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층들의 ‘첫 경력’ AI에 막혔나…4년새 줄어든 일자리 94%가 고노출 업종

15~29세 청년층 일자리 28만5000개나 감소
대졸 청년실업률 7.0%…근로자 유출도 32%↑
50대 일자리 AI 고노출 업종 중심 23만개 늘어
한은 “AI 활용 숙련 쌓는 새 경력 사다리 필요”


지난 12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 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구직자들이 채용공고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윤창빈 기자


[헤럴드경제=이정환 기자] 첫 직장에 진입해 경험을 쌓아야 할 청년층이 인공지능(AI) 확산의 충격을 가장 먼저 받고 있다는 한국은행의 분석이 나왔다. 지난 4년간 사라진 청년 일자리 10개 가운데 9개 이상이 AI 노출도가 높은 업종에 몰렸다. 대졸 청년층의 실업과 기존 청년 근로자의 이탈까지 늘면서 초급 일자리부터 시작되는 ‘경력 사다리’가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은행 조사국 고용연구팀은 18일 발간한 ‘청년고용 위축, AI 탓인가? 변화하는 경력 사다리와 대응 과제’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6월부터 2026년 6월까지 청년층(15~29세) 일자리는 28만5000개 감소했다. 이 가운데 26만8000개(94.0%)가 AI 고노출 업종에서 사라졌다.

업종별 청년 취업자 감소율은 정보서비스업이 31.4%로 가장 높았다. 출판업(-27.4%), 컴퓨터 프로그래밍·시스템 통합 및 관리업(-16.6%), 전문서비스업(-11.6%) 등이 뒤를 이었다.

같은 기간 50대 일자리는 오히려 23만개 늘었다. 증가분의 75.2%인 17만3000개가 AI 고노출 업종에서 발생했다. AI 확산의 고용 충격이 연령대별로 다르게 나타난 셈이다.

지난 12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 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구직자들이 채용공고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윤창빈 기자


오삼일 한은 고용연구팀장은 AI가 주로 수행하거나 대체하는 업무가 매뉴얼화된 초급 업무인 만큼 청년층이 상대적으로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중·장년층이 맡는 업무는 조직의 특성과 맥락에 대한 이해, 장기간 축적한 전문성에 기반하는 경우가 많아 AI로 대체하기가 상대적으로 어렵다는 것이다.

AI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서도 고용 영향은 달랐다. AI에 과업 수행 자체를 맡기는 ‘자동화’ 비중이 높은 업종일수록 청년고용 감소 폭이 컸다. 반면 AI를 초안 작성이나 검증 등 업무 보조수단으로 사용하는 ‘증강’ 비중이 높은 업종에서는 이 같은 고용 감소 패턴이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았다.

고학력 청년층의 취업난도 상대적으로 심해졌다. 한은이 학력을 AI 노출도의 대리변수로 활용해 분석한 결과, 챗GPT가 출시된 2022년 11월 이후 대졸 청년층의 평균 실업률은 7.0%로 집계됐다. 전문대 졸업 이하 청년층의 실업률(5.4%)보다 1.6%포인트 높았다.

챗GPT 출시 이전인 2019년 1월부터 2022년 10월까지는 대졸 청년층과 전문대 졸업 이하 청년층의 실업률이 각각 8.2%, 8.0%로 차이가 거의 없었다.

지난 12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 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구직자들이 채용공고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윤창빈 기자


이미 취업한 청년 근로자의 이탈도 늘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을 제외하고 2016년 1월~2019년 12월과 2022년 7월~2026년 6월을 비교한 결과, AI 고노출 업종의 청년층 월평균 유출 규모는 3700명에서 4900명으로 약 32% 증가했다. 같은 기간 월평균 유입 규모는 3만2600명에서 2만9100명으로 약 11% 감소했다.

다만 한은은 최근 청년고용 부진을 모두 AI의 영향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코로나19 이후 산업별 고용 조정과 경력직 중심의 채용 관행, 재택근무 확산 등 여러 구조적 변화가 동시에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기업의 업무와 조직구조가 AI 활용에 맞춰 재편되면 새로운 직무와 노동수요가 생겨날 가능성도 있다.

보고서는 기존 초급 일자리를 그대로 보전하는 데 머물기보다 청년들이 AI를 활용하며 경험과 숙련을 쌓을 수 있는 새로운 경력 사다리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청년층은 새로운 기술에 대한 적응력과 AI 활용 역량이 높은 만큼, AI가 학습과 업무 수행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정착할 경우 장기적으로는 주요 수혜자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