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그래미, 두려운가?”…K-팝을 아시아에 가두지 말라

요즘 가요계의 가장 큰 이슈는 방탄소년단(BTS)의 결단이다. BTS는 지난달 각자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을 통해 올해 그래미 어워즈에 출품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지난 4월 완전체로 복귀해 낸 신보 ‘아리랑(ARIRANG)’이 역대 그룹 최고 단일 주 판매 기록인 64만1000유닛(스트리밍 횟수 등을 환산한 판매량)을 돌파하며 어느 해보다 그래미 수상 가능성이 큰 상황이라 충격이 컸다.

BTS의 돌발 행보의 배경엔 사실 그래미의 도발이 있었다. 그래미 어워즈의 주관사인 레코딩 아카데미가 K-팝, J-팝, C-팝 등 아시아권 언어 기반의 음악을 대상으로 한 ‘아시아 팝 뮤직 퍼포먼스’ 부문을 신설하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레코딩 아카데미는 아시아 팝이나 라틴 팝 등 새 음악 장르들을 기릴 기회가 필요해 일부 부문을 신설했다고 항변하지만, 실제 수상 가능성이 높은 K-팝 아티스트들에겐 다른 의미로 해석됐다. ‘아시아용’ 상을 따로 만들어 주요 부문에 대한 K-팝의 수상 가능성을 줄이는 게 아니냐는 예상이다.

그간 그래미의 행보를 보면 K-팝 아티스트들이 무리한 해석을 한 것은 아닌 듯하다. 대중적 인기와 문화적 영향력을 행사해도 ‘비(非) 미국’ 출신 가수이란 이유로 주요 수상 부문에서 배제된 가수들이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라틴 음악 홀대’다. 퀸의 프레드 머큐리가 그래미에 노미네이트 된 적이 없다는 것은 놀라운 사실도 아닐뿐더러 최근에는 위켄드 피오나 애플 등도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지만, 후보도 되지 못했다. 콜롬비아의 유명 가수 제이 발빈은 “그래미는 우리를 제대로 평가하지도 않으면서 우리를 필요로 한다”고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사실 K-팝 아티스트들은 좁은 국내 시장을 벗어나 글로벌 확장을 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해왔다. K-팝의 특성을 살리면서도 글로벌 시장의 보편성을 담는 시도를 했고, BTS를 필두로 스트레이키즈, 에이티즈, 블랙핑크 등 일부 아티스트들이 성공했다. 덕분에 K-팝은 일부 지역의 특색있는 음악으로 취급하기엔 너무 많은 지역에서 너무나 많은 팬덤이 즐겨 듣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K-팝을 ‘아시아’로 구분하고 이를 ‘다양성’이라는 이름으로 부른 것은 ‘포용’이란 이름으로 높게 쌓아 올린 차별의 벽일 뿐이다.

이같은 비판을 의식해서인지 그래미는 최근 한발 물러선 모습을 보인다.

하비 메이슨 주니어 레코딩 아카데미 최고경영자(CEO)는 “일부 아티스트들이 (아시아 팝 뮤직 퍼포먼스)부분이 자신들의 노력으로 빚어낸 음악을 온전히 대변하지 못한다고 여긴다. 이러한 목소리를 무겁게 수용하고 있다”면서 “신규 부문 개발 및 도입 절차 전반을 재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그래미 내부 분위기가 반전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 할 만하다.

하지만 여기서 그쳐선 안 된다. 그래미가 전 세계 대중음악계에서 갖는 권위를 유지하려면 수상자 선정 과정에서 미국 출신 가수들을 우대하던 기존의 분위기에서 벗어나 음악적, 지역적 다양성을 포용해야 한다. 지금은 글로벌 보편성과 음악성을 가진 새로운 비(非) 미국 출신의 음악들이 어느 때보다 쉽게 확산되고 공유되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그래미가 진정한 의미의 다양성을 허용해야 그래미 시상식이 ‘그들만의 축제’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다.

신소연 문화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