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관례 깨고 대법관 2명 ‘서면 제청’…靑과 충돌 후폭풍 예고

손봉기·김성수 동시 제청…대통령 직접 만나던 관례 깨고 서면 통보
노태악 후임 놓고 靑·대법원 이견…5개월 공석 끝 ‘일방 제청’
대통령 수용 여부 불투명…김건희·한덕수 등 주요 사건 지연 우려

조희대 대법원장이 4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대법관 후보추천위원회에 참석해 위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조희대 대법원장이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와 김성수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신임 대법관 후보로 이재명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했다. 통상 대법원장이 청와대와 사전 조율한 뒤 대통령을 직접 만나 후보를 제청해온 관례와 달리 이번에는 별도 협의 없이 서면으로 후보를 제청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청와대와 사법부 간 갈등이 다시 불거질 가능성이 커졌다.

대법원은 18일 조 대법원장이 지난 3월 퇴임한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으로 손 부장판사를, 다음달 퇴임하는 이흥구 대법관 후임으로 김 부장판사를 각각 임명 제청했다고 밝혔다.

헌법상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 제청 권한은 대법원장에게 있지만 그동안 청와대와 대법원장이 협의를 거쳐 후보를 정한 뒤 대법원장이 대통령을 직접 찾아 제청하는 방식이 관례였다.

그러나 조 대법원장은 이날 청와대를 방문하지 않고 서면으로 후보를 제청했다. 특히 5개월째 공석인 노 전 대법관 후임을 놓고 청와대와 사법부 간 사전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대법관 후임 인선은 올해 초부터 난항을 겪었다. 지난 1월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는 김민기·박순영 서울고법 고법판사와 윤성식 서울고법 부장판사, 손 부장판사 등 4명을 후보로 추천했지만 조 대법원장은 제청을 미뤄왔다.

청와대는 김민기 고법판사를, 대법원은 윤성식 부장판사를 우선적으로 고려하면서 이견이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노 전 대법관이 지난 3월 후임 없이 퇴임하면서 대법관 한 자리가 5개월 넘게 공석으로 남았다.

여기에 이흥구 대법관이 다음달 7일 퇴임을 앞두면서 ‘대법관 2명 공백’ 가능성까지 커지자 조 대법원장이 두 명을 한꺼번에 제청한 것이다. 다만 사전 조율 없이 제청이 이뤄진 만큼 이 대통령이 그대로 임명 절차를 밟을지는 불투명하다.

그동안 대통령이 대법원장이 제청한 대법관 후보를 거부한 전례는 없지만 이는 사전에 양측이 후보를 조율해왔기 때문이다. 여권 일각에서 대법관 제청 지연을 이유로 조 대법원장 탄핵까지 거론했던 만큼 이번 제청을 계기로 대법원장을 향한 공세가 다시 거세질 가능성도 있다.

손 부장판사는 부산 출신으로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했으며 대구·울산 지역에서 주로 근무한 지역법관 출신이다. 2019년 법원장 후보 추천제를 통해 대구지방법원장에 임명됐고, 2021년부터 대법관 후보로 추천돼왔다. 현직 지방법원 부장판사가 대법관 후보로 제청된 것은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장판사는 전남 함평 출신으로 한양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2015년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사건으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항소심 주심을 맡아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올해 1월 윤석열 전 대통령 구속영장 발부에 반발해 발생한 서부지법 폭동 사태 피고인들에게도 유죄를 선고했다.

두 후보 모두 비(非)서울대 출신이며 정치색이 옅고 법률 실무에 강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영남 지역에서 주로 활동한 손 부장판사와 호남 출신인 김 부장판사를 함께 제청하면서 지역과 출신 학교 측면에서 대법관 구성의 다양성을 고려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대법원은 두 후보에 대해 “전문적인 법률지식과 합리적이고 공정한 판단 능력, 사법부 독립과 국민 기본권 보장에 대한 신념,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 보호 의지 등을 두루 고려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이 두 후보의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면 인사청문회와 본회의 표결을 거쳐야 한다. 재적 의원 과반이 출석하고 출석 의원 과반이 찬성해야 임명동의안이 통과된다.

다만 통상 제청부터 최종 임명까지 한 달 이상 걸리는 반면 이 대법관의 퇴임까지는 약 3주밖에 남지 않아 일시적인 ‘대법관 2인 공백’은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인선이 장기화할 경우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심리하는 김건희 여사의 ‘3대 의혹’ 사건과 한덕수 전 국무총리·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의 내란 중요임무종사 혐의 사건 등의 심리와 선고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