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美 약속 이행 전엔 호르무즈 안 연다”…종전협상 다시 교착

해상봉쇄 해제·제재 철회·동결자산 해제 요구
60일 협상 시한 넘겨…호르무즈 통제 놓고 美·이란 평행선


지난 10일(현지시간) 이란 남부 반다르아바스 인근에서 선박들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고 있다. [AFP]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이란이 미국과의 종전 협상을 위한 60일간의 시한이 종료된 뒤에도 미국이 기존 양해각서(MOU)에 담긴 약속을 먼저 이행하지 않는 한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열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길목인 호르무즈 해협 통제를 둘러싼 양국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종전 협상이 다시 교착 상태에 빠지는 모습이다.

18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이란 측 종전 협상단장인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 의장은 이날 국영 TV 연설에서 “미국이 MOU에 명시된 약속을 이행할 때까지 호르무즈 해협이 열리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고 말했다.

갈리바프 의장이 제시한 조건은 미국의 대이란 해상봉쇄 해제와 제재 철회, 해외에서 동결된 이란 자산의 동결 해제 등이다.

미국과 이란은 지난 6월 18일 체결한 종전 MOU를 토대로 전쟁을 끝내기 위한 최종 합의 협상을 진행해왔다. 양국은 MOU에 따라 60일간의 협상 기간을 두고 핵 문제와 호르무즈 해협 통항 등을 포함한 최종 합의를 모색했다.

그러나 시한인 지난 16일(미 동부시간 기준)이 지나도록 최종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양측은 특히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과 미국의 대이란 제재·봉쇄 해제의 선후 관계를 놓고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란은 미국이 먼저 MOU에 담긴 경제·군사적 압박 완화 조치를 이행해야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열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의 안정적인 통항 보장이 종전 합의의 핵심 조건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잇는 세계 에너지 수송의 핵심 길목이다. 중동산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의 상당량이 이곳을 통과하는 만큼 해협 폐쇄가 장기화할 경우 국제 원유·가스 시장의 공급 불확실성도 이어질 수밖에 없다.

갈리바프 의장이 협상 시한 종료 직후 미국의 선(先)이행을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의 조건으로 다시 못 박으면서 양국의 종전 협상도 장기전으로 접어들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통항을 제재 철회와 동결자산 해제에 연계하면서 향후 협상에서도 해협 통제권을 미국의 양보를 끌어내기 위한 핵심 협상 카드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