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김정은과 대화 재개 제스처”…“2018년보다 위험, 대북 억지력 약화”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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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화당 소속 톰 틸리스 연방 상원의원.[게티이미지] |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연합훈련 대폭 축소를 지시한 데 대해 미국 정치권과 외교·안보 전문가들의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야당인 민주당뿐 아니라 여당인 공화당에서도 공개 비판이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직접 대화를 재개하기 위한 제스처를 보냈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전쟁을 거치며 북한의 군사력이 강화된 상황에서 훈련 축소가 한미 연합 대비태세와 대북 억지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7일(현지시간) 톰 틸리스 공화당 연방 상원의원은 엑스(X)에 “특별한 군사역량을 갖춘 한국은 70년 넘게 미국의 굳건한 군사동맹이었다”며 한미연합훈련 축소 방침을 비판했다.
틸리스 의원은 “한국과의 연합훈련을 축소하는 것은 북한군 병력 수천명으로 하여금 무고한 우크라이나 시민에 대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조직적 납치, 고문, 강간, 살인을 지원하도록 하는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한반도에서 북한군의 군사적 부담이 줄어들 경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원할 여력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틸리스 의원은 공화당 소속 재선 상원의원이다.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한 감세법안에 반대했다가 당내 압박을 받은 뒤 3선 도전을 포기한 바 있다. 그럼에도 여당 현역 상원의원이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동맹 관련 결정에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민주당의 반발은 더욱 거세다. 상원 군사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잭 리드 상원의원은 이번 조치를 “트럼프 대통령이 내린 또 다른 무분별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리드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독재자에게 아부하기 위해 연합훈련을 축소하거나, 본인이 시작한 전쟁에 동참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한국을 벌한다면 우리의 동맹과 적국 모두 미국의 공약이 협상 가능한 것으로 생각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김정은은 선전상의 승리를 얻었고 우리의 가장 강력한 동맹 중 하나인 한국은 트럼프의 자존심 외에는 다른 이유 없이 벌을 받았다”며 “중국과 러시아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동맹을 얼마나 쉽게 버리는지 지켜보고 있으며 우리를 시험할 때 이를 기억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주당 소속 하원 외교위원회 의원들도 “트럼프의 이란전쟁은 처참하게 실패하고 있다”며 “불법적인 전쟁을 돕지 않는다는 이유로 70년 동맹인 한국과의 연합훈련을 축소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한국과의 동맹은 미국을 더 안전하게 하지만 트럼프는 이를 약화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트루스소셜을 통해 한미연합훈련을 대폭 축소하라고 국방장관에게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한국이 이란전쟁에 충분히 협조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불만도 함께 드러냈다.
미국 외교·안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번 결정의 또 다른 배경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김정은과의 직접 외교’ 구상이 거론된다.
앤드루 여 브루킹스연구소 한국석좌는 연합뉴스에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외교적 교류를 다시 시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로버트 랩슨 전 주한미국 대사 대리도 “정확한 계기를 알기는 어렵지만 김정은 위원장과 다시 관계를 맺기 위한 일종의 제스처일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에마 챈릿-에이버리 아시아소사이어티 정치·안보국장 역시 이번 발표가 트럼프 대통령이 첫 임기 당시 미완의 과제로 남은 김 위원장과의 직접 외교로 복귀하려 한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인 2018년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직후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전격 발표했다. 당시에도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을 촉진하기 위한 조치였지만 한미동맹의 대비태세를 약화한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전문가들은 현재 북한의 군사적 역량이 2018년 당시보다 강화됐다는 점에서 이번 훈련 축소의 위험성이 더 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여 석좌는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새로운 정밀타격과 드론 전술 등을 습득한 것으로 보인다며 “군사훈련이 축소되면 미군과 한국군은 북한의 잠재적 적대 행위에 대응할 대비태세가 약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 싱크탱크 민주주의수호재단(FDD)의 마크 몽고메리 선임연구원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확보한 기술과 장비를 바탕으로 이전보다 강력한 전력을 갖춘 상태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것은 2018년에도 실수였지만 2026년에는 더 큰 실수”라고 평가했다.
패트릭 크로닌 허드슨연구소 아태지역 안보 의장도 “핵심적인 동맹 연합훈련을 약화하기로 한 결정은 김 위원장의 셈법을 바꾸지 못하면서 억지력과 대비태세만 훼손한다”며 “대화는 좋지만 우리는 힘의 우위를 바탕으로 협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를 지원하면서 실전 경험과 군사기술을 축적한 상황에서 한미훈련 축소가 과거와 같은 의미로 받아들여져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위협적이지 않은 국가’로 묘사한 데 대해서도 챈릿-에이버리 국장은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와 러시아 지원을 고려하면 “동맹국들에 우려스러운 대목”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훈련 축소가 단기적으로 한미 대비태세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랩슨 전 대사 대리는 이미 17일부터 27일까지 진행되는 한미연합훈련을 대폭 축소하기에는 시기적으로 늦었다며 “단기적으로는 전반적인 동맹 대비태세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란전쟁 등으로 미국의 군사자원 부담이 커진 만큼 연합훈련 규모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시각도 있다. 미 안보 싱크탱크 디펜스 프라이어리티스의 제니퍼 카바나그 군사분석국장은 CNN에 “미국이 자원과 대비태세 모두 부족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과의 양자 훈련은 미국의 자원과 대비태세를 불필요하게 소모한다”고 말했다.
향후 관심은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에 호응할지 여부에 쏠린다. 랩슨 전 대사 대리는 “김 위원장이 이에 응답할지, 언제 어떻게 응답할지가 매우 흥미로운 관전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미 대화가 실제 재개될 경우 한국의 역할을 놓고도 전망이 엇갈린다. 랩슨 전 대사 대리는 2018년에도 한국의 참여가 당연시된 것은 아니었다며 북미가 직접 협상에 나설 경우 한국이 주변화될 가능성을 거론했다. 반면 여 석좌는 이재명 대통령의 종전 논의 제안과 트럼프 대통령의 훈련 축소가 대북 외교에 유연성을 제공하는 “상호 보완적인 조치”가 될 수 있다며 “한반도 대화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있어 서울의 역할은 여전히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