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日·대만 제친 포스코이앤씨…태국 LNG 영토 넓힌다[K건설, 플랜트로 리부트①]

K-플랜트 ‘총괄자 시대’의 현장
태국 LNG 시설 절반 책임지는 포스코이앤씨
설계-운송-시공-시운전 등 1.5조 EPC 수주
현지 직원 채용해 “주민 삶의 질 향상”


태국 라용 마타풋 산업단지에서 포스코이앤씨가 시공중인 액화천연가스(LNG) 탱크 시공 현장. 탱크 앞에는 LNG 가스를 기화시킬 증발가스압축설비·기화설비·트럭출하설비 등의 공정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라용=홍승희 기자


이 속도라면 원래 2027년 3월 17일로 예정돼 있던 액화천연가스(LNG) 탱크 지붕인양(에어 라이징) 작업이 올해 안에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공사기간이 2.5개월 정도 단축되고 있는데, 해외에서 이런 사례가 거의 없습니다

박여식 포스코이앤씨 플랜트사업본부 에너지사업실 총괄 PM

[헤럴드경제(라용)=홍승희 기자] 태국의 작은 어촌 마을 라용. 이곳 LNG 탱크 건설 현장에서 근무 중인 한국인 직원 35명의 얼굴에는 자부심이 가득했다. 허허벌판인 바다 매립지에 에너지 인프라를 구축하는 난공사지만, 발주부터 현지 인허가, 시공에 이르는 전 공정이 차질 없이 추진되며 애초 계획보다 조기 달성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데이터센터로 LNG 시설 수요 급증한 태국…설계부터 시운전 가능한 포스코이앤씨에 ‘낭보’


태국 라용의 마타풋 산업단지는 한국의 울산·여수와 같은 태국 최대의 석유화학 산업클러스터다. 현재 이곳에는 태국 국민 에너지의 4분의 1을 담당하는 LNG 탱크 6기가 가동되고 있다. 일찍이 지난 2002년부터 태국에 진출해 있던 포스코이앤씨는 과거 2017년 태국 국영기업 PTT가 발주한 2기의 LNG 탱크 설비를 시공했다. 그간에는 태국 내 LNG 시설에 대한 수요가 크지 않아 6기로도 공급이 충분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분위기가 급변했다. 데이터센터 확대로 전력난이 심화하면서 천연가스 수요가 급증한 탓이다. 이에 태국 내 1위 민영기업 걸프(GULF)는 1조50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LNG 탱크 2기 추가 건설 사업을 본격화했다. 치열한 수주전 끝에 낭보를 전한 곳은 포스코이앤씨. 이번 수주로 태국 내 총 8개 LNG 터미널 중 절반인 4개를 포스코이앤씨가 전담하게 되며 ‘K-플랜트’의 독보적 위상을 입증했다.

태국 라용 마타풋 산업단지에서는 포스코이앤씨가 태국 민영기업 걸프(Gulf)로부터 수주한 액화천연가스(LNG) 탱크 2기를 건설하고 있다. [포스코이앤씨 제공]


발주처를 사로잡은 비결은 바로 ‘한국형 EPC(설계·조달·시공)’다. 박여식 에너지사업실 총괄 PM은 “일본·대만 기업으로 구성된 컨소시엄과 경쟁입찰에 들어갔지만 발주처는 포스코이앤씨를 선택했다”며 “포스코로부터 철강 소재를 조달하고,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며, 포스코인터내셔널이 운전·정비 노하우를 전수하는 독보적인 ‘포스코형 EPC’를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LNG 터미널의 최종 완성 단계이자 최고난도 기술력이 요구되는 시운전을 외주 없이 자력 수행할 수 있는 곳은 국내는 물론 세계에서도 포스코이앤씨가 유일하다. 일본 및 대만 기업은 LNG 터미널 시설 시공 경험만 보유했을 뿐, 시운전 경험은 전무했다. 포스코이앤씨는 포스코인터내셔널과 협업해 광양 LNG 터미널 등의 시운전 방식을 발주처인 걸프에 전수할 계획이다.

직접 찾은 LNG 터미널 시공 현장에선 지름 100m, 높이 50m, 25만 톤 규모의 LNG 탱크 2기의 외벽이 차곡차곡 올라가고 있었다. 특히 LNG 탱크는 에너지 특성상 영하 160도 수준의 극저온을 버틸 수 있는 견고한 시공이 핵심인데, 이미 파나마 ‘코스타 노르떼 LNG’의 면진 설계, 도미니카공화국 LNG 단독 EPC 수행 등의 경험을 가진 포스코이앤씨는 매립지에 온도 전가가 되지 않도록 탱크를 지면으로부터 약 1m 띄웠다. 이외 LNG 가스를 기화시킬 증발가스압축설비·기화설비·트럭출하설비 공정을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하는 게 포스코이앤씨 현장의 특징이다.

