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사위’ 쿠슈너, 이스라엘·하마스 연쇄 접촉…큰 진전은 없어

네타냐후와 4시간 회담…비무장화·재건 실무그룹 설치
가자지구 무장해제·공중보건 다룰 실무그룹 구성키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특사이자 맏사위인 재러드 쿠슈너(왼쪽 두번쨰)가 지난 16일(현지시간) 압델 파타 알시시(가운데) 이집트 대통령과 회담을 하고 있다. [로이터]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특사이자 맏사위인 재러드 쿠슈너가 17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문제 해결을 위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회담했지만, 교착 상태를 풀 만한 뚜렷한 돌파구는 마련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AFP·dpa통신 등에 따르면 쿠슈너 특사는 이날 예루살렘에서 네타냐후 총리와 4시간에 걸쳐 회담했다. 전날에는 이집트에서 지난달 하마스 수장에 취임한 칼릴 알하이야와 직접 만나는 등 이틀에 걸쳐 이스라엘과 하마스 양측을 잇달아 접촉했다.

이번 방문에는 트럼프 대통령 주도로 가자지구 평화 구상을 감독하기 위해 출범한 ‘평화위원회’의 니콜라이 믈라데노프 고위 대표도 동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스라엘 총리실과 평화위원회 측은 이날 회담을 각각 “깊이 있고 건설적”이고 “매우 생산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양측은 가자지구의 비무장화와 재건, 공중보건 문제 등을 논의했다. 이스라엘 측은 무장해제·비무장화 문제와 위생·깨끗한 식수 등 공중보건 문제를 각각 다룰 2개의 실무그룹을 설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핵심 쟁점을 둘러싼 입장차는 여전히 뚜렷했다.

이스라엘 측은 가자지구 전역에서 하마스의 무장해제가 완료되기 전에는 이스라엘군의 재배치나 철수는 물론 재건 작업도 시작할 수 없다는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하마스가 보유한 모든 무기를 반납해 폐기하는 것이 가자지구 비무장화의 첫 단계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로이터는 한 이스라엘 관리를 인용해 네타냐후 총리가 이날 회담에서 이스라엘군이 철수하지 않을 것이며 필요할 경우 가자지구에서 군사작전을 계속할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고 전했다.

이 관리는 네타냐후 총리와 쿠슈너 특사가 하마스가 소형 무기를 포함한 모든 무장을 완전히 해제하기 전에는 가자지구 재건을 시작하지 않는다는 데도 뜻을 같이했다고 말했다.

AFP는 하마스의 무기 반납과 폐기 과정을 현재 창설 중인 국제안정화군 사령관인 재스퍼 제퍼스 미군 소장이 감독하는 방안도 논의됐다고 전했다.

반면 하마스는 이스라엘이 먼저 공격을 중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마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가자지구 로드맵 자체에는 동의하면서도 이스라엘이 약속한 내용을 먼저 이행해야만 계획을 실행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마스는 전날 쿠슈너 특사와의 회담에서도 합의 이행 의지를 거듭 밝혔지만, 무장해제 등 로드맵 이행을 시작하기 전에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대한 공격을 중단하고 영토를 가르는 이른바 ‘황색선’ 밖으로 철수해야 한다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공개한 15개 항목 구상은 이스라엘과 하마스 등 무장세력이 적대행위를 중단하고, 하마스의 단계적 무장해제와 이스라엘군의 단계적 철수를 거쳐 국제안정화군의 지원을 받는 과도기 팔레스타인 행정부가 가자지구의 행정과 치안을 맡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하마스 무장해제와 이스라엘군 철수 가운데 무엇을 먼저 이행할지를 놓고 양측의 주장이 맞서면서 계획은 교착 상태에 빠졌다.

이와 관련해, 쿠슈너 특사는 이날 회담 이후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진전을 볼 수 있을 것”이라며 “바라건대 적어도 30일 뒤에는 일부 무기 제거가 시작하고 60~90일 이후에는 (하마스의) 일부 터널이 메워지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무장해제하더라도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군이 안보상 필요할 경우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행동의 자유’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이 지난해 10월 휴전 당시 설정된 ‘황색선’에서 철수하지 않을 수 있다는 입장도 내놨다.

쿠슈너 특사는 이에 대해 임박한 위협이 있을 때 미국이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제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에 대해서는 구체적 의미에 대해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가자지구 재건과 관련해서도 “비무장화가 이뤄질 때까지 가자지구 재건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테러리스트들이 다시 장악하거나 또다시 폭파할 가능성이 있는 곳에 돈을 더 투입하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말했다.

쿠슈너 특사는 이번 회담에 앞서 이집트에서 하마스 측에 무기 반납 여부를 검증하고, 하마스가 향후 가자지구 통치에 참여하지 않을 것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네타냐후 총리가 오는 10월27일 총선을 앞두고 있다는 점도 향후 협상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외교가에서는 재선을 앞둔 네타냐후 총리가 선거 전에 가자지구 문제에서 상당한 양보에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집트, 아랍에미리트(UAE) 등 아랍·무슬림 8개국은 전날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로드맵 거부를 비판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