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美서 현대차보다 덜 깎아주고 더 팔았다

인센티브 기아 2550弗·현대차 3650弗
낮은 할인 속 판매 성장률 3.4% 확대
활발한 판매로 재고일수 39일로 단축


기아가 올해 상반기 미국에서 현대차보다 차 한 대당 1100달러(약 150만원) 덜 깎아주고도 주요 차급에서 더 많이 팔았다. 할인에 기대 판매를 늘리던 과거와 달리, 가격을 지키면서도 판매를 키우는 브랜드로 위상이 달라졌다는 평가다.

18일 한국투자증권과 자동차 시장조사·데이터 업체인 Autodata와 J.D. Power, GlobalData 등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아의 미국 시장 대당 평균 인센티브는 약 2550달러(360만원)로 집계됐다. 현대차는 제네시스를 포함해 약 3650달러(520만원)로, 기아보다 1100달러 높았다.

미국 완성차 업계 평균인 약 3300달러와 비교해도 기아의 인센티브는 20% 이상 낮은 수준이다. 차량 판매가격에서 인센티브가 차지하는 비중 역시 기아가 6.6%로, 현대차의 9.0%보다 2.4%포인트 낮았다.

인센티브는 완성차 업체가 차량 판매를 촉진하기 위해 소비자나 딜러 등에 제공하는 현금 할인과 금융 지원 등을 의미한다. 같은 가격의 차량을 판매하더라도 인센티브가 커질수록 완성차 업체가 실제로 손에 쥐는 금액은 줄어든다.

판매 성장세에서도 기아가 소폭 우위를 보였다. 올해 상반기 미국 시장에서 기아 판매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3.4%로, 현대차의 2.7%를 웃돌았다. 시장 평균이 역성장한 상황에서 두 브랜드 모두 선전했지만 기아가 더 낮은 인센티브로 더 높은 성장률을 기록한 셈이다.

재고도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미국 시장에서 기아의 평균 재고일수는 39일로 현대차의 53일보다 14일 짧았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으로 기아의 잔존가치 상승이 꼽힌다. 기아의 미국 내 36개월 기준 잔존가치는 2018년 39.7%에서 2023년 54.3%까지 상승했다. 순위도 같은 기간 크게 뛰어 2023년에는 전체 브랜드 가운데 4위 수준까지 올라섰다. 최근에도 개선세가 이어지고 있다. 기아에 따르면 미국 시장에서 업계 선두 브랜드와 비교한 잔존가치 수준은 2021년 88%에서 2025년 96%까지 높아졌다.

기아가 최근 몇 년간 낮은 인센티브 정책을 유지하면서 ‘할인 축소→잔존가치 상승→실질 구매가격 상승→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토요타와 혼다 등 일본 업체들이 주도해온 미국의 ‘저인센티브 브랜드’ 그룹에 한국 브랜드가 진입한 것은 미국 시장 진출 이후 사실상 처음이다.

다만 기아 전체로 보면 인센티브 부담 자체가 줄어든 것은 아니다. 오히려 올해 2분기에는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판매 경쟁이 격화하면서 관련 비용이 크게 늘었다.

기아는 올해 2분기 매출 33조3037억원으로 분기 기준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4.9% 감소한 2조6285억원에 그쳤다. 전기차와 하이브리드를 중심으로 판매량과 평균판매가격(ASP)이 모두 상승했음에도 판매 확대를 위한 인센티브 부담이 수익성을 끌어내렸다. 2분기 기아가 부담한 인센티브·가격 관련 비용은 7230억원으로 전년 동기 3410억원의 두 배를 넘어섰다.

기아는 상품성 개선과 원가 경쟁력 확보를 통해 내년 이후 수익성을 다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정경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