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을 논술로 친다고?’…“시대 전환” vs “부작용”, 교육계 둘로 쪼개졌다 [세상&]

교육의봄·사걱세·좋은교사운동 “오지선다 넘어야”
교총 “사교육·현장 혼란…사회적 합의 먼저”
차정인 “객관식 교육 바꿔야”…일부 국교위원 반발
“내신·수능 한꺼번에 개편 시기상조…답 정했나”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 서·논술형 평가를 도입하는 방안을 놓고 교육계의 찬반이 갈리고 있다. 사진은 국어 논술 전문학원이 있는 서울 대치동 학원가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김용재 기자]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 서·논술형 평가를 도입하는 방안을 놓고 교육계의 찬반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객관식 중심 평가에서 벗어나 논·서술형 평가로 단계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과 사교육 확대와 학교 현장의 혼란 가능성이 맞붙는 모양새다.

교육의봄과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좋은교사운동(이하 교육 3단체)은 18일 기자회견을 열고 수능과 내신을 아우르는 논·서술형 평가로의 단계적 전환을 국가교육발전계획에 명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인공지능(AI) 시대에는 주어진 답을 빠르게 고르는 능력보다 문제를 정의하고 근거를 제시해 자기 생각을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능력이 중요해졌다고 강조하면서 현행 수능이 학교 수업까지 문제풀이 위주로 만드는 구조를 고착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교육 3단체 “문제풀이 교육 바꿔야” vs 교사노조 “학교 여건·부작용 살펴야”


교육 3단체는 특히 평가 방식이 바뀌지 않는 한 교육과정과 수업의 변화에도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교육은 마지막 관문인 평가 방식을 따라간다”며 “학교에서 토론·프로젝트 수업과 서·논술형 평가를 확대하더라도 고3에서 객관식 수능을 치러야 하는 구조에서는 결국 문제풀이 교육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서·논술형 도입에 따른 채점 공정성과 사교육 확대 우려에 대해서는 국가 차원의 제도 구축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평가관리센터 설립과 복수 채점, 채점 기준 공개, 전문 채점인력 양성 등을 통해 신뢰도를 높이고 상대평가 체제 개편과 공교육 내 쓰기·사고력 교육 강화를 병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교육 증가 가능성도 인정하면서 현행 상대평가와 대학별 논술고사를 함께 손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폭넓은 독서만으로 충분히 대비할 수 있다는 설명으로는 학부모 불안을 잠재울 수 없다”며 연구학교와 시범지역 운영 등 충분한 예고기간을 두고 단계적으로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교사노동조합연맹은 학교 여건을 갖추지 않은 채 평가 방식부터 바꾸는 데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송수연 교사노조연맹 위원장은 “학교의 현실을 외면한 채 평가의 형식부터 바꾸는 개편에는 단호히 반대한다”며 “대입을 지렛대로 수업을 바꾸는 방식 역시 입시가 교육을 지배해 온 구조를 되풀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교사노조연맹은 학교에서 이미 시행 중인 서·논술형 평가에서도 부분점수와 교사·학급 간 채점 편차를 둘러싼 민원과 이의신청이 반복되고 있다고 짚었다. 서·논술형 확대에 앞서 학급당 학생 수와 교사 1인당 담당 학생 수를 줄이고 충분한 출제·채점 시간, 교사 간 채점 기준 조정 시간을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수능 서·논술형 역시 수십만명 규모 답안의 복수채점과 재심 절차, 최종 책임 주체 등을 먼저 마련해야 하며 AI 채점도 공정성 확보의 ‘만능 해법’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송 위원장은 “좋은 취지와 미래의 구호만으로 학교는 바뀌지 않는다”며 “학교가 감당할 조건을 만들지 않은 채 제도부터 바꾸면 정책의 이상은 현장의 혼란이 되고 그 대가는 학생과 교사가 치르게 된다”고 말했다. 교사노조연맹은 전면적인 수능·내신 개편에 앞서 시행 경험이 있는 선택과목 절대평가부터 확대하고 교원 확충과 학급당 학생 수 감축, 평가 민원·이의신청에 대한 기관 책임체계를 마련할 것을 국교위에 요구했다.

차정인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장이 1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가교육위원회 2026년 제8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국교위 내부서도 ‘속도론’…“현실 가능성 검토돼야”


이 같은 온도차는 국교위 내부에서도 나타난다. 차정인 국교위원장은 서·논술형 평가 확대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차 위원장은 지난 5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객관식 문제의 반복 풀이로 사고력과 창의성을 기르는 데 한계가 있다”며 “수능에 논·서술형 평가를 도입해 학교 수업과 학습 방향의 변화를 견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교위 내부에서는 개편 속도와 추진 방식에 대한 반론이 공개적으로 나왔다. 지난 13일 열린 국교위 전체회의에서 대다수 위원은 대입제도 개편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의견수렴의 대표성과 공론화 방식 등을 문제 삼았다. 특히 서·논술형 도입 등을 빠르게 추진하는 데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손덕제 국교위원은 “고교학점제와 내신 5등급제가 이제 막 적용된 시점에서 그 부작용을 확인하기도 전에 내신·수능 절대평가, 서·논술형 수능까지 한꺼번에 논의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현장 적합성과 현실 가능성이 먼저 검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취현 국교위원 역시 “이미 방향성을 설정해 놓고 그에 관한 의견을 듣겠다는 취지”라며 학부모와 학교 현장의 불안을 키울 수 있다고 비판했다.

국교위는 이달 지역별 현장 토론회와 국민참여위원 숙의, 온라인 의견수렴 등을 거쳐 오는 10월 대입제도 개편 시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후 추가적인 국민 의견수렴을 거쳐 내년 3월 국가교육발전계획과 함께 최종 개편 방향을 확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