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국채금리 30년만에 최고…美 30년물 금리 5.3%까지 밀어올린 ‘나비효과’[디브리핑]

日 10년물 2.945%…다카이치 ‘돈 풀기’에 재정악화 우려
BOJ 이르면 9월 추가 금리인상 전망도 국채 매도 부추겨
美 30년물도 19년만에 5.3%…日자금 본국회귀 가능성 촉각


일본 도쿄 일본은행(BOJ) 본점 건물[로이터]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일본의 장기금리가 3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까지 치솟았다. 다카이치 사나에 정부가 재정지출을 확대할 것이라는 전망에 일본은행(BOJ)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겹치면서 투자자들이 일본 국채를 팔고 있어서다.

이번 일본의 금리 상승은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다. 일본은 미국 국채를 세계에서 가장 많이 보유한 해외 투자국이다. 일본 국채만으로도 높은 금리를 받을 수 있게 되면서 일본 투자자들이 미국 국채에 투자할 이유가 줄어들 수 있다. 이미 미국 30년물 국채 금리도 19년 만에 5.3%를 넘어선 상황이어서 일본에서 시작된 자금 이동이 미국 장기금리까지 추가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8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이날 일본 채권시장에서 장기금리의 기준인 10년물 국채 금리는 장중 전날보다 0.025%포인트 오른 2.945%를 기록했다. 1996년 9월 이후 약 3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채권 금리가 오른다는 것은 채권 가격이 떨어진다는 뜻이다. 일본 국채를 사려는 투자자가 줄어들면서 기존 채권 가격이 내려가고, 그만큼 투자자가 요구하는 수익률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일본 국채가 갑자기 외면받는 첫 번째 이유는 정부의 ‘돈 풀기’다. 시장에서는 다카이치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정책이 일본의 재정건전성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27회계연도 예산 편성에서는 성장과 위기관리 관련 분야에 대해 예산 요구액의 상한을 두지 않기로 했다.

정부가 지출을 크게 늘리면 이를 충당하기 위한 국채 발행도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시장에 국채가 많이 풀리면 국채 가격은 내려가고 금리는 상승한다. 투자자들이 실제 국채 발행 확대에 앞서 먼저 채권을 팔면서 금리가 오르고 있는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BOJ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14일 BOJ가 이르면 9월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추가 금리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엔화 약세가 수입물가를 끌어올리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이 주목하는 것은 단순히 ‘한 번 더 올리느냐’가 아니다. BOJ가 지난 6월 금리를 올린 데 이어 불과 3개월 만인 9월 다시 인상한다면 앞으로 금리를 올리는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지고 최종적으로 도달할 금리 수준도 높아질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금리가 앞으로 더 올라갈 것으로 예상되면 투자자 입장에서는 지금 낮은 금리로 발행된 장기채를 보유할 이유가 줄어든다. 이 때문에 정책금리에 민감한 중기채뿐 아니라 10년 이상 장기채까지 매도가 확산하고 있다.

미 30년물 국채금리 추이


여기에 미국의 금리 상승까지 일본 국채시장에 영향을 주고 있다.

17일 미국 국채시장에서 30년물 금리는 한때 5.31%대로 올라 2007년 이후 1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의 막대한 재정적자와 이에 따른 국채 발행 증가 우려가 장기채를 압박하고 있다.

결국 미국과 일본에서 비슷한 현상이 동시에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와 국채 공급 증가를 우려한 투자자들이 장기 국채를 팔면서 금리가 함께 상승하고 있다.

문제는 일본의 금리 상승이 다시 미국 금리를 밀어올릴 수 있다는 점이다.

일본 투자자들은 수십 년간 이어진 자국의 초저금리 때문에 더 높은 수익률을 찾아 미국 국채를 비롯한 해외 채권을 대규모로 사들였다. 일본은 현재 미국 국채의 최대 해외 보유국이다.

하지만 일본 10년물 금리가 3%에 육박하면서 계산이 달라지고 있다. 미국 국채에 투자하면 달러·엔 환율 변동을 피하기 위한 환헤지 비용도 부담해야 한다. 반면 일본 국채 금리가 높아지면 이런 비용을 부담하지 않고도 자국에서 상당한 수익률을 얻을 수 있다.

일본 투자자들이 미국 국채를 팔아 일본으로 자금을 대거 돌리는 ‘리파트리에이션’이 당장 나타나지 않더라도 미국 국채 신규 매입을 줄이는 것만으로 시장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 미국 국채를 사줄 주요 투자자 하나가 이전보다 소극적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은 자체적으로도 국채 수요를 확보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대규모 국채 발행을 이어가야 하는 데다 인공지능(AI)과 데이터센터 투자를 확대하는 미국 기업들도 회사채를 쏟아내고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미국 국채와 높은 금리를 주는 우량 회사채 가운데 어디에 돈을 넣을지 선택할 수 있다. 여기에 일본 국채까지 투자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정부가 국채 투자자를 붙잡으려면 이전보다 높은 금리를 제공해야 할 가능성이 커진다.

결국 일본 금리 상승은 ‘일본 국채 매도→일본 금리 상승→일본 투자자의 미국 국채 매력 감소→미국 국채 수요 약화→미국 장기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미국의 재정 불안에 일본의 금리 상승과 자금 이동까지 맞물리면서 글로벌 장기금리의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지는 구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