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수출입은행, 외화 채권 수수료율 고정으로 최대 301억 예산 낭비”

5년간 47.7조 외화 채권 발행하며 30bp 일률 적용…교육세 77.8억 차주 전가 등 적발


서울 종로구 감사원 모습. [뉴시스]


[헤럴드경제=김해솔 기자] 한국수출입은행(수은)이 외화 채권 발행 과정에서 수수료율을 관행적으로 고정해 수백억원대의 비용 절감 기회를 날렸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가 나왔다.

감사원은 18일 공개한 수출입은행 정기 감사 보고서를 통해 수은이 시장 가격 변동을 반영하지 않고 외화 채권 수수료율을 고정 적용함으로써 최대 301억원 상당의 예산 절감 기회를 상실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수은은 최근 5개년 동안 47조7000억원 규모의 외화 채권을 발행하면서 주간사 투자은행(IB)들에 1424억원의 수수료를 지급했다. 그러나 해당 수수료율은 2010년 이후 채권 발행액의 30bp(1bp=0.01%포인트)로 일괄 고정돼 온 것으로 확인됐다. 더욱이 2023년부터는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명목으로 주간사 선정 평가 시 수수료율 항목 자체를 삭제해 가격 경쟁마저 배제했다.

감사원이 수은과 유사하거나 더 낮은 신용 등급을 가진 36개 채권 발행 기관의 수수료 체계를 비교·분석한 결과, 금융 시장에서는 통상 만기가 짧고 발행자의 신용도가 높을수록 낮은 수수료율을 책정하고 있었다. 이를 토대로 감사원은 수은이 시장 추세를 반영해 채권 만기별 수수료를 차등화했을 경우 지난 5년간 약 85억원에서 301억원에 이르는 비용을 아낄 수 있었을 것으로 산출했다.

감사원은 “수은의 채권 발행 규모는 국내 1위·아시아 2위이며, SSA급 발행자로서 채권 신용도가 높아 충분한 협상력을 보유했다”며 “주요 발행자로서 협상력, 변동하는 발행 비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적정 수수료를 산정하고 경쟁을 통해 수수료를 절감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여신 운용 및 사후 관리 부실도 잇따라 드러났다. 감사원은 수은이 은행 자체 부담 항목인 교육세를 대출 차주에게 부당하게 떠넘겨 총 77억8000만원을 과다 징수한 사실을 적발했다.

아울러 객관적 지표에 따라 하향 조정된 차주의 신용 등급을 명확한 근거 없이 상향 재조정해 여신 손실을 키운 점, 담당 직원의 귀책 사유를 따지는 ‘부책 심의’를 부실하게 운영하고 처리를 지연시킨 점, 폐지 대상인 면책 규정을 무단 유지한 점 등도 함께 도마 위에 올랐다.

감사원은 자금 조달과 여신 심사, 금융 지원, 사후 관리 등 4대 업무 영역에 걸쳐 총 7개 위법·부당 사항을 적발하고, 수은을 상대로 총 10건의 주의 요구 및 통보 처분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