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강경파 지도부, 미국과 평화협상은 시간 벌기용…무력충돌 확대 준비”

WSJ “종전 MOU 체결 신뢰하지 않아”
전열 정비하고 공격 강화 기반 다져

이란 테헤란의 아자디 광장에서 오토바이 운전자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얼굴이 그려진 현수막 위에 세워진 이란의 ‘졸파가르’ 미사일 옆을 지나가고 있다 [EPA]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6일(현지시간) 이란 강경파 수뇌부가 지난 6월 미국과 체결한 종전 양해각서(MOU)를 신뢰하지 않고, 오히려 시간을 벌며 미국과의 무력 충돌 확대에 대비해왔다고 보도했다.

이란 및 중동 당국자들에 따르면 이란 강경파는 미국과의 종전 MOU를 더 큰 공격을 위해 시간을 벌려는 시도로 보며 지난 두 달간 확전 준비에 주력했다.

그 일환으로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의 정규군 통제권을 강화하고, 이라크전 및 내부 진압 경험이 있는 베테랑 인사를 핵심 보직에 임명했으며 미사일 및 드론 생산을 가속하는 조치 등을 실행했다.

이란 외교관들이 미국과의 평화 협상을 준비하는 동안, 은둔 중인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모즈타바 하메네이는 확전에 대비해 안보 기구를 정비했다.

그 결과 이란 강경파 지도부는 선박을 공격해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했고, 호르무즈 해협 봉쇄 이후 우회로로 사용되던 홍해로 전장을 넓혔다.

WSJ가 인용한 중동 정보 당국자들은 통신 감청 등을 통해 이란 강경파 지도부가 전쟁을 확대하고 미국의 전쟁 비용을 극대화하기 위해 전열을 정비하려는 증거를 포착했다.

감청 정보 등에 따르면 IRGC는 예멘 후티 반군 통제 지역에 사령관들을 보내 이라크 내 친이란 무장 세력과 공조해 사우디아라비아와의 무력 충돌을 확대할 계획을 세운 것으로 나타났다.

확전 계획에는 페르시아만의 해저 통신 케이블 절단, 쿠웨이트·바레인 등 시아파 거주 국가 내 소요 사태 유발, 쿠웨이트 내 지상작전 감행 등도 포함됐다.

실제로 지난달부터 이란 연계 세력은 사우디 석유 시설과 미군 기지 등을 잇달아 공격하고, 호르무즈 해협에서 아랍에미리트(UAE) 선박을 타격하는 등 공격 수위를 높였다.

사르다르 모헤비 IRGC 대변인은 지난달 이란 반관영 타스님통신 인터뷰에서 “우리는 휴전 기간을 최대한 활용했다”며 “역량을 강화하고 미사일 생산 속도를 높였으며 미사일 정밀도를 향상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이란의 대비 태세는 조만간 전쟁을 끝내기 위한 합의에 도달하기 어렵게 한다고 WSJ은 분석했다.

이란 정부와 가까운 테헤란 소재 국방 전문가 모하마드 하산 상타라시는 “이란 내부에서는 본격적인 전쟁이 시작되지 않았다는 시각이 팽배해 있다”며 “지금까지 우리가 본 것은 더 큰 충돌에 앞서 전력을 약화하려는 제한적이고 단계적인 ‘살라미 전술’의 관점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