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불합치결정 취지와 숙의공론화 논의 결과 반영”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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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가 2045년까지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최대 90%까지 감축하는 내용의 탄소중립기본법 개정안을 지난 13일 여야 합의로 의결했다. [국회방송] |
[헤럴드경제=이태형 기자] 국회 기후특별위원회는 지난 13일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탄소중립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이 통과되자 국회 일각과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통과된 개정안이 기후소송에 따른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 취지에도, 시민들의 숙의공론화 결과에도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개정안에는 2031~2049년의 중장기 감축 목표 상한과 하한 범위를 5년 단위로 규정하는 내용이 담겼다. 매년 일정한 속도로 온실가스를 줄여나가는 선형 경로가 법안에 반영됐다.
2018년 배출량 기준으로 2035년까지 53~61%, 2040년까지 69~80%, 2045년까지 84~90% 범위에서 중장기 감축목표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했다.
이에 대해 서왕진 조국혁신당 의원은 “특위 소위원회가 의결한 개정안의 중장기 온실가스 감축 경로는 한국이 감당해야 할 책임에도, 미래세대가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에도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며 “헌재의 헌법불합치 결정도, 숙의공론화 결과도 반영하지 못했다”고 반대했다.
정혜경 진보당 의원도 “기후 위기 절박성에 전면 배치되는 안이라 의결에 반대한다”며 “탄소 감축에 미온적이고, 범위형으로 국민 눈을 속이는 기만적인 안”이라고 말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이소영 의원도 여야가 해당 개정안에 합의한 것에 의미를 두면서도 “여야 합의 내용이 헌재 결정 취지에 온전히 부합하는 것인지는 의문이 있다”며 기권했다.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 역시 “합의된 법안에 만족스럽지 않다. 다만 미래 세대의 부담을 떠넘기지 않기 위해 국내 경쟁력을 챙기는 것이 매우 중요한 일이라 판단해 대승적으로 여야 합의를 이뤘다”며 “산업계가 기술 개발을 통해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도록 하는 정부의 행정·재정 지원 내용을 넣었다는 점의 의미를 알아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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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16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후위기비상행동이 연 ‘헌재결정 이행과 탄소중립법 개정을 위한 제헌절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온실가스감축목표를 법률로 마련할 것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 |
여야 합의라는 형식을 빌었지만 개정안은 감축 범위의 하한선을 ‘선형 경로’로 설정해 감축의 부담을 미래로 떠넘기며 헌재의 결정 취지에 전면으로 역행했다는 평가다.
앞서 헌재는 2024년 8월 29일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법 기본법 제8조 제1항에 대해 아시아 최초로 기후소송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바 있다.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세웠음에도 2031년부터 2049년까지의 구체적인 감축 목표를 정하지 않은 것은 미래세대에 과중한 부담을 떠넘겨 환경권을 침해한다는 취지였다.
이에 정부가 제안한 것이 5년마다 상·하한선을 둔 감축목표이다.
감축 범위의 하한은 ‘선형 감축’ 경로를, 상한은 초기에 온실가스 배출량을 더 많이 줄여 미래세대가 떠안게 될 부담을 낮추는 ‘조기 감축’ 경로를 기준으로 삼았다.
그러나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 등 규제가 적용되는 부분이 하한에만 적용돼 실질적 감축 의무의 기준선은 ‘선형 경로’이다.
선형 경로로 2050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초기에는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극히 일부를 감축하면 되지만 뒤로 갈수록 연간 배출량의 100%에 가까운 양을 감축해야 하는 부담의 이전이 발생한다.
실제 이번 개정안은 배출권거래제를 포함한 규제정책의 기준은 하한선에 연동한다고 명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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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실가스 감축 경로 중 선형(점선), 오목형, 볼록형[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네트워크] |
숙의공론화에서의 논의도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
시민 대표단은 77.9%의 절대다수가 초기 감축형(오목형)을 지지했다. 온실가스 감축의 부담을 미래로 떠넘기지 말고 지금 당장 탄소 배출을 줄이자는 것이다.
기후특위의 개정안은 미래 세대 전가 방식인 후기 감축형(볼록형) 경로를 최종 법안에서 제외했지만, 선형 경로를 감축 범위의 하한선으로 채택하면서 기후특위 스스로가 주관한 숙의공론화 결과조차 외면하며 민주주의 절차를 무시한 셈이다.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낮게 정해지면 정부와 산업계의 부담은 줄어들겠지만 결국 그 부담은 미래세대에 전가되는 ‘아랫돌 빼 윗돌 괴는 식’이 될 것은 자명한 일이다.
‘절충’을 택한 정부가 환경단체와 일부 야당을 중심으로 불거지는 “헌재의 결정 취지와 숙의공론화의 결과에 부합하는 탄소중립법 개정 작업에 다시 착수할 것”을 촉구하는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하는 이유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