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낙관적이나 더 많은 ‘경우의 수’ 따져봐야”
“자본공급자가 향후 AI 투자의 핵심 키”
“금리인상·인플레이션 등 주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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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은택 KB증권 리서치본부 연구원(이사)이 18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하반기 증시 전망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김지윤 기자] |
[헤럴드경제=김지윤 기자] 지난 6월 9300을 돌파했던 코스피가 7월 5200선까지 무려 43.9% 빠졌다. 이후 반등을 시도해 7000선을 회복하기도 했으나, 시장에서는 여전히 과거 상승을 주도했던 ‘인공지능(AI)의 붐’이 사그라든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은택 KB증권 리서치본부 연구원(이사)은 130년에 걸친 증시 역사 속 세 차례의 ‘버블 붕괴’ 국면을 분석해 시장이 끝나기 전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시그널로 금리인상과 인플레이션, 경기 둔화 등에 주목했다. 그는 하반기 한국 주식시장의 강세장 전망을 유지하면서도 “사이클은 후반부로 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앞서 7월 조정의 발단이 된 것은 AI 모델 수요에 대한 의심이었다. 우버가 AI 예산을 4개월 만에 소진하면서 임직원들의 AI 사용량을 제한하겠다는 보도가 발단이 됐다.
이 이사는 18일 한국거래소에서 기자들과 만나 “올해 봄까지만 해도 더 좋은 모델에 계속 토큰을 쓸 것이라는 ‘토큰 맥싱(token maxing)’에 대한 믿음이 있었는데, 이 믿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며 “이제 기업들은 꼭 필요한 작업에만 고성능 프런티어 모델을 쓰고, 나머지는 오픈소스 모델로 대체하고 있으며, 이는 AI 수요가 토큰 맥싱에서 토큰 옵티마이제이션(token optimization)으로 이동함을 뜻한다”고 말했다.
이 흐름 속에서 존재감을 키운 것은 저가 모델을 앞세운 중국 기업이었다. 다만, 최근 들어 중국 딥시크가 가격 인상에 나선 반면 기존 강자인 미국 오픈AI 등이 가격을 낮추고 있어 향후 이들의 가격 경쟁이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이사는 또 현재 AI 투자는 하이퍼스케일러(초대형 데이터센터 운영) 스스로는 멈추기 힘든 궤도에 올랐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이들에게 자금을 대는 국부펀드나 벤처캐피털(VC) 등 ‘자본공급자(Capital providers)’가 변심해 자금 공급을 중단하면 상황은 달라진다고 봤다.
그는 “하이퍼스케일러는 성공할 경우 대박이지만, 자본공급자의 경우 실패는 원금 손실”이라며 “자본공급자는 캐시플로우에 보다 민감할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자본공급자가 돌아서는 조건으로는 ‘금리 상승’을 들었다. 이 이사는 1929년, 1968년, 2000년 3번의 버블붕괴 국면을 분석한 결과 이유는 제각각이었지만, 금리의 추세적 상승이 깔려있었다고 진단했다.
버블을 붕괴시키는 금리 상승을 완벽하게 짚어내기는 어렵지만, 그는 두 가지 질문으로 근접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되돌릴 수 없는 금리 상승’(No way back)과 ‘사상 최고치를 돌파하는’(Breaking to new highs) 금리 상승 두 가지다.
이 이사는 “버블을 붕괴시키는 금리 상승이란 올라가기만 하고 내려가기는 쉽지 않다는 절망이 생겨야 한다”며 “지난 5월 금리 상승의 경우 미국과 이란의 갈등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며 유가가 급등하면하는 국면에서 나타났단 점에서 양국의 관계가 완전히 파국으로 가긴 어려운 만큼, 노웨이 백은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신고가를 뚫었는지 역시 중요한 변수다. 이 연구원은 “표면적으로 미국 10년물이 5.0~5.3% 돌파할 경우 위험하다고 본다”며 “5% 넘어가면 2007년 이후 약 20년 만에 최고치이며, 5.4%를 넘을 경우 2002년 이후 최고치이기 때문에 위험자산 대신 국채로 자금이 몰리게 된다”고 말했다. 현재 미국 10년물 금리는 4.7% 수준이다.
이 이사는 워런 버핏의 “금리는 자산 가격에 있어서 사과에 작용하는 중력과 같다”는 발언을 인용하며, 금리가 낮을 때는 중력이 약하지만, 금리가 오르면 자산가치를 짓누른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 이사가 강조한 대목은 인플레이션이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오면 긴축을 통해 수요를 줄이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며 “인플레이션은 사실상 노웨이백과 같은 개념”이라고 말했다. 과거 세 차례 버블이 붕괴할 때마다 공통적으로 인플레이션 급등이 그 배경에 깔려 있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하반기 증시 전망에 대해 “여전히 낙관적이지만, 사이클은 후반부로 가고 있다”며 “앞으로 더 많은 경우의 수를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아직 시장이 무너질 조건은 충족되지 않았지만, 그 조건이 나타나는 순간부터는 국면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는 경계감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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