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53년 만에 뉴욕 닉스가 미국 프로농구(NBA) 챔피언에 오른 지난 6월 뉴욕시 전역은 “Let’s go, Knicks!”를 외치는 열광적인 뉴요커들로 가득했다. 팀명인 ‘닉스(Knicks)’의 본명은 니커보커스로 무릎까지 오는 헐렁한 바지를 입던 초기 네덜란드 이민자 후손을 뜻한다. 온 도시가 외친 이름이 사실 400여 년 전 이민자들을 가리키던 호칭인 셈이다.
미국 동북부의 초기 정착지들이 청교도의 종교적 신념으로 세워졌던 것과 달리, 네덜란드 이민자들이 세운 뉴욕의 맨해튼(뉴암스테르담)은 순전히 상업적 목적 아래 건설됐다. 왕이나 교회가 아닌 주식회사가 도시 성장을 주도한 이곳에서는 상업적 이익이 곧 존재 이유였다. 오늘날 자본주의의 심장이 된 뉴욕의 비즈니스 문법의 핵심은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다. “So, does this make money?”(그래서, 이게 돈이 됩니까?)
이 도시의 상업적 DNA는 미국의 관세 협상이라는 예상치 못한 무대에서 다시 한번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2025년 초 상호관세 발표 이후 일련의 협상 과정에서 미국은 전통적 동맹과 안보 중심의 외교관계를 뉴욕 스타일의 비즈니스 관계로 거침없이 재정의했다.
또한, 이번 협상을 이끈 미국 측 인사들의 이력에도 흥미로운 공통점도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뉴욕 부동산업계에서 굵직한 거래를 성사시켜 온 기업인 출신이다. 상무장관 하워드 러트닉은 뉴욕의 캔터 피츠제럴드를 이끈 월가 인사이며, 재무장관 스콧 베센트 역시 뉴욕 헤지펀드 업계 출신이다.
미국 행정부의 리더십이 법조계나 정치인 출신이 아닌 월가 금융인으로 바뀐 것은 아주 새로운 일은 아니다. 트럼프 1기의 윌버 로스 상무장관, 스티브 므느신 재무장관 역시 월가 출신이었다. 이어서 이번 2기에서도 상무와 재무 수장 모두 월가 출신으로 채워졌다. 미국 통상 협상의 중심을 ‘뉴욕팀’이 이끌고 있는 것이다.
동맹과 안보라는 전통적 명분보다 실질적 이익과 대가를 우선하는 거래적 접근이 이번 관세 협상 전반에서 두드러진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 개인의 스타일일 수도 있지만, 과거처럼 전통 관료나 정치인이 아닌 직관적 협상과 실리를 우선시하는 뉴욕 비즈니스맨들이 통상 담판의 전면에 섰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워싱턴의 외교·안보 문법이 지배하던 통상 분야를 이제는 뉴욕 특유의 비즈니스 문법으로 접근해야 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그렇기에 우리의 3500억달러 규모 대미 투자 역시 더더욱 ‘뉴욕의 문법’으로 풀어나가야 한다. 우리 정부가 대미 투자에 대해 강조하는‘상업적 합리성’ 역시 뉴욕의 비즈니스 문법을 따를 때 지켜낼 수 있다.
실제 대미 투자의 집행에는 워싱턴뿐만 아니라 뉴욕의 손길이 필요해 보인다. 3500억달러라는 막대한 자금은 단순한 발표만으로 집행되지 않기 때문이다. 조선·에너지 등 전략산업 분야에 투입될 개별 프로젝트마다 정교하게 구조화된 금융 설계와 리스크 관리가 필수적이다. 이러한 실무는 결국 월가의 투자은행과 자산운용사의 도움이 필요하다. 협상을 거래로 이끌었던 이들이 뉴욕 출신이었듯, 그 실질적 결실을 맺는 일 역시 뉴욕의 몫이 될 것이다.
백지민 한국무역협회 뉴욕지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