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팅 한번에 200달러”…고물가에 ‘썸’도 못 타는 뉴욕남녀[나우,어스]

미국 Z세대 평균 데이트 비용 200달러 넘어
130달러 저녁·20달러 칵테일·앱 구독료까지
“연애 안 하는 게 아니라 못 한다”…고물가가 바꾼 사랑 공식
20~30대 미국 청년들의 데이트 횟수가 이전 세대보다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고물가로 인한 데이트 비용 부담이 주요 배경으로 지목된다. [게티이미지]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소개팅 한 번 하는데 30만원 가까이 든다면?”

미국 뉴욕에서는 첫 만남에 평균 200달러(약 28만원)가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녁 식사와 술값, 영화표는 물론 데이팅 앱 구독료와 옷값까지 더해지면서 연애 자체를 미루는 Z세대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1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고물가와 취업난 속에서 미국 젊은층의 연애가 눈에 띄게 줄고 있다. 특히 세계에서 생활비가 가장 비싼 도시 중 하나인 뉴욕에서는 “사랑도 돈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 현실이 되고 있다.

BMO금융그룹 조사에 따르면 미국 Z세대의 데이트 1회 평균 비용은 교통비와 준비 비용을 포함해 200달러를 넘는다. 뉴욕에서는 저녁 식사 한 번에 130달러(약 18만원), 칵테일 한 잔에 20달러(약 3만원)가 드는 일이 흔하고 영화표도 28달러(약 4만원)에 달한다. 식사와 술, 영화만 즐겨도 순식간에 수십만원이 사라진다.

실제로 경제적 부담은 미국 청년들의 연애를 가로막는 가장 큰 요인으로 꼽혔다.

브리검영대 휘틀리연구소와 가족연구소가 공동으로 실시한 전국 조사에서는 22~35세 미혼 성인의 절반 이상이 경제적 어려움을 데이트의 가장 큰 장애물이라고 답했다. 연애를 원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시작할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스마트폰에서 데이팅 앱을 사용하는 모습. 미국에서는 데이팅 앱 구독료와 외식비 부담이 커지면서 Z세대의 데이트 비용이 평균 200달러를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게티이미지]


데이트 비용은 식당 계산서에서 끝나지 않는다.

브리검영대의 브라이언 J. 윌로비 교수는 “요즘 젊은이들은 상대를 찾기 위해 데이팅 앱 구독료를 내고, 외출복과 미용 비용까지 신경 써야 한다”며 “데이트를 시작하기 전부터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실제 온라인에서는 “커피만 마시는 데이트는 성의가 없다”는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틱톡에서는 커피 데이트를 둘러싼 찬반 논쟁이 벌어지고 있으며, 한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는 “순자산이 10만달러 미만이면 데이트하지 말라”고 주장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뉴욕에는 무료 박물관과 공원, 저렴한 대중교통이 있지만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만든 기대 수준은 훨씬 높다. 인터뷰에 응한 젊은이들은 “비싼 식당이나 특별한 경험을 준비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낀다”고 입을 모았다.

퀸스에 사는 27세 그레이스 사켈라리우는 “결혼해서 아이를 갖고 싶지만 너무 먼 미래처럼 느껴진다”며 “결혼식 비용조차 감당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에는 두 번째, 세 번째 데이트에서도 계산서를 나눠 내자는 남성들이 많아졌다고 덧붙였다.

고물가 속에서 연애를 미룰수록 생활비 부담이 더 커지는 역설도 나타난다. 이른바 ‘싱글세’다.

부동산 정보업체 스트리트이지에 따르면 맨해튼에서 원룸을 혼자 빌리는 대신 연인과 함께 살 경우 연간 2만5000달러 이상의 임대료를 절약할 수 있다. 월세를 나눠 내면 학자금 대출 상환이나 내 집 마련을 위한 저축도 훨씬 수월해진다.

하지만 정작 관계를 시작하기 위한 비용이 너무 커 연애를 포기하면서 혼자 사는 높은 생활비를 계속 감당해야 하는 악순환에 빠진다는 것이다.

코넬대 노동·공공경제학자인 벤저민 골드먼은 “데이트와 결혼 감소가 뉴욕을 비롯한 대도시 청년들의 경제적 불안을 더욱 키우는 요인이 될 수 있다”며 “그동안 충분히 주목받지 못했던 문제”라고 지적했다.

물론 비용만이 원인은 아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대학 시절 인간관계가 단절됐고, 데이팅 앱 피로감과 사회적 고립도 젊은층의 연애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