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과열·과도한 시세 차익 차단 의도
가점 낮은 청년 등 “추첨 기회마저 줄어”
연간 잔여물량 1600호…“공급 체감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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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63빌딩 ‘63 스카이피크닉’ 전망대에서 바라본 서울 강남권 아파트 모습. [연합] |
“‘줍줍이’ 비록 몇만대 1, 몇십만대 1의 경쟁률일지라도 희망이 있기 때문에 기다리고 버티는 건데 공공임대로 돌리는 것이 맞나요? 가점 안 되는 무주택자들에겐 희망의 싹 자체를 잘라버린 겁니다.”(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에 달린 무주택 실수요자 A씨의 댓글)
정부가 주택공급 대책의 일환으로 이른바 ‘줍줍’(무순위 청약) 물량을 공공임대주택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발표하면서 무주택 청약 대기자들 사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당첨되면 수억원에서 수십억원 시세차익이 발생해 로또 줍줍이라 불리는 무순위 청약의 형평성 논란을 차단하고 양질의 공공임대를 확보하겠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지만, 상대적으로 청약 가점이 낮은 일부 무주택 청약자들은 추첨 기회가 줄어들었다며 반발하는 모양새다. 아울러 연간 서울 등 주요 지역의 무순위 물량이 많지 않아 공급 체감효과가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18일 국토교통부 등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13일 발표한 ‘전월세 및 매매시장 안정을 위한 주택 신속공급 방안’에 수도권 규제지역에서 민간분양 잔여물량(줍줍) 발생 시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이 우선 매입해 공공임대주택으로 공급하는 내용을 담았다.
2030년까지 수도권에 ‘23만가구+α’를 추가로 착공하겠다고 밝힌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보편형 공공임대주택 신설 계획을 내놨다. 역세권·서울 도심 등 선호입지에 품질 좋은 부담가능 주택을 공급해 다양한 소득계층이 장기간 거주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구상인데, 줍줍 물량도 이러한 보편형 공공임대로 활용하겠다는 방침이다. 오는 12월까지 보편형 공공임대주택 신설을 위한 공공주택특별법 시행령 개정을 목표로 하고 있어, 이르면 연말부터 수도권 규제지역 무순위 청약이 폐지될 전망이다.
▶정부, 청약시장 과열·형평성 논란 해소 목표…역세권 임대 ‘영끌 공급’=정부가 8·13 대책에 이 같은 방향을 포함한 건 로또 줍줍으로 인한 청약시장의 과열과 형평성 논란을 해소하고, 도심 내 입지가 좋은 공공임대주택을 한 가구라도 더 확보해 ‘영끌 공급’하겠다는 의지에서다.
최근 수년간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됐거나, 시세 대비 저렴한 가격에 공급된 주요 단지의 줍줍 물량에는 몇만 대 1, 몇십만 대 1을 넘어 수백만 대 1에 달하는 청약자가 몰리는 등 과열 양상이 심화돼 왔다.
올해 3월 공급 당시 ‘7억원 로또’라고 불린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자이 디그니티’의 경우 59㎡(전용면적) 1가구 모집에 13만938명이 접수했고, 앞서 지난해 7월 이뤄진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은 무순위 4가구 모집에 22만4693명이 몰려 평균 경쟁률 5만6173대 1을 기록했다. 지난 2024년에는 경기 화성시 ‘동탄역 롯데캐슬’ 무순위 청약 1가구에 294만4780명이 신청해 역대 최고 경쟁률을 경신하기도 했다.
이같이 소수의 당첨자에게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에 달하는 시세차익이 집중되는 청약 과열현상이 지속돼선 안 된다는 게 정부의 문제의식이다. 또한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이후 지속적으로 양질의 공공임대를 강조해온 만큼, 역세권 등 입지가 우수한 도심 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하는 기조에 발맞춘 조치로 풀이된다.
▶가점 낮은 청년·신혼부부 “내집마련 기회 축소”…전문가 “실효성 의문”=하지만 청약 가점이 상대적으로 낮은 청년과 신혼부부 등 무주택 실수요자들 사이에서는 “내집마련 통로 한 축이 막혔다”는 비판이 나온다. 청약 공급 물량 다수를 차지하는 일반공급 가점경쟁에 밀려 무순위 추첨을 기다리는 무주택 청약자들로서는 당첨을 기대해 볼 수 있는 선택지가 더욱 좁아졌다.
30대 무주택 실수요자 이모 씨는 “로또 차익이 발생하게 된 원인 중 하나인 분양가상한제를 만든 것도 정부인데 왜 시세차익이 많다고 공공 물량으로 전환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집 살 수 있는 사다리가 부러진 느낌”이라고 말했다.
서울·경기 등 수요가 높은 핵심입지 단지들의 무순위 물량이 많지 않아 공급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도 나온다.
국토부 추산에 따르면,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수도권 규제지역 잔여물량(85㎡ 이하)은 약 1600가구다. 연간 발생하는 물량 자체가 한정적인 만큼, 이를 공공임대로 전환해 얻는 도심 임대주택 공급 실익보다 무주택 청약자들의 반발과 정책 불신만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뿐만 아니라 잔여 물량 매입 과정에서 발생할 적정 매입가 산정을 둘러싼 시행사·조합과의 분쟁 가능성, 그리고 LH 등 공공시행자의 재무 부담 확대 등 정책 시행 시 부작용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수도권 규제지역 줍줍 폐지는 기회가 사라지는 실수요자 입장에선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정책”이라며 “특히 서울은 연간 무순위 물량이 많지 않은데 이를 통해 공급 체감효과가 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취지는 공감하지만 인기 단지 줍줍을 공공이 매입하기보다 오히려 분양가격이 높아 미계약 물량이 나온 단지들을 저렴하게 매입해 공공임대로 공급하는 게 나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신혜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