속도도 빠르다. 총 45개월 공기가 잡힌 가운데 계획대로라면 약 25%의 공정이 끝나있는 게 정상이지만 현재 공정률은 29.4%에 달한다. 약 2~3개월 앞선 공사를 진행 중인 것이다. 탱크의 ‘지붕’을 들어 올리는 에어 라이징 작업도 약 3개월 가까이 앞당길 예정이다. 박 PM은 “공기를 앞당길 수 있는 부분을 연구하기 위해 초기에 직원들과 스터디를 진행했다”며 “공기를 앞당기면 안전과 품질에 더 신경을 쓸 수 있고, 발주처의 고객 만족이 다음 수주로 연결된다”고 전했다.

태국 라용 마타풋 산업단지에서 포스코이앤씨가 시공중인 액화천연가스(LNG) 탱크 시공 현장 전경. [포스코이앤씨 제공]


K-건설의 위상을 실감한 태국 현지 발주처는 현장에 대해 만족하는 모습을 보였다. 현장에서 만난 걸프 소속의 수파륵 워라판킷(Suppalerk Woraphankit) 매니저는 “걸프와 포스코이앤씨는 이미 ‘원팀’”이라며 “발주처와 시공사가 함께 움직여야 성과를 이룰 수 있는 만큼 필요한 부분을 아낌없이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포스코이앤씨의 태국 진출은 향후 더 확대될 전망이다. 국영기업 PTT가 하반기 2기의 추가 LNG 탱크 발주를 계획 중인 가운데, 현지 기업과 신뢰를 쌓은 포스코이앤씨는 해당 입찰에도 도전할 방침이다.

‘짓고 끝’이 아니라 지역사회와 지속가능성장 추구…어촌민 생태계 회복에도 기여


태국 라용의 왓타쿠완 학생들이 포스코이앤씨가 마련한 멘토링 프로그램에서 부라파대학교 한국어학과 학생들과 멘토링을 진행 중이다. 라용=홍승희 기자


포스코이앤씨가 현지에 스며들 수 있던 또 다른 요인은 바로 지역사회에 대한 사회공헌(CSR) 활동에 있다. 단기성 시공에 그치지 않고 현지 주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하는 데 이바지하겠다는 메시지를 확실하게 전달하는 것이다.

실제 포스코이앤씨 라용팀은 현지에 사무소를 꾸리자마자 현지 CSR 팀장을 고용했다. 지역사회와의 교감을 통해 ‘지속가능한 상생’을 이뤄내려는 조치다.

대표적으로 라용 지역에 있는 반농팹·왓타쿠완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화장실 개보수·컴퓨터 교체 등 노후 시설을 전면 개선하고 있다. 이에 더해 인근 지역의 부라파대학교 한국어학과 학생 및 현장 직원 24명이 멘토로 참여해 지역 아동 40여 명을 대상으로 멘토링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포스코이앤씨는 이 사업을 위해 포스코1%나눔재단, 월드비전, 태국한국교육원 등 파트너기관 및 현지 전문기관과 협력하고 있다.

현장에선 눈에 띄는 변화가 느껴졌다. 실제 왓타쿠완 초등학교에 재학 중인 어린이 네스(Nes̄)는 ‘CSR 파트너십 데이’ 행사 진행을 위해 현지를 찾은 포스코 직원과 기자에게 한국말로 “제 꿈은 의사입니다”라고 말하며 인공지능(AI)로 제작한 자신의 미래 이미지를 발표하기도 했다. 부라파대학교 한국어학과 학생들은 “언젠가 한국에 꼭 가고 싶다”며 “현지 아동들을 위한 멘토링을 하게 돼서 매우 뜻깊게 생각한다”고 입을 모았다.

포스코이앤씨가 개보수 지원 예정인 왓타쿠완 초등학교의 열악한 화장실 모습. 라용=홍승희 기자


현장을 직접 뛰는 구세군 관계자는 “원래 어부를 꿈꾸던 한 아동은 이번 사회공헌 프로그램 이후 영향력 있는 ‘군인’이 되고 싶다고 꿈을 바꿨다”며 “라용 지역 아동은 지역 특성상 주민 대부분이 생계형 직업에 종사해 다양한 직업과 진로를 접할 기회가 제한적인데, 이번 AI 진로 탐색을 통해 아동의 학습 참여와 진로 인식을 향상하는 게 주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포스코이앤씨는 발주처와 함께 라용 어촌민의 생태계 회복과 경제적 자립을 위해 ▷해양 치어 300만 마리 방류 ▷맹그로브 나무 1000그루 심기 등을 진행했다. 현지 주민들이 생태관광 및 어업 활동에 활용할 수 있도록 먹거리를 지원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