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조선 하도급 임금체불 막는다...대금·임금 분리 지급

내년 ‘임금구분지급제’ 시행
30일 초과 도급사업 공공·민간 모두 적용
조선업 500억원 이상, 3년내 120억원


사진은 울산시 동구 HD현대중공업 야드 전경 [HD현대중공업 제공]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내년부터 건설·조선업의 다단계 도급사업에서 노동자에게 돌아갈 임금이 공사대금이나 다른 비용과 분리돼 지급된다.

원청 등 도급인은 매달 도급대금 가운데 임금비용을 따로 떼어 지급하고, 하청업체가 이를 노동자에게 실제 임금으로 지급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조선업은 우선 발주금액 500억원 이상 사업부터 적용한 뒤 3년 내 120억원 이상 사업까지 확대한다.

고용노동부는 오는 20일 이 같은 내용의 근로기준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한다고 19일 밝혔다. 내년 1월 1일 시행되는 ‘임금구분지급제’의 적용 대상과 임금비용 지급 절차 등을 구체화하기 위한 조치다.

임금구분지급제는 도급인이 매월 도급금액 가운데 노동자에게 지급될 임금비용을 다른 비용과 구분해 수급인에게 지급하도록 하는 제도다. 도급인은 수급인이 해당 비용을 노동자 임금으로 제대로 지급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수급인이 지급받은 임금비용을 자재비나 운영비 등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것도 금지된다.

다단계 하도급 과정에서 노동자 몫인 임금이 다른 용도로 사용되면서 발생하는 체불을 원천적으로 줄이겠다는 취지다. 정부가 지난해 9월 발표한 ‘임금체불 근절 대책’의 핵심 과제 가운데 하나다. 기존에는 공공부문 건설공사에 한해 임금구분지급제가 적용됐지만 근로기준법으로 제도를 이관하면서 적용 범위를 민간 건설공사와 조선업까지 넓혔다.

적용 대상은 다단계 하도급 관행이 많은 건설·조선업 가운데 도급기간이 30일을 초과하는 사업이다. 공공사업과 민간사업을 구분하지 않는다.

건설업은 내년 1월 시행을 추진 중인 ‘발주자직접지급제’와 적용 범위를 맞춘다. 발주자직접지급제는 발주자가 수급인 등의 계좌를 거치지 않고 하수급인이나 건설근로자에게 공사대금을 나눠 지급하는 전자대금지급시스템을 사용하도록 하는 제도다. 구체적인 건설공사 금액 등 적용 기준은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할 예정이다.

조선업은 선박 건조·수리를 목적으로 한 도급사업 가운데 선박 1척을 기준으로 최초 발주금액이 120억원 이상인 사업이 최종 적용 대상이다. 다만 조선업에는 임금구분지급제가 처음 도입되는 점과 공공 전자대금지급시스템의 민간 개방 일정 등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시행한다.

첫해에는 최초 발주금액 500억원 이상 사업부터 적용하고 이후 240억원, 120억원 이상으로 3년에 걸쳐 대상을 확대한다. 이에 따라 대형 선박 건조사업을 시작으로 제도를 안착시킨 뒤 중소 규모 도급사업으로 적용 범위를 넓혀가는 방식이다.

도급인이 임금 지급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장치도 마련한다. 도급인은 수급인에게 임금명세서와 사회보험료 납부내역 등의 자료를 제출받을 수 있다. 사업장이 자체적으로 전자적 대금지급시스템 등을 이용해 임금을 지급한 경우에는 임금구분지급 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인정한다.

노동부는 오는 20일부터 다음 달 29일까지 40일간 입법예고를 거쳐 현장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추진 중인 조선업 등 관련 업종의 표준하도급계약서 개정에도 임금구분지급 관련 항목을 추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제도 시행 이후에는 실태조사를 통해 임금구분지급제를 추가로 적용할 필요가 있는 다단계 도급 업종과 사업 유형도 검토한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임금구분지급제는 특히 다단계 도급구조로 인해 하수급인 노동자에게 발생하는 임금체불을 방지하기 위한 대표적 이행과제”라며 “도급인에게 수급인의 임금 지급 여부를 확인하도록 하는 등 현장에서 실제 임금체불이 줄어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