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공원 전체 후보지로 검토중”에 술렁
서울시 “미래세대 위한 녹지 보전해야” 반대
특별법 개정·토양오염 정화 ‘극복 과제’ 산적
국토장관·서울시장 20일 회동 주택공급 협의
![]() |
| 정부의 ‘8·13 주택 신속공급 방안’엔 적시되지 않았던 서울 용산공원이 7만3000호의 공공주택 공급 후보지에 포함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의 ‘닥치고 공급’ 기조가 서울의 핵심 인프라인 녹지 보존과 상충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다. 딜레마에 빠진 정부는 공청회 등을 통해 용산공원의 주택활용 필요성에 대한 여론을 환기한다는 방침으로 전해졌다. 사진은 용산 어린이정원 일대의 모습. [연합] |
“용산어린이공원은 좁은 것 같고 ‘용산공원 전체’를 (공급 후보지로) 고민하고 있다.”(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 지난 14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
정부가 8·13대책에서 신규 주택물량 7만3000호의 공급지를 이르면 9월 말 밝히겠다고 예고한 가운데, 용산공원이 주택 공급지에 포함될 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공급대책 발표 다음날인 14일 정부가 용산공원 부지의 주택 공급 후보지 검토 방침을 공식화하자, 서울시와 용산구가 연이어 반대 입장을 밝혔다. ▶관련기사 21면
앞서 서울 태릉 골프장이나 서초 서리풀지구, 과천 경마장 등 주택 공급 후보지로 언급될 때마다 지방자치단체나 주변 거주민들의 반대나 논란은 이어져왔다. 그러나 용산공원은 상황이 다르다.
우선 국가공원으로 개발되기로 했던 부지에 아파트를 공급하는 것은 현재 법적으로 불가하다. 법 개정은 물론이고 토양 오염 정화, 미군과의 협의, 여론의 반대 등을 모두 넘어야 하는데, 8·13 공급안이 ‘속도전’을 강조한 것을 감안하면 이번 공급 대책 목표와는 거리가 있다. 실제 이번 대책에 당초 검토 대상이었던 공원 내 어린이정원이 포함되지 않은 것을 두고 이 같은 정부의 고심이 드러난다는 평가가 나온다.
▶어린이정원만이 아니었다…“‘공원 전체’ 후보지로 검토 중”=용산공원 개발 시 적용되는 용산공원조성특별법은 2007년 노무현 정부 당시 제정됐다. 2006년 용산기지 공원화선포식에 참석한 노무현 대통령은 “서울 한복판에 새로 열릴 80만평의 녹지공원은 생각만 해도 가슴을 부풀게 한다”며 “시민 누구나 차표 한장 들고 부담없이 찾아와서 역사와 문화, 그리고 자연을 마음껏 누릴 수 있는 시민의 마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의 센트럴파크 역할을 넘어 한국의 국가공원으로 조성하겠다는 개발 철학에 따라 특별법은 용산공원의 공원 외 목적으로 활용하는 것을 금지한다. 문재인 정부 또한 공원 본체를 보존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 온 만큼 이재명 정부가 법 개정에 나설 경우, 여권이 20년 간 지켜 온 철학을 무너뜨린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녹지의 파수꾼’ 역할을 자처한 서울시의 반대도 넘어야 한다.
▶국토부 “용산공원, 주택 용도 활용도 선택지 중 하나”=국토부는 용산정원을 비롯한 일부 서울 내 그린벨트 또한 주택 부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김 장관은 14일 “용산공원은 무조건 안 되는 곳이라고 하지 말고, 모든 가능성 열어놓고 한다”면서 “그린벨트 지역 동안 1~2등급지를 해제하는 게 아니라 상당 부분 훼손돼 그린벨트 역할이 안 되고 있는 지역을 활용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김이탁 국토교통부 1차관 또한 14일 MBC 라디오에 출연해 “어린이정원 외에 (미국 측으로부터) 반환받은 부지들이 있다. 캠프킴도 하고 있지만 대사관 숙소 등 반환 부지들이 있다”면서 해당 부지들이 좋은 선호도 높은 입지에 있기 때문에 주택으로 만드는 것 또한 미래세대를 위한 선택 중 하나라는 의견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 |
▶서울시 “용산공원의 녹지, 완전체로 미래세대에 물려줘야”=하지만 서울시의 생각은 다르다.
