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시카고 록시’ 아이비, 브로드웨이 데뷔…객석 기립박수에 ‘울컥’

뉴욕서 첫 ‘시카고’ 공연…“비현실적이라 오히려 덜 떨려”
기립박수·환호 쏟아져…제작진 “우리 프로덕션의 보물”

17일(현지시간) 아이비가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 ‘시카고’의 주인공 ‘록시 하트’로 공연 후 리셉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1000명이 넘는 관객의 기립박수가 쏟아졌다. 첫 등장 때부터 다른 배우들보다 유독 큰 환호를 받았던 뮤지컬 배우 아이비(44)는 공연이 끝난 뒤에도 한동안 벅찬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아이비가 마침내 17일(현지시간) 미국 브로드웨이 무대에 성공적으로 데뷔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날 저녁 뉴욕 앰배서더 극장에서 열린 뮤지컬 ‘시카고’에서 주인공 ‘록시 하트’ 역으로 첫 본공연을 마친 아이비는 “너무 실감이 나지 않아서 오히려 한국에서 공연할 때보다 덜 떨렸던 것 같다”며 “현실적이지 않았다. 속으로 ‘하나님 도와주세요’라고 계속 외쳤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진짜 노력 많이 했다”며 “한국분들도 많이 오셔서 감사했고 공연 중 몇번이나 울컥울컥했다”고 말했다.

총 1100여석 규모의 극장은 이날 1000명 이상의 관객으로 가득 찼다. 현지 관객과 관광객들 사이로 아이비의 브로드웨이 데뷔를 응원하기 위해 공연장을 찾은 한국인 관객들도 상당수 눈에 띄었다.

아이비가 처음 무대에 모습을 드러내자 객석에서는 다른 배우들이 등장할 때와는 확연히 다른 수준의 환호와 박수가 터져 나왔다.

아이비는 영어 대사와 노래를 능숙하게 소화했다. 공연이 진행될수록 긴장이 풀리는 듯 한층 자연스러운 연기를 선보였다. 중간중간 감격하는 표정이 엿보이기도 했다.

익살스러운 대사에 객석에선 유쾌한 웃음이 터져 나왔고, 극 중 ‘한국’(Korea)을 재치 있게 녹여낸 대사가 나오기도 했다.

공연은 관객들의 기립박수 속에 막을 내렸다. 첫 등장 때와 마찬가지로 아이비에게 유독 큰 박수가 쏟아졌다.

가수 아이비의 1집 시절부터 팬이었다는 교민 성보승(45·여)씨는 남편과 아들, 딸과 함께 공연장을 찾았다.

아이비의 브로드웨이 공연 소식을 듣고 곧바로 티켓을 예매해 맨 앞줄에 앉았다는 성씨는 “혹시 몰라 꽃다발까지 준비해왔다. 너무 완벽하게 연기해 놀랐다”고 말했다.

자녀들은 대형 알파벳 ‘I’, ‘V’, ‘Y’ 모양의 조명 소품을 들고 응원을 보냈다.

인근 뉴저지주에서 왔다는 발레리(30·여)와 이모 니콜(55·여)은 아이비가 이번 무대를 위해 영어를 따로 준비한 한국 배우라는 사실에 놀라움을 표했다. 이들은 “아이비 역시 영어로 노래했고, 다른 배우들과 다른 걸 느끼지 못했다. 너무 좋았다”며 흥을 감추지 않았다.

공연 직후 극장 인근에서 열린 축하 리셉션에는 현지 제작진과 동료 배우들이 참석해 아이비의 성공적인 데뷔를 축하했다.

또 다른 주연인 ‘벨마 켈리’ 역을 맡은 배우 소피 카르멘-존스는 “더 할 말이 뭐가 있겠나. 엄청난 밤”이라며 “아이비는 차분하고 침착했고, 공연 직후인데도 마치 산책이라도 다녀온 것처럼 여유로워 보였다”며 웃었다.

브로드웨이 프로듀서 베리 웨슬러는 “저는 영어를 제대로 구사하는 데 평생이 걸렸는데 이 친구는 1년 만에 해냈다”며 “아이비는 아름답고 훌륭한 배우이자 우리 ‘시카고’ 프로덕션의 보물”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뮤지컬 배우 마이클 리도 참석해 아이비를 “한국 뮤지컬의 여왕”이라 부르며 축하했다. 그는 “지난 1년간 보여준 노력과 에너지가 한국 뮤지컬 배우들뿐 아니라 전 세계 공연자들에게 희망과 에너지를 줄 것”이라며 “이제 당신은 브로드웨이에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