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신고 늦어진 사기 코인 쌓일 판
“일단 무기한 보관…처리 방식 없어”
10월부터는 보이스피싱에 활용된 가상자산도 피해환급 대상에 포함된다. 가상자산 거래소에도 은행과 마찬가지로 의심 거래를 사전에 탐지하고 지급정지해야 할 의무가 부과된다.
다만 거래소가 의심 자산을 선제적으로 동결한 뒤에도 피해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이를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한 기준은 여전히 불분명하다. 민원 등을 이유로 자산을 다시 풀어주거나 기약 없이 묶어둬야 하는 사후관리 공백이 가상자산 시장에서도 되풀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8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오는 10월부터 통신사기피해환급법 개정에 따라 보이스피싱 피해구제 대상이 금전에서 가상자산까지 확대된다. 거래소는 의심 거래를 상시 감시해 범죄 연루가 의심되는 계정을 지급정지하고, 채권소멸절차 등을 거쳐 피해자에게 가상자산을 종류와 수량 기준으로 돌려주게 된다. 그간 수사기관이나 은행 요청에 따라 의심 자산을 동결하는 데 그쳤다면 앞으로는 사전 탐지부터 피해 환급까지 역할이 확대되는 셈이다.
문제는 거래소가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의심 계정이나 특정 지갑을 먼저 동결했지만 피해 신고가 뒤따르지 않는 상황이다.
실제 최근 금융권에서는 보이스피싱에 활용된 사기의심계좌를 선제적으로 지급정지하더라도 피해 신고가 없으면 남은 자금을 어떻게 처리할지 마땅한 후속 절차가 없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사기 연루 정황이 강한 자금을 다시 명의인에게 돌려주기보다 정부가 환수하거나 별도로 보관하는 등 범죄자가 가져갈 수 없도록 하는 사후관리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재로선 피해 신고가 없는 자산의 후속 처리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만큼 거래소들은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령(제17조 가상자산에 관한 입금 또는 출금의 차단이 허용되는 정당한 사유)와 자체 기준 등을 토대로 출금 제한을 무기한 유지하는 방식으로 대응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렇다 보니 업계에서는 사기의심계좌에 모인 코인을 별도 보관하는 구체적인 방안으로 ‘공탁’을 활용할 수 있게 해달라는 요구가 나온다. 거래소가 의심 자산을 자체 판단 아래 무기한 붙잡고 있는 대신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공탁 절차로 넘겨 법적 근거를 갖고 보관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공탁은 재산을 당장 특정인에게 지급하기 어려운 경우 법원 공탁소에 맡겨두는 제도다.
은행이 원화로 된 피해 의심자금을 보관하는 것과 달리 거래소는 가격이 계속 변하는 가상자산 자체를 동결해 들고 있어야 하는 만큼, 실제 보관 주체와 별개로 해당 자산을 어떤 법적 근거와 책임 아래 보관하는지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다. 다만 현행 공탁제도는 금전이나 유가증권, 보관 가능한 유체물 등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등 가상자산을 그대로 공탁하기 어렵다.
이에 공탁 대상의 범위를 가상자산까지 넓히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거래소가 일단 자산을 동결하더라도 청구권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계속 보유할 수도, 임의로 풀어줄 수도 없는 상황이 생긴다”며 “공탁 대상의 범위를 재산적 가치가 있는 가상자산까지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가상자산이 공탁 대상에 포함되더라도 실제 자산은 거래소나 전문 수탁기관이 보관하는 방식이 거론된다. 법원 공탁소가 가상자산을 직접 보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경예은·유혜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