넘어야 할 산이 많은 만큼 현실화까지는 10년 이상 걸리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용산어린이정원 인근 한 중개업소에 걸려 있는 용산 개발안내도. 지도 중앙 용산공원 부지가 눈에 띈다. 윤승현 기자


양측 명분이 평행선을 타는 만큼 전문가 사이에서도 이견이 나왔다. 익명의 부동산 전문가는 “노무현 정부 때 추진된 용산공원 조성 사업을 같은 정치적 계보의 정부가 바꾸는 것은 모순”이라며 “공급에 최선을 다하고 마지막 카드로 사용해도 될 텐데 너무 이르게, 이념적으로 나와 버렸다”고 말했다.

함영진 우리은행부동산리서치 랩장은 “신혼부부, 청년에게 양질의 주거지를 만들어 준다는 측면에서는 굉장히 좋은 입지”라면서도 “도심 녹지 개발이기에 충분한 논의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용산공원 개발은 속도전이 아니라 중장기적 효과를 기대하며 추진할 사항”이라 강조했다.

한편, 구체적 계획이 개발 성패를 좌우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최원철 연세대 미래부동산개발 최고위과정 책임교수는 “목동 등 조경이 잘 돼 있는 숲세권 단지는 주민 만족도도 높고 외부에서도 많이 찾아온다”며 “용산공원도 녹지를 남겨 두고 개발하면 오히려 공원 접근성과 시장 안정 효과를 함께 키울 것”이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