서울시는 용산공원 내 주택을 짓는 것은 녹지를 줄이고 장기적인 도시 내 ‘주거의 질’을 낮출 수 있다고 보고있다. 서울시는 대책 당일 오후 브리핑에서 “미래세대의 자산인 녹지를 활용한 주택공급은 최후의 수단이어야 한다”면서 “정부가 신규택지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정비사업의 공급효과와 서울의 도시계획, 녹지 보전의 가치를 충분히 고려해 신중하게 접근해주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서울시는 용산공원이 현재와 같은 면적에서 온전히 보전될 때 그 가치를 지킬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용산공원은 미군 주둔지에서 120년 만에서 시민의 품으로 돌아온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일부에 해당하는 어린이정원에 주택이 들어올 경우, 서울시 입장에서는 국립중앙박물관, 용산가족공원 등을 용산공원에 포함시켜 단계적으로 공원의 경계를 확장시키려던 계획이 어그러지게 된다.
2021년 서울시의 ‘용산공원 주변지역 관리 기본계획’에 따르면 용산공원은 북한산~남산~관악산의 남북녹지측과 한강의 동서수경축의 접점에 위치한 서울에서 개발되지 않고 남아있는 마지막 녹지 공간이다. 이에 따라 공공성을 훼손한다는 지적도 나올 수 있다. 아파트가 들어설 경우, 특정 입주민이 국가공원을 사유화한다는 논란과 함께 조망에 대한 문제 또한 제기될 수 있다.
여기에 최근 기후변화가 심화되면서 용산공원이 갖는 기후 인프라로서의 가치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서울시 주장에 힘을 실어 주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6일 서울시 부동산 대토론회에서 “인구 1000만 도시에 기후변화 때문에 굉장한 폭염이 닥쳐와 많은 시민이 고통 속에 있다”며 “녹지 면적을 최대한 유지·관리하는 것은 서울시장으로서 반드시 책임지고 지켜내야 할 의무”라고 강조했다. 이어 “용산공원 부지만큼은 전부 보존해 후대에 물려줘야 한다”면서 주택공급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실제 녹지는 ‘도시 내 에어컨’이라고 불리며 기온 저감기능을 한다. 공원의 나무들은 수관으로 직사광선과 복사열을 차단하고 잎들이 주변 열을 낮춘다. 잎이 증산 작용(식물체 안의 수분이 수증기가 되어 공기 중으로 나옴)을 할 때 주변의 열을 흡수하는데 이로 인해 온도가 내려가기 때문이다.
서울 내에서도 지역별 녹지 비율 차이에 따라 온도 차가 크게 난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 등이 랜드샛 위성 영상과 도시숲 지도를 활용해 2024년 8월 29일 서울 25개 자치구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도시숲 면적 비율이 높은 5개 자치구의 지표면 평균온도는 34.9~36.2도로 도시숲 면적 비율이 낮은 5개 5개 자치구(36.9~39.1도)와 최대 4.2도의 차이가 났다.
더군다나 용산구는 서울의 중심부에 있지만 녹지가 충분하지 않은 편이다. 지난 6월 그린피스 동아시아지부 서울사무소의 발표에 따르면 1인당 녹지면적은 용산구는 12.75㎡로 서울 내 14위로 중위권에 속한다. 용산구민들 입장에서는 안 그래도 충분하지 못한 녹지가 주택공급으로 더 줄게 되는 것을 반기기가 쉽지 않다.
▶토양 정화 시간 걸려…공급 속도 늦출 것=이 모든 문턱을 다 넘는다고 해도, 실제 주택 공급을 위해서는 ‘토양 정화’라는 마지막 관문이 남는다. 용산공원은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미군은 물론 일본군까지 군 부지로 사용했던 특수성이 있어 오염 정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정화 작업에 걸릴 시간과 과정을 단언할 수 없어 정확한 공급 시점을 예측하기에는 한계가 따른다는 의미다. 2020년 8·4 대책에서 주택 공급지로 발표된 캠프킴 부지는 6년이 지난 지금도 정화 작업이 끝나지 않았다.
한편 김 장관은 오는 20일 오세훈 서울시장과 만나 용산공원 주택 공급 문제를 두고 협의에 나선다. 서울시가 주택 공급 관련 협의의 필요성을 강조해 온 만큼, 해당 자리에서 설득과 의견 조율이 이뤄질 전망이다. 같은 날 국회에서는 용산공원 조성 특별법과 관련된 개정안이 본회의에 상정된다. 정부가 연초 1·29대책에서 캠프킴 등 복합시설조성지구의 고밀개발을 위해 공원·녹지 기준을 완화하는 내용을 발표한 것과 관련한 후속 조치에 따른 것이다. 단, 이 개정안과 용산공원 본체에의 주택용지 전환과는 무관하다.
김희량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