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원구, 정부 공급 방향에는 공감…저밀도 개발·교통대책 등 전제조건 제시
사업 대상지 성격과 주민 여론, 기반시설 여건 달라 대응 방식에도 차이
[헤럴드경제=박종일 선임기자] 정부가 신규 주택공급 지역으로 발표한 서울 강서구 염창근린공원 훼손지와 노원구 태릉골프장 부지를 놓고 해당 자치구의 입장이 미묘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강서구는 20년간 방치된 염창근린공원 훼손지 개발을 지역 숙원사업 해결의 계기로 평가하며 적극 환영했다. 반면 노원구는 정부의 주택공급 확대 방향에는 공감하면서도 저밀도 개발과 교통대책, 생활·문화 인프라 확충 등을 전제로 한 사실상의 ‘조건부 수용’ 입장을 밝혔다.
이 같은 온도 차는 두 사업 대상지의 현재 상태와 역사·환경적 가치, 개발에 따른 교통 부담과 주민 여론 등이 서로 다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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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교훈 강서구청장이 지난 13일 염창근린공원 훼손지를 신규 주택공급 후보지로 발표한 데 대해 환영 입장을 밝혔다. |
강서구 “20년 묵은 난제 해결”…염창공원 훼손지 개발 환영
강서구(구청장 진교훈)는 국토교통부가 지난 13일 염창근린공원 훼손지를 신규 주택공급 후보지로 발표한 데 대해 환영 입장을 밝혔다.
이곳에는 청년 등 무주택 서민이 부담할 수 있는 공공주택 약 1000가구가 들어설 예정이다.
해당 지역은 공원으로 지정돼 있지만 공원 내 사업장 폐업과 개발 과정에서 형성된 염창산 절개지 등으로 인해 20년 동안 사실상 방치됐다. 공원 기능을 상실한 채 주민 안전을 위협하고 한강변 도시 미관까지 해친다는 민원이 끊이지 않았다.
강서구는 1990년 당시 청소년 문화시설과 어르신 사랑방, 야외공연장 등 주민 편의시설 조성을 조건으로 민간공원 조성사업을 승인했다. 그러나 사업자가 약속한 시설을 조성하지 않고 골프연습장만 운영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구는 2006년 사업시행자 지정을 취소하고 2009년 직권 폐업 조치를 내렸다. 하지만 사업지 규모가 크고 토지 지분이 여러 소유주에게 나뉜 데다 소유권 변경까지 이어지면서 개발은 장기간 표류했다.
이에 강서구는 2024년 조직개편을 통해 도시 균형·계획·개발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이듬해 국 단위로 확대하는 등 해결에 행정력을 집중했다. 국토부와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 등 관계기관과 지속해서 협의한 끝에 공공개발이라는 해법을 마련했다.
염창근린공원 훼손지는 주민 의견 청취와 중앙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쳐 공공주택지구로 최종 지정된다. 이후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사업시행자로 참여해 지구 지정과 계획 수립, 부지 조성, 주택 착공 등을 통합 추진할 예정이다. 착공 목표 시점은 2029년이다.
염창근린공원의 전체 면적은 11만1769.4㎡이며, 산림을 제외한 사업 대상지는 5만711㎡다. 기존 공원과 연계한 개방형 녹지공간을 조성해 지역주민과 입주민이 함께 이용하도록 할 계획이다.
진교훈 강서구청장은 “염창근린공원 훼손지 개발은 지역 균형발전의 출발점이자 오랜 기간 기다려온 주민들의 염원이 만들어낸 결실”이라며 “사업이 차질 없이 추진되도록 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강서구청 입장과는 달리 염창동 주민 일부는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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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사구 염창공원 훼손지 |
노원구 “주택공급 공감하지만”…고품격 저밀도 개발 요구
노원구(구청장 서준오)의 입장은 강서구보다 신중하다.
노원구는 수도권 유휴부지를 활용한 정부의 주택공급 확대 방향에는 공감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태릉골프장 개발은 단순한 주택공급을 넘어 태·강릉의 역사·문화·환경적 가치를 보전하면서 노원의 주거환경과 교통 여건, 생활 인프라를 함께 개선하는 방식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유네스코 평가에 따른 태·강릉 보호 원칙 아래 태릉골프장 부지를 고품격·저밀도 자족형 주거단지로 조성할 것을 정부에 요구했다.
주택뿐 아니라 자연친화적인 생태공원과 도서관·공연장·갤러리 등 문화복합시설을 함께 조성해 부족한 생활·문화 인프라를 확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규모 주택공급으로 심화할 수 있는 교통난에 대비해 선제적인 광역교통대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노원구는 화랑로·노원로와 태릉~구리IC 도로망 확장, 지하철 6호선 화랑대역에서 가칭 태릉CC역을 거쳐 8호선 별내역까지 연결하는 6호선 지선 신설을 제안했다. 노원과 남양주를 연결하는 광역도로인 백사터널 사업도 적기에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임대주택은 법정 최소 비율인 35%로 하되 신혼부부와 청년에게 우선 공급하고, 전체 분양 물량 가운데 일부는 노원구민에게 우선 배정할 것을 요청했다.
개발제한구역 해제에 따른 훼손지 복구사업 역시 해제 면적의 10~20% 범위에서 노원구민에게 실질적으로 필요한 사업을 중심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원구는 “주민들의 우려를 엄중히 인식하고 있다”며 “찬반의 이분법을 넘어 주택공급과 지역발전이 조화를 이루는 방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주민 목소리를 바탕으로 정부와 적극적으로 소통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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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준오 노원구청장(왼쪽)이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을 만나 노원구 현안에 대한 제안서를 제출했다. |
서준오 노원구청장은 앞서 지난 12일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을 만나 태릉골프장 개발과 관련한 지역 현안 제안서를 전달했다.
방치된 훼손지와 보전 가치 높은 녹지…출발점부터 달라
두 자치구의 입장 차이는 사업 대상지의 성격에서 비롯된다.
염창근린공원 훼손지는 이미 공원 기능을 잃고 장기간 방치된 곳이다. 안전과 도시 미관 문제까지 불거져 개발 필요성에 대한 지역사회의 공감대가 비교적 넓다. 공공주택 공급과 공원 기능 회복을 동시에 추진할 수 있다는 점도 강서구가 사업을 환영하는 배경이다.
반면 태릉골프장 부지는 대규모 녹지인 데다 인접한 태·강릉의 역사·문화적 가치와 유네스코 세계유산 보존 문제가 걸려 있다. 주택공급이 이뤄질 경우 화랑로를 비롯한 주변 도로의 교통난이 더 심각해질 수 있다는 주민 우려도 크다.
결국 강서구는 ‘장기 방치된 훼손지를 되살리는 공공개발’이라는 점에서 적극적인 환영 입장을 보인 반면, 노원구는 ‘보전 가치가 높은 녹지를 개발하는 사업’이라는 점에서 구체적인 전제조건을 내걸고 정부와 협상에 나선 셈이다.
같은 주택공급 정책이라도 지역의 역사와 환경, 교통 여건과 주민 정서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의 대응이 달라질 수밖에 없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